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할아버지의 동화 편]
세월이 많이 흘러갔나 보다. 맴 할아버지도 많이 늙으셨는지 느티나무 아래에 정자에 힘없이 앉아 계셨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몇이 걸어오고 있었다. 동찬이와 그의 친구들이었다. 제일 먼저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 앉아 계시는 맴 할아버지를 발견한 동찬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우리 저기 가자! 맴 할아버지가 앉아 계신다.”
“어디?”
동찬의 친구들은 동찬이가 사는 동네의 학생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찬이가 말하는 할아버지를 발견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동찬이는 친구들을 끌고 느티나무 아래로 갔다. 맴 할아버지는 조는 듯이 앉아 있었다. 동찬이는 할아버지 코앞에 다가가서는 말했다.
“맴 할아버지! 주무셔요?”
“응?”
맴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는 동찬이를 바라보았다. 동찬이는 허리를 펴고는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오! 왔구나~ 똥찬이.”
“똥찬이가 뭐예요! 동찬이에요.”
“똥찬, 똥찬,”
동찬이 친구들은 한바탕 웃었다. 동찬이는 친구 입을 막으랴 할아버지를 보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분주했다.
“봐요~ 친구들이 놀리잖아요! 똥찬, 똥찬 하잖아요.”
“그게 어땠어! 듣기 좋구먼.”
“아참!”
동찬이는 맴 할아버지 옆에 앉으면서 친구들에게도 앉으라고 지시를 했다.
“할아버지, 오늘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줘요! 오랜만에 새 친구들 데리고 왔잖아요.”
“그럴까?”
“아무거나 해줘요.”
“그래? 너희들 중학생이 되었구나~ 이젠 사랑이 뭔지 관심이 많겠구나.”
“사랑? 이성에 관심이 많죠.”
“이성? 이성이 뭔 줄 아니?”
“모르니깐 관심이 많은 거죠.”
“그렇군! 좋아. 너희들 나무꾼과 선녀에 대해 알고 있지?”
“그걸 모르는 학생이 어디 있어요. 초등학교 때에 많이 들었거든요.”
“그랬단 말이지. 그럼 나무꾼이 선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사랑했겠죠. 그러니 아이도 낳잖아요?”
“허허, 사랑하면 다 아이를 낳는다? 재밌는 소리네.”
“소리라니요? 사실이 그렇잖아요?”
“그게 문제야! 그게~ 그러니 남자들을 늑대라고 여자들이 말하지.”
“늑대요? 남자가요? 왜요?”
“잘 들어봐!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
“또 들어요?”
“잔말 말고 들어!”
「옛날 옛날에, 장가 못 간 나이 많은 나무꾼이 살았다. 사냥꾼에 쫓겨 도망 오는 사슴을 숨겨주었다. 그래서 사슴은 사냥꾼으로부터 목숨을 건졌지. 사슴은 숲에 숨어 있다가 나와서는 가려다가 뒤돌아 와서는 나무꾼에게 선녀들이 내려온다는 연못을 가르쳐주면서, 선녀들의 옷을 감추면 옷을 잃은 선녀는 하늘로 못 가게 되니, 그때에 그 선녀를 데리고 함께 살면 된다고 말해주었지. 나무꾼은 사슴의 말대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고는 선녀들이 벗어 놓은 옷 중에 하나를 감췄지. 그러자 정말 한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 못했어.
그래서 나무꾼은 솔직하게 말했지. 자신이 그 옷을 감췄으니 하늘로 올라가지 말고 나와 함께 살자고 말했지. 선녀는 지혜로웠지. 나무꾼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함께 살면서 자신의 선녀 옷을 보여 달라고 했지. 그러자 나무꾼은 사슴이 말한 대로 아이를 셋을 낳으면 보여주겠다고 했지. 그러자 선녀는 열심히 나무꾼을 섬기며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었지. 얼마나 잘 서방을 섬기는지 나무꾼은 선녀를 믿기 시작했지. 선녀가 아이를 둘을 낳아 기르면서 나무꾼에게 졸랐지. 선녀 옷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너무 오래되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잊었다고 했지. 나무꾼은 망설였지.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 거지. 이제 둘을 낳았고, 서방을 하늘처럼 잘 섬기니 의심을 버린 거지.
