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고등학교
-기독교학교 설립에 따른 시설과 재정에 대해 꿈꾸는 글-
-2장-
다시 교장을 따라 서쪽 방인 홍보실로 김기자는 들어가니, 서울의 어느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잘 꾸며져 있었다. 삼면이 자료들이 작품처럼 걸려있고, 가운데에는 긴 전시대가 놓여 있었다. 전시대 안에는 학교전체의 모형도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교장께서 말씀하신 대로 행정의 모든 내용들이 한눈에 읽어 알 수 있도록 자료들이 짜임새 있게 전개되어 있었다. 특히 실내가 어두울 줄 알았는데, 벽 위쪽에는 간간히 미닫이창문이 있어서 빛이 들어오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내는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지금은 저녁때인지라 몰랐으나 다음 날에 와보니 실내가 자연 빛으로 은은하였다. 전시대에는 기독교적인 모형유물과 역사적 자료와 함께 많지는 않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다. 특히 학교의 모형을 보니 지금 이 행정건물은 전체의 위치에서 남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문도 남쪽에 있는 것이었다. 건물은 특이하게도 하늘에서 바라보면 십자가형을 이루고 있었다. 묘한 건축형태인 것 같았다. 그리고 운동장은 건물 옆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원형모양이었다. 전체 대지는 5천 평쯤 되어 보였다. 교실이 있는 건평이 차지하는 면적은 7백 평쯤 되고, 운동장이 1천 평쯤 되어있다. 행정실이 차지하는 건평은 60 평이된다. 학교정문 옆에는 다목적 건물과 기숙사와 관리인의 숙소가 있었다. 그리고 교장의 숙소와 일부 직원들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느덧 저녁식사 할 때가 된 듯하다. 교장은 접대실로 가서 식사를 하자고 하였다. 언제 준비해 두었는지 탁상 위에는 고향냄새가 나는 음식들이 반기고 있었다. 김기자는 속으로 쾌조를 불렀다. 사실 김기자는 몹시 배가 고파오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는 교장과 최 양과 행정부장이 동석하였다. 식사 전에 교장은 행정부장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먼 길을 오셔서 쉬지도 못하시고 시설에 대해 설명을 들으시랴 많이 힘드셨지요? 저는 강신우입니다.”
“안녕하세요? 학교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식탁의 반찬들은 학교의 밭에서 캐낸 무공해 나물들이라고 하였다. 음식들이 담백한 맛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교장은 말씀을 하셨다.
“학생들이 식사하는 음식들도 이것과 비슷하게 준비하지요. 정부가 권장하듯이 저희 학교에서는 급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300명이 되고, 교사가 20명이 되니 식사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적합한 인원이지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식사를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식당이 있고, 학생들의 식당이 따로 있지만 저희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자유롭게 식사를 합니다. 먹는데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하늘 아래에 다 같은 존재인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먹고 마시는 일에는 평등해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근본은 동일한 것이라고 봅니다. 먹고 마시는 식사에는 남녀노소의 구별이 필요 없지요. 이것이야말로 천국의 훈련이 아니겠습니까?”
김기자는 시장한 턱이라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아니 음식들이 무공해라 생각을 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김기자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후에 최 양이 커피와 과일을 내놓았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았다. 벌서 9시가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지요? 오늘은 이만하시고 내일 다시 만나서 학교건물을 직접 둘러보시도록 하십시다. 최 양이 침소로 안내를 해 줄 것입니다. 편히 쉬십시오.”
교장은 그렇게 김기자에게 말하고, 최 양에게 지시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셨다.
“어떠셔요? 얻을만한 기사가 있을 범하지요. 절 따라오세요.”
잠시 후에 최 양이 다가와 말을 하고는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김기자는 왠지 모르게 최 양이 마음에 와닿는 걸 느끼게 되었다.
