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을 위한 소설 편]
8. 다시 동해로 가다
어머니께서 일찍 일어나셨다. 이제 철민과 성숙이가 다시 동해로 가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떠나가는 두 자녀를 위해 손수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누나는 어머니 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잤으며 철민은 건넛방에서 홀로 잤었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철민이가 좋아하는 생선과 호박요리를 곁들였다. 특히 호박과 새우젓으로 만든 호박찌개는 일미였다. 요즘에 누가 가마솥으로 밥을 할까? 그런데 철민의 어머니는 항상 가마솥으로 밥을 하셨다. 가스 불 위에 놓여 있는 작은 가마솥에는 피익 픽하는 소리를 내며 증기를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밥이 다 된 모야이었다. 어머니는 불길을 줄이고 솥밥을 뜸 들이었다.
아침 바람이 참으로 신선하였다. 밝아오는 창가에 햇빛에 잠이 깬 철민은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창문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하얀 구름들이 창문에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그 창문에서 하얀 꼬리를 만들며 날아가는 전투기가 조그맣게 보였다. 이제 어머니와 떨어져 있게 되자니 마음이 무겁던 철민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철민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으로 나갔다. 왠지 철민은 옛날처럼 마당에서 세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펌프에서 철민은 물을 끌어올려 세면대에 물을 담았다. 그리고 철민은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었다. 그는 가볍게 몸을 풀고는 마당에 있는 화단으로 가서는 화초에 물을 힘껏 뿌려주었다. 놀란 새들이 푸드덕 하늘로 날아가고 잠에서 깨어난 나무들이 요란하게 가지들을 흔들어 대었다. 그는 마당에도 물을 뿌려주었다. 훈훈한 흙냄새가 철민의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그는 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깊이깊이 흙냄새를 들이마셨다. 삐걱하며 대문이 열리자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당으로 들어오셨다. 철민은 아주머니들께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였다.
“아이코, 도령님이 일찍 일어나셨네? 부지런도 하시지.”
철민의 인사를 받은 아주머니들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가셨다. 아주머니들에게 얼굴인사를 하고는 방 쪽을 향하여 어머니는 철민의 누나를 불렀다.
“성숙아! 일어났냐? 아줌마들이 오셨단다.”
“예, 일어났어요. 곧 나가요.”
누나는 워낙 부지런한지라 철민이가 일어나자 바로 일어나서는 세면을 하고 몸단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오는 누나는 아주머니들께 인사를 했다.
“안녕하셔요? 일찍 오셨네요? 저희 때문에 일찍 오셨군요.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없더라도 자주 놀러 오세요. 어머님이 늘 혼자 계셔서…….”
“물론 너희들 없어도 우린 자주 와! 안 오면 우리가 심심한 걸~ 그래, 아침식사는 아직 안 했겠지? 우리가 조금 음식을 가져왔거든…… 맛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아주머니들은 가져온 음식들을 마루에 있는 식탁 위에 내놓으셨다.
“이거 미안해서 어찌하나, 아침식사가 진수성찬이 되겠구먼. 자, 어서 와서 자리에 앉아라!”
어머니는 벌써 아침식사 준비를 다 해놓으셨나 보다 마당에 있는 철민에게 다가가시면서 손짓으로 부르셨다. 철민은 어머니를 따라 마루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누나와 아주머니들이 식탁 앞에 앉아 계셨다. 식탁 위에는 어머니가 만든 음식들과 아주머니들이 가져온 음식들이 가득하였다. 철민은 식탁 위를 보자 눈을 동그래 크게 뜨고는 아주머니께 고맙다고 고개로 꾸벅 절하고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께서도 국그릇들을 날라 오시면서 자리에 앉으셨다.
향긋한 음식 냄새가 마루 안에 가득 채워졌다. 철민은 자신이 좋아하는 호박국과 아주머니들이 가져온 호박전에 눈길이 가있었다. 담백한 생선찌개가 입맛을 북돋아 주었다. 한 씨 아주머니는 기독교인이라 식사기도를 하였다. 한편 마당에 새들이 즐겁다고 노래를 해주니 아침식사가 한층 더 풍요롭고 흥겨웠다. 그러나 철민은 여럿이 식사하는 모습에서 더욱 흥겨워했다. 그래서인지 철민은 연신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식사를 하였다. 오늘 따라 철민은 식사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아주머니들이 함께 식사를 하니 행복이 집안에 가득한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누나도 기분이 좋은지 즐겁게 그리고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가자 한 씨 아주머니가 먼저 식사를 빨리 마치고는 커피를 준비해 오셨다. 마루에는 다시 커피 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들 식사를 마치고 마루에 있는 소파에 둘러앉아서는 한 씨 아주머니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어머니는 누나에게 말하였다.
“얘, 성숙아! 이곳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 아주머니들과 자주 지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낸다. 그리고 심심찮게 장사라도 하니 하루가 잘 간다.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벌고 하니 여기는 신경 쓰지 마라.”
“그래도 어머니, 나이도 적지 않잖아요? 몸도 돌봐가면서 일하셔야지요. 저희가 보내드리는 돈은 그저 생활비에 보태시라고만 하는 뜻이 아니에요. 늘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이니 별 생각 마시고 받아주세요.”