“설마, 선녀 옷을 입고 가지 못할 거야. 나를 얼마나 섬기는데, 그리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버리고 가겠나?”
나무꾼은 선녀의 간절한 부탁에 한번쯤 선녀의 옷을 보여줘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숨겨놓은 선녀 옷을 보여주었지. 그러자 선녀는 한 번만 입어보고 싶다고 했지. 나무꾼은 선녀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그래라 했지. 선녀는 선녀 옷을 입고는 두 아이를 양팔에 안고는 미련도 없이 하늘로 올라가 버렸지.」
“그 정도는 다 알아요. 서로 사랑했으니깐 아이를 낳았고, 선녀는 나무꾼을 사랑했으니깐 아이를 낳았던 거고, 나무꾼은 선녀를 사랑했으니깐 선녀 옷을 보여준 거죠.”
동찬이가 그렇게 말하자. 친구들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맴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했다.
“그래서 결국은 서로 헤어졌니? 사랑하니깐? 잘 생각해 봐!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숨겨놓고 같이 살자고 했지? 선녀는 아이를 둘이나 낳았어도 선녀 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지? 이해가 되나?”
“좀 그러네요.”
“그것 봐! 사람들은 그렇게 사랑하고 있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랑하는 거지. 남자든 여자든 말이야.”
“좋아서 사랑하는 거잖아요?”
“허허, 이것 봐! 젊은이들…….”
“할아버지! 젊은이들이라니요? 우린 학생이에요. 학생!”
“그럼 늙었니? 나처럼. 아니잖아~ 봐봐!”
“예, 뭘요?”
“늑대의 사랑이 뭔 줄 아니?”
“뭔데요?”
“많은 동물 중에 왜 하필이면 늑대일까?”
“늑대요? 동화에 많이 나오잖아요.”
“그렇기도 하지만, 늑대는 동물 중에 가장 욕심이 많은 짐승이지. 그리고 늑대처럼 교활한 동물도 없지.”
“아~ 그래서 늑대가 동화에 많이 나오는군요.”
“남자가 그렇다는 거야. 동물 중에 가장 교활한 동물이 뭔 줄 아니?”
“늑대죠!”
“허허, 사람이야! 사람.”
“.........”
“잘 들어봐!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희생하는 거지. 그리고 진실한 거지. 이 두 가지만 살펴보아도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단다.”
“진정한 사랑이요?”
“그럼, 첫째는 진실해야 하는 거야. 진실한 마음은 두 마음을 품지 않지.”
“두 마음이라니요?”
“진실과 거짓, 또는 목적이 둘이면 안 돼. 그리고 진실은 변함이 없는 거지.”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모른다? 그것부터 진실하지 못한 대답이지. 진실한 사람은 늘 자신을 돌아보지. 진실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아! 왜냐하면 괴로우니깐.”
“조금은 이해가 되어요.”
“다음은 희생이지. 희생이란 전적인 희생이어야 돼. 그렇잖으면 희생이 아니지.”
“전적인 희생이 뭔데요?”
“전적인 희생이란 자신을 포기하는 거지.”
“자신을 포기한다면? 예수님처럼 요?”
“그렇지! 잘 말했어. 예수도 그리 말했지.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요한 15:13)는 말이 뭔 줄 아니?”
“진정한 우정을 말하잖아요.”
“친구? 그것은 우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지. 친구? 예수는 제자들에게도 친구라고 했지. 또는 하나님의 자녀라고도 했지. 여기서 친구란 마음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말하는 거지. 그것이 남남이든, 남녀이든, 부모자식 간이든, 부부간이든, 형제간이든, 이웃이든, 동포인들 말이야.”
“친구가 그런 뜻이에요?”
“이제 좀 알겠지? 너희들은 진정한 사랑을 하기를 바란다. 친구들!”
“할아버지와 우리가 친구예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친구가 되어야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는 거지.”
“친구! 뜻을 같이 하고 변하지 않는 우정! 야~ 우리는 그런 거지?”
동찬이는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친구들도 좋다고 하면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그리고는 동찬이는 할아버지에게도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 친구!”
“그래 친구다!”
맴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동찬이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동찬의 친구들과도 악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