“최 양은 단신입니까?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퇴근하지 않고 시중을 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천만에요. 아직 혼자예요. 기독교 교육에 조그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교육의 길이 아닐까요? 현장에서 가르치지는 않지만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시중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제자들 외에 여인들이 있었던 것을 아시지요. 전 바로 그러한 여인이 되고 싶었거든요. 저의 숙소는 바로 학교 안에 있어요. 김기자님이 묵을 숙소도 아마 제 숙소와 같은 건물에 있습니다.”
최 양의 숙소와 같은 건물에 묵게 된다는 것에 김기자는 매우 기쁘게 생각을 하였다. 사실 최 양과 더 대화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오후에는 화단 사이에 등불이 있는 줄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어둠 속에 화단을 따라 작은 기둥마다 은은한 등불들이 켜져 있었다. 최 양을 따라 화단을 질러 이삼 분 걸어가 이층이 있는 빌라형의 건물에 이르렀다. 현관에 들어서니 6평쯤 되는 아담한 로비가 있고 바라보는 쪽에 안내대가 있었다. 모든 시설에 대한 현황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벽과 왼쪽 벽에는 나무로 된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예수님과 마리아가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과 마르다가 일하던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성화가 걸려 있었다. 최 양은 이층으로 올라가 6호실 마가의 방으로 김기자를 안내하였다. 김기자는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일반 객실처럼 욕실과 방이 있고, 방안에는 침실이 하나 놓여 있으며,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김기자는 별로 짐은 없지만 가방을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주변을 흩어보고 있었다.
“맘에 드시는지요? 고단하실 텐데 편히 쉬세요.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혹 연락하실 일이 있으시면 인터폰을 쓰셔요.”
최 양은 김기자에게 말하고는 나가려고 하였다. 김기자는 황급히 말을 건넸다.
“예,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제가 늦게라도 내려온 이유가 뭘까요?”
“물론 기사거리이겠지요.”
“그럼 오늘 밤 대화할 시간을 더 주시겠습니까?”
“저하고 말입니까?”
“물론이지요. 여기 누가 또 있나요?”
“좋습니다. 잠시 차를 준비해 오지요.”
최 양은 문을 닫고 나갔다. 김기자는 베란다로 밖을 바라보니 하늘에 총총한 별만 보이고 멀리 마을들의 희미한 불빛이 띄엄띄엄 비춰오고 있었다. 어둠 속으로 밀려오는 고요가 김기자의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해 주었다. 노모를 모시고 있는 김기자는 어느덧 40의 나이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김기자는 직장의 일에 전념하다 보니 세월이 가는 줄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런 김기자는 최 양을 보는 순간 타오르는 감정을 느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김기자는 억제할 수 없는 기분에 피곤을 잊은 채 마음이 들떠 있었다. 김기자는 탁자 앞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는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어 아가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가졌던 내용들을 요점 정리하고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난 간 듯한데 최 양이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김기자는 마음이 초조해져 가고 있었다. 실없는 소리를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시 어두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문 좀 열어주세요? 손이 없어요.”
김기자는 급히 문을 열었다. 최 양의 양손에는 가득 차상을 들고 있었다.
“아니. 뭘 가져옵니까?”
“예, 녹차를 준비했어요. 긴 얘기를 하려면 녹차가 좋아요.”
그러면서 들어선 최 양은 탁자 위에 풀어놓자마자 보온병에 든 뜨거운 물을 수구에 따르고 다시 다관에 붓는다.
“이제 앉으세요?”
김기자는 놀란 표정으로 예상 밖에 일이 눈앞에 벌어짐을 보고 희열과 의아한 감정이 교차를 했다. 혹 최 양도 나와 같은 감정일까 하는 생각에 김기자는 의자에 앉는 것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예, 차를 따르는 모습이 천사 같습니다. 저에게 시간을 내주셔서 영광입니다.”
“별말씀이세요. 이것도 저의 임무가 아닐까요?”
