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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도시락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부모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가셨다. 남매 둘이만 집에 남게 되었다. 남매는 집안 일도 하고 학교에도 다녀야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에 가신 부모로부터 편지와 함께 돈을 붙여오곤 했다. 두 남매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알뜰이 아껴 쓰면서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러 달이 지나도록 편지도 돈도 오지 않았다. 두 남매는 있는 음식을 아껴 먹어야만 했다. 하루에 두 끼만 먹다가 나중에는 한 끼만 먹게 되고, 다음 날에는 한 끼를 삼등분해서 삼일 동안 먹게 되었다. 그러다 편지와 돈이 오면 눈물을 흘리며 부모님께 감사를 드렸다. 학교에서 남동생 원희는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점심을 먹을 때에 혼자 가만히 교실을 나와 수돗가에서 수도꼭지를 틀어 입을 대고는 물로 배를 채운다. 그리고 원희는 아무렇지 않게 교실로 들어간다. 어느 날 체육 시간이 4교시였다. 반 친구들이 우르르 교실을 나가자 원희의 짝꿍이 철수는 교실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원희가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걸 눈치챘다. 철이는 원희의 책상 위에 도시락을 놓고는 맨 나중에 교실을 나갔다. 체육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들어온 원희는 자기 책상 위에 도시락이 있는 것을 보고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도시락을 열고 그립던 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원희의 책상 위에는 도시락이 있었다. 원희는 마음속으로 '철수의 도시락'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원희는 철수를 쳐다보며 눈으로 고맙다고 속삭였다. 철수도 원희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철수는 싱굿 미소를 지으며 자기 도시락을 먹었다. 원희는 철수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 후에 원희는 학교에 일찍 와서는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 친구들의 책상을 걸레로 깨끗하게 닦아놓았다. 그렇게 원희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와서도 일찍 등교하여 빈 교실에 친구들의 책상을 깨끗하게 닦아놓았다. 원희는 졸업하는 날까지 그렇게 친구들의 책상을 닦았다. 친구들은 아무도 원희가 자기들의 책상을 깨끗이 닦아놓은 걸 모른다. 먼 훗날에 원희는 팔십이 넘었어도 철수의 도시락을 잊지 않고 있었다. 원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 속에 고이 간직한 노란 알루미늄 도시락을 꺼내어 정성껏 어루만졌다.


"김철수~ 잘 있을까? 자네는 도시락을 두 개를 싸와서는 하나는 내 책상 위에 몰래 놓아준 걸 잊을 수 없지... 나는 알고 있었지... 철수의 도시락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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