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을 위한 소설 편]
7. 찾아온 누나의 친구들 |
철민은 다시 건넛방으로 건너가서는 노트북을 열었다. 아침에 자동차로 서울로 오던 중에 메일을 보냈던 친구들 중에 한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있었다. 중국 연변에 사는 조선족 형국이란 친구로부터 온 것이었다. 그는 연변에 있는 한 과학기술대학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30대 중반인 교수였다. 연변에 한 백화점에 자리가 하나 나왔다고 하였다. 임대료가 50만 원 정도이며, 계약기간은 50년이라고 하였다. 자리는 약 열 평 남직한데, 음악시디나 테이프와 액세서리 같은 것을 판매하기에 딱 좋다고 하였다.
요즘 중국의 중고생들도 제법 자본주의에 물들어서인지 외국 음악을 좋아한다는데, 특히 한국 가수의 음악을 더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중국인들이 한국에 관광을 자주 오갈 때마다 명동에서 구입한 액세서리를 매우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한국인이 직접 한국 물건과 해외 물건을 들여와 진열한다면 잘 팔릴 것이라고 하였다. 총경비는 임대료 50만 원과 실내장식 10만 원 그리고 기타 약간의 경비를 포함하면 100만 원 정도이면 시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철민은 곧 의뢰한 손님에게 이메일로 자세히 경와 지역 위치와 환경 등을 손쉽게 전리하여 보냈다. 곧 회신이 왔다. 수입이 얼마나 예상되는지 알고 싶다고 물어왔다. 그래서 다시 중국 연변의 친구에게 물으니 곧 답장이 왔다. 예상 수입은 20만 원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5개월 내에 투자자금을 뽑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이 내용을 손님에게 회신하였더니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거래 날짜와 장소를 주선해 주고 여행일정을 잡아 주었다. 손님은 선약금으로 철민의 온라인 통장에 입금을 시켰다. 거래평정자동시스템에 의해 투자 가치를 평가하여 선약금을 지불하고는 3년 경과 후에 실적에 따라 잔금을 지불하는 형식을 손님은 선택하였다. 다시 철민은 중국 연변에 있는 친구 형국에게 결과를 회신하고는 최종마무리를 하였다.
잠시 후에 어머니께서 다식과 커피를 내오셨다. 철민은 점심으로 커피와 빵으로 때우고 하는 것을 어머니도 잘 아시는지라 점심으로 빵 대신에 다식과 커피를 내온 것이었다. 철민은 노트북을 닫고는 마루로 나와 어머니 곁에 앉았다. 그리고 커피랑 다식으로 어머니와 함께 먹었다. 다식은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것이었다. 여러 가지 좋은 영양 재료들로 섞어서 만들었기에 몸에 좋다고 하셨다. 감칠맛도 있고, 고소하였다. 어머니는 철민이가 올 때마다 맛있는 다식을 만들어 주시곤 하였다. 그래서 철민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다식을 매우 좋아하였다.
한편 누나는 종로 1가에 한 카페에서 초등학교 동창들과 이야기꽃이 만발하였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옛이야기에 시집간 친구의 남편자랑이랑 수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동생 철민에 대한 화제가 되어 누나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철민에게 전화를, 아니 문자로 연락을 했었던 것이었다. 어릴 적에 얌전하면서 또릿또릿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하면서 장성해서도 여전히 또릿하냐고 물었다. 철민의 누나는 동생은 자신에게 너무나 완벽하게 행동을 해서 너무 피곤하다고 친구들에게 투정을 부렸다. 사실은 누나가 더 완벽주의 성격이라는 것을 친구들은 잘 아는 터인지라.
“그래도 너보다는 덜 하겠지. 뭐~”
이구동성으로 친구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럴 것이 듣지 못하는 철민은 자신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매사에 철두철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어머니와 누나에게 의존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너무 죄송할 뿐이라고 생각하였던 철민은 그래서 자립하려는 마음이 컸던 것이었다. 그래서 철민은 자신에게 완벽하도록 노력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누나도 듣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들을 수 있는 자신이 미안하게 생각되어서 동생의 귀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항상 동생보다 앞서서 생각하려고 힘써 왔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누나에게는 완벽한 생활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항상 어려운 일은 누나와 동생이 서로 힘을 합하여 헤쳐 나가곤 하였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홀로 하는 것의 두 배 이상의 능력을 유지해 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직 세상은 험악하기만 하였다. 누나는 친구들과 저녁을 집에 가서 먹기로 하였다. 누나는 집에 전화를 하여 오늘 저녁은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하겠다고 하니 어머니는 쾌히 허락을 하시고는 몇 명이나 오냐고 물었다. 누나는 친구가 넷이라고 말했다.