성숙 누나는 철민을 바라보면서 그렇지 하는 것이었다. 듣지 못하는 철민은 눈짐작으로 알고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이었다.
“알았다. 그래 그렇게 하기로 하자. 이담에 너희들 결혼할 때에 쓰기로 하고 저축해 두겠다. 참 고맙다. 너희들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계신 돌아가신 아빠가 기뻐하실 게다.”
그렇게 말하시고는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셨다. 옆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도 누나와 철민을 번가라 바라보며 한 씨 아주머니가 나서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너희 어머니가 없으면 적적해서 못 견딘다. 어떻든 부럽다. 요즘에 누가 부모생각을 하더냐? 다 제 살길 바쁜데 말이야. 그런 너희는 어쩜 요렇게 어머니 생각이 깊으냐? 하나님이 복 주실케다.”
“아주머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저희를 위해 아침 일찍 오셔서 적적하지 않게 해 주시고, 좋은 음식까지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주 왕래해 주세요.”
성숙누나는 철민의 몫까지 대신한다는 듯이 철민의 손을 꼭 잡고는 함께 큰 절을 하였다.
“뭘, 괜찮다. 우리가 좋아서 하는 것뿐이니까.”
“언제 시간이 되면 한번 동해로 우릴 불러주렴. 너희 어머니랑 바다구경이나 했으면 좋겠다.”
김 씨 아주머니가 넙죽 말을 던졌다.
“그럼요. 언제든지 오셔요. 이번에 리모델링했거든요. 그래서 잠자리는 충분하거든요. 이번 여름에 오시면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성숙누나는 반기듯이 말했다. 그렇잖아도 어머님이 자주 놀러 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던 성숙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는 마음을 가졌다. 어머니께서 안방으로 가셔서는 뭔가 봇짐을 가져오셨다.
“숙아, 그동안 심심풀이로 만든 것이니 잘 활용하도록 해라. 별거 아니다. 너와 철민의 여름옷이다. 이번 여름은 꽤 덥다고들 하더구나. 그래서 시원한 옷감으로 만들어 보았다. 맘에 들지 모르겠다.”
“어머니도 솜씨가 좋으신 걸 다 아는데, 웬 겸손하신 말씀이세요. 어느새 이렇게 옷도 만드셨어요. 요즘은 사 입는 게 편해요. 이번 여름은 더위를 모르고 지내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
누나가 그렇게 말하자 철민도 기웃하며 옷 봇짐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철민은 옷을 잘 갈아입지 않는 편이지만, 사 입는 것보다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옷이 훨씬 편해서 오래 입는 편이었다. 그러나 누나가 챙겨주어야 옷을 갈아입는다. 누나는 안방으로 들어가서는 떠날 채비를 하고 나왔다. 철민도 누나의 따라 건넛방으로 가서는 노트북이랑 다른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다. 어머니는 철민이가 좋아하는 밑반찬을 한 꾸러미 내오시면서 말했다.
“이것은 여기 아주머니들이 특별히 마련해 준 음식이란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만든 것이니 입맛 없을 때 꺼내 먹어라. 특히 철민은 입이 짧으니 좋아하는 것을 많이 만들었다.”
“아주머니,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와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음식까지 준비해 주셨습니까? 저희도 이 신세를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 여름엔 꼭 동해바다로 놀러 오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성숙누나는 다시 머리를 숙여 절하니 철민도 따라 절을 하였다.
“뭘 그래, 다 가족처럼 생각해서 한 거야. 맛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단다. 맛있게 먹어다오.”
아주머니들의 말들을 듣고서 철민은 누나와 함께 현관을 나서며 마당으로 나왔다. 햇볕이 따갑게 느껴졌다. 이젠 6월도 중순이 지나갔으니, 아침만 잠깐 서늘하고 곧 더워지는 것 같았다. 대문 밖으로 큰 짐 보따리를 들고 밖으로 나오니 어머니와 아주머니들도 함께 따라 나오셨다. 철민과 누나는 다시 큰 절을 올리고는 자동차에 탔다.
“잘 가라! 차 조심하고…….”
“예, 어머니 염려 마세요. 천천히 갈게요. 아주머님들 고맙습니다. 이번 여름엔 꼭 놀러 오세요. 꼭이요.”
“그래, 그래. 고맙다. 어머니 모시고 놀러 가마.”
아주머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치고는 손을 흔들었다. 철민은 차창을 사르르 열고는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차는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점점 집과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멀어지는 것을 철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와 아주머니들은 자동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며 손을 흔들었다. 차는 곧 산기슭을 따라 간간이 있는 집들 사이로 꼬불꼬불 빠져나갔다. 덕릉고개를 멀리하며 신작로를 따라 구리 인터체인지로 들어서니 차들이 제법 지나갔다. 그녀의 차도 미끄러지듯이 차들 속으로 조용히 달리고 있었다. 누나는 차분히 운전을 하면서 핸즈프리 전화선에 핸드폰을 연결을 하였다. 철민은 노트북을 꺼내어 차내에 있는 무선통신선에 연결을 하였다. 그리고는 노트북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메일이 여럿 와 있었다. 그는 참카페(chalm cafe)로 들어가 친구들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