[엽서동화 편]
무더운 날씨가 조금씩 뒷걸음을 치고 있을 때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비를 피해 나무 아래로, 처마 밑으로 달려 나갔다. 언제 비가 왔을까 할 정도로 다시 화창한 날씨, 정말 맑은 하늘이 너무나 투명해서 저 끝 하늘이 보일 것만 같았다.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가벼운 걸음으로 제갈 길을 갔다. 이제는 바람조차도 제 집으로 가버렸나 보다 나뭇가지도 풀잎조차도 흔들림 없이 고요하다. 가끔은 달구지가 덜커덩덜커덩하며 지나가고 검둥이 한 마리가 이리저리 헤매듯이 길을 걸어간다.
그때에 잠잠하던 한 고인물이 말했다. 방금 달구지가 고인물을 짓밟고 지나갔다.
“아이코~ 이게 뭐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잖아?”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고인물이 살랑 물결을 흔들며 말했다.
“왜? 뭔 고약한 냄새라니? 날씨만 좋구먼, 그래!”
“나도 알아~ 그 정도는 말이야. 방금 달구지나 지나가면서 그놈에 망아지가 똥을 쏴주고 갔잖아! 에그~”
“그럴 수 있지. 뭘 그래! 그보다 더한 일도 있다고 선배들이 말했어.”
“더한 일이라니? 뭔 일?”
“꼭 말해주어야 이해하겠니? 지긋은 아이들이 그냥 지나가겠니? 와서는 더러운 발로 휘익 휘졌고, 오줌까지 깔리고 그런데.”
“못된 것들…….”
“그뿐 아니야~ 새들도 날아가면서 똥을 떨어뜨리지 않겠니? 바람이 불어봐~ 그럼 온갖 쓰레기들이 달려들어 숨도 쉬기 힘들데.”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태어난 거야? 저기 봐 맑은 물이 흘러가잖아~ 재내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어디로 가긴? 강으로 흘러가겠지.”
“그리고는?”
“더 넓은 바다로 흘러가겠지~”
“좋겠다. 우린 뭐야? 왜 이 모양이야? 여기 고인물로 말이야!”
“그건 다 우리 고인물의 팔자소관이야~ 저기 봐! 재내들도 꼼짝 못 하고 저러고 있잖아~”
“팔자소관이라니? 뭔 그런 무식한 소리를 하니?”
“무식한 소리? 야! 인간들이 그러던데……. 그럼 인간들이 무식하냐?”
“넌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식한 줄을 넌 듣지도 못했니? 하나만 알고 둘을 몰라~ 인간들이…….”
“그게 무슨 소리니? 그럼 넌 알기나 해?”
“우리? 우리가 뭘 알겠어! 하지만 인간처럼 어리석지는 않아~”
“어째서?”
“우리는 창조주의 섭리에 순종하며 살잖아! 그게 지혜로운 거야~”
“우리가 뭘 순종하니? 그냥 있는 거지~”
“그게 순종하는 거야! 등신아~”
“웃기고 자빠졌네!”
“이게, 고인물인 주재에……. 어디서 까불어!”
“까불긴 뭘 까불어! 네가 건방진 거지.”
“아~ 건방지다. 내가 건방지다. 그래서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니……. 내가 참 처량하다!”
“네 분수를 알아! 자샤~”
“아하~어찌하여 난 고인물이란 말이냐? 저것들은 스멀스멀 흘러서는 시내가로 가고, 그리고 강으로 가고 , 저 넓은 바다로 가는데……. 난 이 꼴이라니, 얼마나 수모를 당해야 하나?”
“어쩔 수 없지! 말똥이든, 소똥이든, 개똥이든 새똥이든…….”
“에그, 똥이면 덜 낫지~ 그래도 풀어서 땅에 거름으로 해주는 일이라도 하잖아!”
“맞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인간들이 가만 두냐? 온갖 쓰레기를 우리에게 쳐 넣잖아~ 개구쟁이 아이들은 어떻고……. 넌 알아?”
“뭘?”
“저기 해를 봐! 저 뜨거운 열이 우리에게 내리쪼여서는 결국 남는데 뭔 줄 알아?”
“남는 게 뭔데?”
“넌 내 친구니? 한심한 놈! 좋은 물을 다 하늘로 올려 보내고 우린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하고 아주 형편없는 찌꺼기만 남는 거야. 그게 우리란 거야~ 이 등신아!”
“뭐야? 그게 우리라고? 우짜노~ 우째! 내 신세야~”
그때에 맑은 하늘에 구름들이 몰려들기 시작을 했다. 뜨거운 해는 구름 뒤에 숨어버리고 말았다.
“애들아~ 너무 걱정들 말아! 우리가 너희를 도우러 왔단다. 곧 넓은 세상으로 너희들을 보내 줄게!”
고인물들은 하늘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울려오자 입을 쩍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구름들이 힘을 합해 온몸을 흔들었다. 하늘에서 비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내리기 시작을 했다. 순식간에 고인물에는 물이 넘쳐나고, 고인물들이 서로를 손잡고는 함께 시냇가로 이동하기 시작을 했다. 이제는 고인물이라는 이름을 떼고 시냇물의 이름으로 흘러 흘러 강으로 가고, 넓은 바다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선배들도 만나고는 서로 함께 어울려서는 옛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