종로의 거리는 점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 퇴근 시간이 가까이 온 모양이었다. 버스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늘어나고, 거리마다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어두워지기 전에 너의 집에 가자!”
한 친구가 재촉함으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집을 일찍 간 친구는 귀여운 여자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연신 아이와 실랑이하면서도 친구들과 대화하기에 분주하였다. 카페를 떠나 밖으로 나온 그들은 성숙의 자동차에 모두 탔다.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친구가 앞자리에 아이와 함께 앉고, 나머지 셋은 뒷자리에 앉았다. 성숙의 자동차는 복잡한 종로를 빠져나와 비원 앞을 지나쳐 종로의 길을 달렸다. 자동차는 혜화동 길을 지나 미아리 고개를 넘어갔다. 예나 지금이나 미아리 고개는 여전히 막힌다. 칭얼대는 여자아이에게 과자를 주니 조용해졌다. 미아리 고개를 넘어 간선도로를 따라 달린 자동차는 상계동으로 진입하여 달리더니 당고개를 넘어갔다. 지금의 당고개는 전에는 덕릉고개라고 불렀었다. 자동차는 덕릉고개를 넘어서 어머니의 집에 도착을 하였다. 누나의 친구들이 집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이미 5시가 넘었다.
어머니는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잽싸게 음식들을 마련해 놓았다. 어제 만든 나물이랑 전도 준비해 놓았다. 그리고 얼큰한 고깃국과 신선한 생선구이까지 준비해 놓으셨다. 집안으로 들어선 누나의 친구들은 동생 철민을 보자 멍하니 서있었다.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다른 사람으로 오해할 뻔했었다. 잘생긴 얼굴에 의젓한 체격에 남자의 냄새가 물씬 나니 누나의 친구들은 어릴 적처럼 귀여우리라고 생각했었던 기대가 깨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목례로 누나의 친구들을 맞이한 철민은 곧 자기 자리로 갔다. 누나와 친구들은 어머니께 차례로 인사를 하고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어머니는 누나의 친구들에게 반가움에 말을 했다.
“참으로 오랜만이군. 그래 잘들 지내었나?”
“예, 어머님은 건강하시지요? 동생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자네들도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났지?”
“예, 세월이 많이 지났어요. 하지만 어머님은 여전하시네요.”
“다 우리 애들이 잘해주어서지. 자, 식사나 하지. 별로 차린 것은 없지만 이 생선은 동해에서 가져온 것이라네. 맛보게나. 여자아이는 이리 주게. 어쩜 요렇게 귀엽지!”
어머니는 친구의 여자아이를 두 팔을 벌려 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머님도 같이 식사하셔요!”
“아니다. 너희들이나 들어. 나중에 먹지. 뭐. 모처럼 왔는데 얘기 나누면서 천천히 식사를 해라.”
어찌 된 일인지 여자아이는 방글 웃으며 낯가림을 안 하였다.
“이 아이 좀 봐라! 날 친할머니로 아는지 반기는구나. 여유, 예쁘기도 해라!”
누나가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눈치챈 철민은 가만히 눈을 감더니만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누나는 어머니가 손자를 보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누나는 철민을 먼저 좋은 여자랑 결혼하게 한 후에 생각하리라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아직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누나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동생에게 맞는 좋은 여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식사를 마친 친구들은 서로 설거지를 하며 어머니의 식사도 준비하고 그리고는 마실 차까지 손수 마련하느라 부산했다.
여자아이의 엄마는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받아 안고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철민은 여자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싱긋 웃어주니 아이도 다라 웃었다. 누나는 맑은 국 국물에 밥을 말아서는 아이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도 먹어야지. 자, 이 정도면 됐니?”
“고마워~ 얘는 뭐든지 잘 먹어!”
여자아이의 엄마는 철민의 누나로부터 국그릇을 받아지고는 여자아이에게 조금씩 먹였다. 사람이 많은 것이 신났는지, 아니면 국밥이 맛있었는지 여자아이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철민은 바닷가에서 만난 꼬마 여자아이가 생각이 나서 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훤하고 하늘은 구름들이 간간이 뭉쳐있어서 짙은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철민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여인이라야 어릴 적에 친구였던 희선이뿐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 헤어진 후로는 영영 소식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철민의 마음은 늘 공허하기만 하였던 것이었다.
