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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와 거지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원이는 국민학교 1학년이었다. 학교는 교실이 부족해서 한 교실을 두 학급이 사용하므로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학생들은 학교를 간다. 원이는 오후반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오전반이라서 아침 일찍이 학교에 갔다. 원이는 아침밥을 먹고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원이의 집은 옛날식 한옥이었다. 원이는 대문을 삐꺽하고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은 추운 봄 날씨라서 바람이 차갑다. 원이의 집은 산언덕 아랫마을에 있다. 그래서 좀 더 추웠다. 그런데 원이는 대문 옆 담장에 웬 거지가 몸을 쪼그린 채 졸고 있는 곳을 보았다. 원이는 한참 동안을 졸고 있는 거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원이는 거지 옆에 가만히 다가가서는 거지처럼 쪼그리고 앉았다. 따스한 아침 햇볕이 담장에 가득 채워주었다. 그런지 원이는 온몸이 따뜻함을 느꼈다. 거지가 부스스 움직이더니 눈을 떴다. 원이는 거지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왜 여기서 자?"

"응, 추워서 몸을 녹이는 거란다."

"왜? 집이 없어?"

"집? 거지가 무슨 집이 있어!"

"밤새 여기 있었어?"

"아니, 산에서 자다가 새벽에 내려왔지...."

"아침밥은 먹었어?"

"아니."

"배고프겠다."


원이 후다닥 일어나서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엌으로 들어가서 아궁이 옆에 있는 밥이랑 반찬을 들고 나왔다.


"아저씨, 밥 먹어!"

"고맙다."


원이는 밥과 찬을 거지 아저씨에게 주었다. 거지는 허겁지겁 단숨에 밥을 먹어치웠다.


"많이 배고팠나 봐요."

"응!"


원이는 빈 그릇을 가져다 부엌에 갔다 놓고는 다시 거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거지와 원이는 아무 말이 없이 멀뚱멀뚱 앞을 버라보고 있었다. 원이는 살짝 거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왜? 거지가 됐어요?"

"돈 벌러 서울에 왔다가 돈이 떨어졌어."

"집에 가면 되잖아!"

"차비가 없어서 못 갔지."

"집이 어딘데?"

"삼척이야."

"삼척? 얼마나 멀어?"

"아주 멀어. 하룻밤을 가야 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원이는 거지 아저씨랑 함께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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