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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봄득이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새 친구들을 만나서 기뻤다. 그런데 봄득이네 반에는 학교 선생님이 포기한 말썽꾸러기 심통이가 있었다. 심통이는 가만있지 않고 친구들을 괴롭힌다. 심통이는 욕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심통이를 무서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시간이었다. 새로 오신 음악 선생님은 유럽에서 살다가 오신 멋진 조 선생님이시다. 봄득은 음악시간을 많이 기다렸다. 어떤 분이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은 첫 음악시간이었다. 친구들은 음악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신났다. 그러자 종이 울리고 음악실로 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친구들은 각자 제자리에 쏜살같이 앉았다. 반장이 인사를 했다. 그런데 심통이는 삐딱하게 앉아 다리를 의자 밖으로 쭉 내밀고 있었다. 음악 선생님은 심통이를 보셨다. 조 선생님은 심통이 자리 쪽으로 가셨다. 그리고 심통이에게 음악 선생님은 구십 도로 인사를 정중히 하시면서 말했다.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으십니까?"


심통이는 깜짝 놀랐다. 반 친구들도 놀라며 심통이를 쳐다보았다. 심통이는 곧바로 바르게 고쳐 앉았다. 그러자 음악 선생님은 교탁 쪽으로 걸어가셔서 전체 학생들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모두 불편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네!"


반 친구들은 힘차게 대답을 했다. 심통이도 작은 소리로 대답을 했다. 음악 선생님은 첫 시간에 재밌는 독일 민요를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독일말로 부르도록 가르치셨다. 친구들은 신기했다. 독일말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친구들은 좋아했다. 그 후로는 심통이는 음악시간에 도망가지 않고 꼭 첨석을 했다. 다른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빼먹고 도망을 가곤 했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심통이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도망을 가도 찾지 않는다. 오히려 심통이가 없는 것이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서 좋아하셨다. 심통이는 다른 수업시간에는 거의 출석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음악시간만은 꼭 출석을 한다. 이런 사실을 선생님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도 알게 되셨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을 부르셨다. 음악 선생님은 교장실로 갔다. 교장선생님께서 커피를 내놓으시면서 말씀했다.


"조 선생님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심통이가 음악시간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음악수업을 하는 게 놀랐습니다."

"예, 심통이가 그렇게 말썽꾸러기인 줄은 몰랐습니다."

"1학년 초부터 보통 말썽이 아닙니다. 부모도 여러 번 오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선생님들도 포기할 정도였으니까요."

"예, 그러셨습니까? 제가 보기엔 별 말썽을 부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허허, 그래요? 조 선생님 앞에서는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셨습니까?"

"뭘 한 것은 없습니다. 첫 시간에 자세가 안 좋아 보여서 제가 심통이 앞에 가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불편한 것이 없는지를 물었을 뿐입니다."

"허허, 그것이었습니까? 거참 신기하네요. 심통이가 그 말 한마디에 태도가 달라지다니요?"

"심통이도 자존심이 있는 거지요. 자기를 정중히 대해주니깐 심통이도 저에게 정중히 대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군요. 참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많이 심통이를 잘 지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음악 선생님은 교장실을 나왔다. 그리고 음악실로 갔다. 친구들은 복도를 걸으면서 독일 노래를 신나게 부른다. 선생님들도 웃으시며 음악 선생님을 부러워했다. 음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야~', 또는 '너!' 이렇게 부르지 않으신다. 꼭 '자네!'라고 부르신다. 처음에는 봄득이도 이상했었다. '자네' 그렇게 부르니깐 어른들이 말하는 곳 같았다. 그런데 '자네들' 하는 소리를 자주 들으니 괜찮은 것 같았다. 꼭 우리를 어른으로 대접하시는 것 같았다. 봄득이도 학생들에게 깍듯이 예의를 보이시고 항상 존댓말로 대해 주시는 음악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봄득이는 집에서도 부모님께 예의를 갖추고 존대어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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