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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의 소래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네 살 된 지희는 아빠를 따라 소래에 갔다. 소래는 인천에 있는 자그마한 포구이다. 아빠는 학교 선생님이셨다. 주말에 인천 작은 부두 소래로 사진반 언니들을 데리고 갔다. 열 명의 언니들이 사진기를 하나씩 어깨에 메고 소래 포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지희는 언니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갯벌에 기우뚱 서있는 고깃배를 언니들은 열심히 찍었다. 지희는 소라껍데기도 줍고, 갯벌에 있는 게를 쫓아다녔다. 게는 두 팔을 높이 쳐들고 햇볕을 쬐는 모양이다. 그러다 지희가 막대기로 톡 치면 쏜살같이 게 구멍으로 쏙 들어간다. 지희는 막대기로 게 구멍을 쑤시고 파헤친다. 그러나 게는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지희는 다시 다른 게를 쫓는다. 언니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다. 지희 아빠는 학생들에게 점심식사하라고 했다. 언니들은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지희 아빠는 가까운 매점에 가서 김밥을 사 왔다. 봄날인데도 바닷가라서 바람이 차가웠다. 지희는 김밥을 조금만 먹고는 언니들에게 갔다. 언니들이 지희를 귀엽다고 하며 음료수를 줬다. 지희는 언니들 곁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셨다.


"언니야, 이거 먹어!"

"고맙다. 지희야!"


지희는 주머니에서 왕사탕을 꺼내서 언니에게 내밀었다. 언니들은 지희를 바라보고 방긋 웃어주었다. 지희에게 음료수를 준 언니가 왕사탕을 받았다. 다른 언니가 지희에게 초콜릿을 줬다. 지희는 초콜릿을 받아 쥐고는 아빠한테로 왔다. 지희 아빠는 언니들을 둘러보며 주변에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지희가 다가오자 아빠는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녹차 한 잔을 지희에게 주었다. 지희는 초콜릿 반쪽을 먹고는 아빠에게 주고 녹차를 마셨다.


"선생님! 저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요~"


은영 언니는 사진반의 반장이었다. 포구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다.


"오, 그렇군. 뭘까? 가보자~"


언니들도 선생님을 따라 포구에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지희도 아빠의 손을 잡고 따라갔다. 거기에는 작은 고깃배 한 척이 들어와 있었다. 어부 아저씨가 포구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잡은 새우들을 쏟아놓았다. 팔딱 튀는 새우들이 신기했다.


"아빠! 저거 뭐야?"

"새우란다. 방금 잡아와서 새우들이 싱싱하단다. 팔딱팔딱 튀지?"

"응, 왜 팔딱 튀는 거야?"

"새우는 물밖에 나오면 물속으로 가려고 팔딱 튀는 거야."

"우와~ 새우 좀 봐! 산더미처럼 쌓여있네."


민애 언니가 소리쳤다. 다른 언니들은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 틈을 비지고 끼어들었다. 한 되에 오천 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빠도 사람들 속에 끼어들어서는 새우 한 되를 샀다. 그리고 언니들에게 보여주며 먹어보라고 했다. 언니들은 놀랐다.


"이걸 그냥 먹어도 돼요?"

"그럼, 방금 소금에 절인 거야~ 먹어봐! 고소하지~"


언니들은 조금씩 새우를 집어 먹었다. 맛있다고 하며 또 집어 먹었다.


"우리도 사자!"


민애 언니가 앞장서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언니들도 줄줄이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는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 나왔다. 언니들도 새우를 산 것이었다. 이제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지 않고 새우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제 그만 사진을 찍을까? 많이들 찍었겠지?"

"예!"


언니들은 신난 듯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지희 아빠는 언니들과 함께 시외버스를 타고 소래포구에서 동인천으로 와서 다시 전철을 타고 학교로 왔다. 사진반 언니들은 각각 집으로 갔다. 지희도 아빠랑 집으로 왔다. 지희는 신나서 냉큼 아빠의 손에 있는 소금에 절인 새우가 들어 있는 봉지를 뺏어 들고는 엄마한테로 뛰어갔다.

"엄마! 엄마~ 아빠가 새우 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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