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섬 소녀의 이야기 편]
창가에 밝은 햇빛이 들어와 방안을 가득 채워도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해는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점점 늘어나고 커져가고 있었다. 결국 해는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야 말았다.
이때에 제일 먼저 눈을 뜬 사람은 누굴까? 역시 자라였다. 자라는 너무나 많은 변화를 느끼며 딱딱한 방바닥에 누워있어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라는 선잠을 잔셈이다. 자라는 보았다. 밝은 빛이 방안에 가득했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을 자라는 보았던 것이다. 자라는 천장을 바라보며 상자 속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노르웨이에서의 천장과 한국에서의 천장이 다르다는 것을 자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본 자라는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한 것을 바라보면서 노르웨이에서 푸른 하늘이 그리워졌다.
이때에 소라리자는 벌써 일어나 자라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자라는 방문이 열리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소라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자라는 자리에서 상채만 일어났다.
“자라야! 일찍 일어났네. 피곤했을 텐데…….”
“아니, 언니가 일찍 일어났어!”
노라와 소피아도 깼다. 그리고 상채만 일으키고는 자라와 소라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듯 노라와 소피아는 눈을 제대로 뜨지를 못하고 있었다.
“언제 들어왔어? 소라리자!”
“방금, 이제 일어나야 해! 할머니는 벌써 일어나셔서 아침식사를 다 해놓으셨어.”
“어머, 그래? 그렇게 시간이 됐어? 일어나야지.”
노라와 소피아가 벌떡 일어나자 자라도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이불을 차곡차곡 개켜서 한쪽에 쌓아놓았다. 그리고 소라리자와 함께 바로 세면실로 줄줄이 갔다. 거실에는 광일오빠랑 엠마와 지아가 소파에 앉아서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웃음보가 터졌나 보다. 노라와 소피아는 걸음을 멈추고 엠마와 지아를 바라보았다. 자라는 소라리자와 함께 세면실로 바로 들어갔다.
“너희들 벌써 일어났던 거야? 마냥 즐겁구먼.”
“시차 때문에 제대로 못 잤어! 잠이 안 와~”
엠마가 빙글 웃으며 말했다. 노라는 엠마가 짓궂게 말한다고 생각을 했다. 노라와 소피아는 혀를 길게 빼고 고개를 흔들어대고는 세면실로 들어갔다.
어제는 광일오빠가 운전하는 스타렉스 7인승 차를 타고 소녀들은 할머니의 집으로 왔었다. 소녀들을 휘한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손을 멈추고는 창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에 스타렉스 7인승 차가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할머니는 곧바로 현관을 나와 스카이아파트 입구 쪽으로 갔다. 스타렉스가 아파트 입구 멈춰 서자 소녀들이 하나둘 차에서 내렸다. 제일 먼저 내린 소라리자는 할머니 앞으로 달려가듯이 다가가서는 여행 캐리어는 세우고 할머니는 껴안았다. 할머니도 기뻐서 소라리자를 껴안았다. 그리자 엠마가 뒤따라와서는 소라리자를 제치고 할머니를 껴안았다. 할머니는 당황했지만 엠마를 안아주었다. 다음은 지아가 와서 할머니를 껴안고, 소피아가 와서 껴안고, 노라가 자라와 함께 와서는 할머니를 껴안았다. 그리고서 자라를 할머니께로 밀었다.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리고서 자라를 안아주었다. 뒤에서 멍하니 광일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하는 거지?”
광일은 차로 돌아가 스타렉스 차를 지상에 주차장에 세우고 돌아왔다. 이미 할머니와 소녀들을 집안으로 들어갔고 아파트 입구는 조용했다. 집안으로 들어선 광일은 거실에서 서성대고 있는 소녀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할머니도 좀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말했다.
“먼 길 오느라 얼마나 피곤하겠니?”
“아뇨, 괜찮아요. 할머니, 뭐 하고 있었어?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해!”
소녀들이 모두 거실 바닥에 앉으니 소라리자가 할머니의 팔을 꼭 잡고는 말했다.
“에고, 시장할까 봐 삼계탕을 끓이고 있었지. 늦나 보다 하고 창문을 내다보고 있으니 자동차가 들어오더구나! 그래서 나가봤지.”
“많이 기다렸어요? 너희들 배고프니?”
소라리자가 소녀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소녀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자 할머니가 소라리자를 앉히며 말했다.
“그래, 잠시 기다려요. 식었을 거야. 대필게.”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시고 광일은 일어나서 소녀들에게 방 배정을 해주었다. 소라리자와 지아와 엠마는 할머니 방으로 여행 캐리어를 끌고 갔고, 소피아와 노라와 자라는 광일의 아버지 방으로 여행 캐리어를 끌고 들어갔다. 마침 광일이 아버지는 미국행 항공기의 기장이 공석이어서 임시로 운행을 맡아서 미국에 계셨던 것이었다.
