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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다애(知希茶愛)

[애시]

by trustwons

지희다애(知希茶愛)



회색 벽 속에

갇힌 나는

스며드는 찬기를

온몸으로 떨며

차를 들었다.


별도 바람도 없는

회색 벽 속에

갇힌 나는

어두움에 쌓여

온 마음으로

차를 들었다.


가스 불에 끓인

물을 다관에

담아 우려낸

녹차(綠茶)를 들었다.


일손을 쉬고

고요히 자리하고

다관의 찻물을

다기에 따르니

잃었던 마음이

다시 솟는다.


찻물에 비추인

얼굴들이

차향을 따라

잊었던 이야기로

온 맘을 맴돈다.


그날에

차를 들며 담소하던

수많은 일들이

흐르는 샘물처럼

차수(茶水)를 따라

온몸을 적신다.


빼앗긴 마음을

따스한 녹차로

달래며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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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10.19. 밤 8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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