누나의 친구들이 과일과 차를 가지고 철민에게로 와 모였다. 누나는 신속히 건넛방에 가서 컴퓨터 모니터가 장치된 작은 탁자를 가져왔다. 철민은 매우 빠르게 모니터로 누나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누나들 안녕하십니까?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제가 많이 변했지요? 아가 들어오실 때에 놀라시는 표정을 보았어요.”
누나의 친구들은 또다시 놀라며 자기들의 마음을 읽는구나 하고 중얼거렸다. 그것까지도 철민은 알아차렸다. 한 누나의 친구가 키보드로써 철민에게 글을 보내었다.
“철민아, 네가 여러 나라의 말을 다 알아듣는다며……. 어느새 그걸 다 배웠어?”
“응, 누나가 많이 도와줬어. 컴퓨터와 지내니깐 여기저기 인터넷을 찾다 보니 언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누나에게 필요한 책을 구해달라고 해서 스스로 익힌 셈이지요. 그래서 세상 어디든지 들어가 그들의 생활을 하나씩 알게 되었어.”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그렇게 여러 나라의 말을 잘 못하는데 말이야.”
“맞아, 대학을 나오면 뭘 하니?”
“ 그렇지 않아요. 나야 말을 못 하고 듣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지요. 할 수 있다면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싶고, 소리가 어떤 것인지도 알고 싶어요.”
“애, 그럼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는 거야?”
“내가 보여줄게, 누나의 노트북을 가져다줘.”
누나는 철민의 글을 보고는 곧 건넛방에 있는 누나의 노트북을 가져왔다. 철민은 무선 인터넷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노트북을 열고 잠시 후에 인터넷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홈페이지를 열고는 거기서 친구를 부르는 사이트에서 미국에 있는 친구를 불러보았다. 노트북 상단에 부착된 빨간 점등이 깜빡거리더니 상대편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철민은 그 내용을 누나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윈도 창을 하나 더 열어 놓았다. 거기에 한글로 즉시 번역을 하는 것이었다. 누나들은 놀랐다. 먼 미국에 어디에 사는지 모르는 친구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리고 메일로 답장을 받으면서 대화를 하는 철민의 모습을 바라보고서 모두 감탄하고 또 감탄을 하는 것이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서로 글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렇게 철민은 말을 하지 못하여도 글로써 세계나라에 친구들을 얻었고, 서로 유익한 것을 알려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원하는 물건을 보내주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대편의 얼굴을 볼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때때로 서로 자기가 처한 환경을 보여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철민이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외국인들은 그에게 더욱 친근감을 가지며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장애인이라고 멸시하고 차별을 하며 친근감보다는 경계를 했을 것이라고 누나의 친구들은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이 영원히 장애자로 남아 있어야만 했던 것이었다. 장애인에게 배려하여 동등하게 생활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럴 수밖에 정상인 사이에도 서로 헐뜯고 무시하여야 경쟁 사회에서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거나 인정해 주거나 공감을 갖지 않으려는 심정인 것이었다. 그리고 혈연이니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면서 자신의 입지만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혈안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사회에서는 어찌 장애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철민은 그런 사실을 인터넷 속에서 알았던 것이었다. 외국인을 알게 되면서 국제사회의 특징과 차이를 발견하고 우물 안의 의식을 벗어낼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철민에게는 외국인 친구들이 많다. 그들로 인해 철민은 새로운 아이티(IT) 사업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누나의 친구들은 철민이가 멋져 보였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필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예리한 성품에 또한 놀라워했다. 밖에는 어느덧 어두워졌고, 여자아이는 잠이 들었다. 이제 누나의 친구들은 돌아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철민에게 말했다.
“철민아, 다음에는 네가 근무하는 집에 가보고 싶다. 초청해 주라! 응?”
철민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누나는 친구들을 배웅하고 오겠다고 말하고는 친구들과 함께 집을 나갔다. 어머니도 대문까지 배웅을 하셨다. 자동차의 소리를 듣지 못하여도 자동차의 불빛으로도 차가 떠나는 것을 알았던 철민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이 사람들과 벽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철민은 종종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멀리 보이는 별도 자기처럼 세상과 벽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방인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별은 철민에게는 유일한 친구였다. 별은 언제나 철민에게 새로운 것을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