잠시 후에 소녀들은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삼계탕을 먹고는 감탄을 했다. 역시 엠마는 엄지 척을 하면서 서투른 한국말로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맛있어요.”
소녀들은 정말 맛있었는지 국물까지 싹 먹어치웠다. 자라도 처음 먹는 삼계탕이었지만 맛있게 말짱 다 먹었다. 이를 본 할머니는 매우 흡족해하셨다. 그리고는 믹스커피를 할머니는 내놓았다. 소녀들은 코리안식 믹스커피를 마시더니 함성을 질렀다.
“와! 무슨 커피 길래, 이렇게 맛있어?”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소녀들은 믹스커피를 두 잔씩 마셨다. 자라에게는 식혜를 줬다. 자라는 밥알이 동동 떠있는 식혜를 조금 먹어보더니 홀짝 다 마셨다. 이때에 할머니는 자라에게 식혜를 더 줄까 하고 손짓을 했다. 자라는 식혜 그릇을 할머니께 드렸다. 자라도 식혜를 두 그릇이나 마셨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광일은 거실로 와서 자리정돈을 했다. 그리고 소녀들을 거실로 안내를 했다. 소라리자는 할머니와 함께 설거지를 했다. 광일은 소녀들에게 내일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세면실로 들어갔던 노라와 소피아가 나오자 할머니는 아침식사를 하라며 손짓으로 부엌으로 오라고 했다. 식탁에 둘러앉은 소녀들은 할머니가 차린 음식을 바라보며 서로 쳐다보았다. 이때에 할머니가 말했다.
“그저 간단하게 소고기 무국을 끓였단다.”
그런데 식탁 위에는 소고기 무국 뿐만 아니라 뻘건 배추김치와 두부찌개, 황태구이, 잡채, 등갈비 김치찜, 나박김치, 콩나물무침, 치즈 입힌 김치전 등이 차려져 있었다. 소녀들이 놀란 것은 식탁 위에 많은 찬들이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때에 지아가 유창하게 한국말로 말했다.
“할머니, 언제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셨어요?”
“응~ 찬들은 미리 해 놓았던 거지. 그리고 요거 치즈 김치전은 특별 서비스란다.”
“와~ 치즈김치전! 먹어봐! 맛있어.”
소라리자는 치즈김치전을 일부 잘라먹고는 맛있다고 멀어보라고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소녀들은 저마다 젓가락을 가져와 치즈김치전을 먹었다. 자라도 노라언니가 가져다준 치즈김치전을 먹었다. 소고기 무국을 먹은 소피아와 엠마는 할머니를 향해 엄지 척을 하면서 말했다.
“디스 숩 이즈 소우 구드!”(This soup is so good!)
“수프가 아니야! 소고기무국이라고 해!”
소라리자가 눈을 동구리 뜨고는 손으로 국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제서 소녀들은 ‘소고기무국!’ 하고 합창하듯이 말했다. 모두 웃었다. 할머니도 함께 웃으셨다.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친 소녀들은 ‘서울시티투어’를 위해 나갈 차비를 했다. 할머니는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해주셨다. 광일은 소녀들을 이끌고 주차장으로 갔다. 소녀들은 가벼운 차림으로 하고 작은 가방들을 어깨에 메고 스타렉스 7인승 차에 탔다. 자동차는 스카이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떠나는 자동차를 향해 할머니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일행을 태운 스타렉스 7인승 자동차는 마포대교를 건너가 먼저 광화문을 향해 달렸다. 광일이 운전한 스타렉스 7인승 자동차는 1시간을 달려서 세종문화회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소녀들은 광일오빠를 따라 코리아나 호텔 옆에 있는 서울시티투어 광화문출발점에 도착을 했다. 서울시티투어는 두 종류가 있었다. A코스는 도심 및 고궁 코스였다. B코스는 서울 파노라마 코스였다. 광일오빠는 늦은 시간에 왔으므로 A코스를 하라고 했다. A코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여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티투어 A코스는 이렇다.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덕수궁 - 남대문시장 - 서울 역 - 전쟁기념관 - 이태원 - 명동 - 남산골 한옥마을 - 앰버시티 호텔 - 신라 호텔 및 장충단 공원 - 서울타워 - 하얏트 호텔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대학로 - 창경궁 - 인사동 - 청와대 앞 - 경복궁(민속박물과, 현대미술관) - 세종문화회관 - 광화문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소녀들은 광일오빠로부터 서울 역은 일제 때부터 있었던 기차역이라고 해서 놀랐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옛 모습이 일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육이오전쟁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특히 광일오빠의 할머니와 소라리자의 할머니는 육이오전쟁 때에 남쪽으로 피난해 부산에서 한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광일오빠는 들려주었다. 그러자 소녀들은 할머니에 대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 할머니로부터 그 당시에 대해 듣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과 명동을 둘러보면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참 많다고 소녀들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명동성당과 영락교회도 관람을 했다. 명동성당은 1892년에 5월 8일에 기공식으로 세워지게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영락교회는 한경직 목사가 월남하여 미군정의 도움으로 영락동에 월남한 피난민 중심으로 시작한 1945년 12월 2일에 설립한 교회라고 했다. 그리고 명동거리는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이 명동의 이름에 대해서 광일오빠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었다. 명동은 원래 조선시대에 명례동(明禮洞), 혹은 명례방, 즉 남촌이라 불리었으며 가난한 선비들이 주로 살았던 곳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에 명치정(明治町)이라는 이름으로 상업중심의 도시로 발전시켰던 것이라고 했다. 그 후 해방에도 명동은 상업중심의 도시로 오늘날에 관광지로 유명해졌다고 했다.