그렇게 말하는 최 양의 모습은 더욱 김기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차를 마시는 최 양의 의연한 자태에서 그녀의 믿음이 얼마나 깊은 지를 김기자는 엿볼 수가 있었다. 늘 어머니께서 믿음이 좋은 참한 여자를 만나 거라고 하셨던 말씀을 생각하며 김기자는 찻잔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니 차향이 김기자의 마음속 깊이 사랑으로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실은 최 양과 대화를 더 갖고 싶었습니다. 주님께서 이 여자야 하시는걸요.”
김기자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요. 전 아무 계시도 못 받았는데요? 또 모르죠. 나중에 계시가 있을 지요.”
최 양은 까르르 웃어 넘었다. 김기자는 자세를 바로 잡고서는 최 양에게 물었다.
“학교의 설립 동기가 무엇인가요?”
“설립 동기는 하나님의 진리에 기초한 교육만이 참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분들이 뜻을 모아 세운 것이지요. 처음에는 두세 분이 모여 기도하며 구체적으로 준비하여 5년이 지나서야 설립할 뜻이 전달되었고, 이를 이해한 후원자들을 만났고 많은 분들이 소식을 듣고 조금씩 후원하게 되어 학교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설립자가 재산을 내놓아서 학교를 세운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면 얼마나 재정을 갖고 시작한 것입니까?”
“정확하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지만 대략 토지만 5천 평에 1 억 5천만 원 정도이고, 건물은 총 1천8백 평 정도로 3억 5천 정도이지요.”
“그러니 총 5억 6천 정도의 재산으로 시작한 셈이군요.”
“예, 그런 셈이지요. 모두 이 학교에 뜻을 가지신 후원자들에 큰 도움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혹 큰돈을 낸 후원자는 없는지요?”
“물론 있지요. 그러나 그들은 일반 후원자와 같은 입지를 수긍하며 큰돈을 후원하였기에 특권의식을 갖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학교에 대한 뜻이란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진리에 기초한 참 교육 즉 기독교적인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에 대한 뜻이지요.”
“기독교적 교육을 하는 학교란 어떤 학교를 말하는 것입니까?”
“예, 그런 질문을 하시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저희 학교의 시설에 대해서만 취재해 주시고 다음 기회에 기독교 학교에 대한 말씀을 드리지요.”
“아참, 그렇군요? 제가 방문 취재목적이 학교의 시설에 관한 것이었군요. 한 가지만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무슨 질문입니까?”
“실은 최 양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말입니다.”
“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별로 드릴 말씀이 없는데요.”
“아~ 젊어 보이는데 하필이면 이런 시골 학교에서 세월을 보내는지가 궁금합니다.”
“예, 전 교육에 뜻이 있어서 사범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교단에서 가르치는 것만이 교육자의 길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교육을 위한 행정도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행정을 선택하였습니다. 지금은 학교 홍보 및 교육 행정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젊어요? 서른이 넘었다고요.”
“결혼할 생각은 없는지요?”
김기자는 평소 같지 않게 대답하게 질문을 하였다.
“예? 결혼 말씀이세요? 물론 생각하고 있지요. 그러나 저의 이러한 뜻을 이해할 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김기자는 얼굴이 밝아지면서 하나님은 저를 위해 준비하셨구나 하며 ‘할렐루야!’ 하고 속으로 외쳤다
“저 역시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교단에서의 교육보다는 교단 밖에서 교육에 이바지하고픈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잡지 기자이지만 지면을 통해 교육에 대해 기사를 쓰고 있지요.”
“어머, 저와 비슷한 꿈을 가지셨네요?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갔어요. 이제 편히 쉬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최 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기자는 아쉬운 심정이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저에게 시간을 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차후에 한턱을 내지요. 괜찮지요?”
“물론 좋습니다. 제가 한번 서울에 가면 찾아뵈지요. 그때 턱 내세요.”
최 양은 가만히 문을 닫고 나가자 김기자는 벌렁 침대에 쓰러졌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학교에 관한 것보다는 최 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