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되었다. 초등학생 6학년인 지영이는 아빠랑 한 달 동안의 유럽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기차를 타고 여덟 나라를 여행을 했다. 어느 날 기차에서 내려서 기차역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 지영이는 아빠랑 들어갔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지영이는 피자와 콜라를 시켜서 아빠랑 함께 먹고 있었다. 그런데 웬 단정하게 허름한 옷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여기저기 식탁들을 돌면서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물을 자루에 담고 있었다.
"아빠, 저 할머니를 봐! 남이 먹고 남긴 음식물을 담고 있어~"
"응? 그렇구나~ 아마 가난한 할머니인가 보다. 먹을 것을 얻으려고 왔나 보구나."
"한데 식당 주인은 가만히 있어요. 손님들이 불편해할 텐데..."
"그래, 알아보자."
나중에 지영이는 알게 되었다. 식당 주인은 손님이 불편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배려하는 마음을 보이신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음식을 조금 남겨 놓는다고 했다. 어쩐지 남긴 음식물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다 먹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유럽인들은 가난한 사람에 대해서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지영이는 알았다. 오히려 가난한 할머니가 무안해할까 봐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영이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정말 어느 신사 한 분이 홀로 와서 식사를 하고 남은 음식들을 잘 정리해 두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손님들이 불편해할까 봐 식당 주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쫓아내는 것을 지영이는 보았다. 당연한 것으로 지영이는 알았다. 어느 날 아빠 따라 다방에 간 적이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돌아다니며 껌을 팔아달라고 내밀었다. 그때에 한 노신사가 손짓으로 여자아이를 불렀다. 그리고 여자아이에게 고생이 많구나 하시면 오천 원을 주고 껌 몇 통을 사면서 훈계를 하는지... 격려를 하는지... 한참 동안 말을 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표시를 했다. 지영이는 좋은 분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유럽에 와서 손님이 가난한 할머니에게 배려하는 것을 보고서야 무엇이 옳은 것인지를 깨달았다. 한국의 노신사는 여자아이의 자존심은 중요하지는 않고 자신의 의를 드러냈구나.. 유럽의 한 신사는 할머니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배려심을 보였구나.. 그렇게 생각한 지영이는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한국 같으면 이렇게 했을 거야."
"이렇게라니?"
"아줌마~ 이리 와요! 여기 것도 가져가요. 이렇게 말했을 거야."
"음.... 우리 지영이 관찰력이 대단한데"
"무슨... 배려가 뭔지를 알았을 뿐이야~"
"그것이지. 우리가 유럽여행을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면을 배우는 거지. 내 친구 얘기해줄까?"
"해줘!"
"성악가인 친구는 유럽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에 일이었지. 옆 집에 사는 한 노인이 정장을 하고 지팡이를 들고 나가시길래 멀리 가시나보다 하고 이 친구는 생각했지. 그런데 노인은 근처에 있는 가계에서 사과를 한 봉지 사들고 온 거야."
"그런데?"
"그래서 이 친구가 물었지. 멀리 가시는 줄로 알았는데... 겨우 근처에 있는 가계에서 사과를 사 오시려고 그렇게 정장까지 하셨어요 하고 물었지."
"그랬더니... 노인은 뭐라고 대답했어?"
"그 노인은 웃으시면서 말하기를 남들에게 민폐가 되지 안 으려는 거라고 했어. 이 친구는 감탄하고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지."
"민폐라니?"
"한국에서는 집안에서 입고 있던 대로 슬리퍼 싣고 질질 끌며 나갔다오잖니? 남이야 뭔 상관이냐 하면서 말이다."
"나도 그런데..."
"그만큼 유럽인들은 사소한 일이라도 정중하게 품위 있게 살아간다고 친구는 말했지."
"아~그래서 유럽엔 도시들도 아름답구나!"
"그뿐만 아니야~이 친구가 공원에서 노래를 부르잖아? 그럼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어준다고 해."
"한국 같으면 못마땅한 표정을 할 텐데.. 남을 배려하는 것이 생활이 되어 있어요."
지영이는 아빠랑 피자를 먹고는 일부 조각을 예쁘게 차려놓고 피자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