정말 명동에는 사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소녀들은 절제했다. 그러나 자라를 위해 뭔가를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자라는 갖고 싶은 것이 많지만 사양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자라에게는 가장 필요한 것은 아빠라고 했다. 바다 멀리 떠나간 아빠를 자라는 그리워하였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소라리자는 마음이 뭉클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빠이지만 어떤 분이셨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소라리자는 언젠가 광일의 아버지와 산책을 할 때에 느꼈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떠오른 것이었다. 광일오빠는 점심을 명동칼국수로 먹자고 했다. 그래서 소녀들은 북적이는 명동칼국수 집으로 갔다. 처음 먹어보는 칼국수에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도 열심히 먹었던 소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명동칼국수는 엄청 매우면서도 묘한 매력을 느꼈어! 뭐라고 할까?”
소녀들은 명동을 떠나 남산골 한옥마을을 둘러보면서 참 멋진 집이라고 부러워했다. 그러면서 한국드라마에 나오는 집들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다시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고 남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서울타워에서 서울을 바라보았을 때에 많이들 놀라워했다.
“애들아! 어쩜 집들이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을까? 사람들은 어디로 다닐까?”
그리고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한강을 바라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을 하였다. 다시 투어버스를 타고 남산을 내려왔을 때에는 약간의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왔을 때에도 소녀들은 명동 못지않게 관광객들이 많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기서 소녀들은 저마다 자기들의 취향대로 옷들을 하나씩 샀다. 그리고 자라를 위해서도 옷을 골라주었다. 이때에 엠마가 소리쳤다.
“우리 여기서 부모님을 위한 옷을 사면 어때? 여행비도 많이 주셨잖아!”
“그래, 나도 찬성이야!”
“소라리자! 우리 할머니를 위해서도 하나 고르자.”
“두 할머니야~”
“그래, 누가 몰라! 광일오빠 생각은 어때?”
“좋은 생각이야! 너희들이 알아서 해!”
소녀들은 광일의 할머니와 소라리자의 할머니를 위해 옷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옷을 싶게 고를 수 있었다. 일행들은 다시 대학로와 창경궁 야경과 인사동거리를 관광하면서 매우 지친 모습들이었다.
“오빠! 우리 저녁을 먹고 갈 거야? 할머니께 전해야 하지 않아!”
“어떻게 할래? 먹고 갈래? 아닌 바로 갈래?”
“뭐 맛있는 게 있어?”
“여기 인사동이니 항아리 수제비가 맛있는데……. 가볼래?”
“수제비가 뭐야? 제비고기야?”
“제비고기? 그게 아니고 손으로 뜯었다고 해서 수제비라 하지. 이북에서는 ‘뜨더국’이라고 한단다.”
“이름이 재밌다. 우리 먹어보자!”
엠마가 나서서 말했다. 그래서 소녀 일행은 인사동에 있는 항아리 수제비를 먹으러 갔다. 정말 소녀들은 놀랐다. 먹을수록 맛난 수제비에 소녀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소녀들은 막걸리도 먹었다. 얼굴이 붉어진 소녀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웃었다.
“야~ 너희 홍두루미 같다야~”
“홍두루미? 난 한국 사람이야~ 예쁘지?”
“한국사람? 햇볕에 탄 얼굴인데…….”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자 엠마가 한마디 던졌다. 모두들 한바탕 웃고 말았다. 다시 소녀들은 얼굴을 벌겋게 하고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청와대와 경복궁의 민속박물관과 현대미술관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에 와서야 버스에서 내려서는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다행히 광일오빠는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광일오빠가 스타렉스 자동차를 운전하여 공항동에 있는 스카이아파트로 돌아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소녀들을 바라보면서 놀란 척하면서 말했다.
“아니? 어찌 된 걸까? 모두들 햇볕에 얼굴이 익어가지고 돌아왔네.”
“얼굴이 익어요? My face is cooked?"
모두들 집안이 떠나갈 듯이 한바탕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