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천사
소라 섬 하늘에는 맑고 푸르렀다. 수평선까지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바다와 선을 그리듯 하였다.
이때에 늦도록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가 잠이 들었던 금소라는 깊은 잠을 설치는 꿈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이제는 소녀라고 말하기 민망한 나이가 된 소라는 어엿한 숙녀의 모습에 너무나 아름다워졌다. 항상 얼굴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소라는 하나둘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미국에 계신 양부모님의 은덕으로 멋지게 교양을 갖춘 지성인으로 자라게 되었다.
이제 졸업을 앞둔 시기에 금소라는 한국에 있는 작은 섬, 소라 섬으로 홀로 찾아왔었다. 듣기는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 숙녀 소라는 무슨 이야기를 하기에 밤이 깊도록 대화를 하였을까?
어린 소녀시절에는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날이 밝아오기 전에 항상 은혜의 해변으로 달려와서는 어둠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을 그려내며 밝아오는 여명을 즐기며 해 돋음을 맞이하고 하였던 것이었다. 그런 소녀 금소라는 홀로 소라 섬을 찾아온 후에는 여명이 밝아지기 전에 해변으로 나와서 해 돋음을 맞이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숙녀 금소라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며 뒤척이고 있었다. 그녀는 깊은 잠 속에서 짙은 어둠 속에서 거친 풍랑이 이는 조각배에서 애먹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리 잠을 자려고 몸부림을 쳐도 그녀가 누워있는 곳은 침대가 아니라 조각배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식은땀으로 온몸이 파렴치가 된 채로 그녀는 눈을 떠 바라보니 사방에는 푸른 바다만 보였다. 놀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은 집의 침대가 아닌 작은 조각배에 홀로 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황급히 배를 저어가며 육지로 향해 가려고 애썼지만 배는 조금도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배를 저으며 사방을 살피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섬이 보였다. 그녀는 어렵게 겨우 배를 저어 섬의 해변에 닿을 수가 있었다. 황급히 조각배에서 내린 그녀는 해변 모래사장을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해변을 걸어가던 그녀는 해변 끝에 한 여인이 바다를 향해 바라보며 서 있는 것을 목격을 했다.
“누굴까? 이 시간에 해변에 서있는 거지?”
그녀는 손으로 눈을 비비고는 다시 그 여인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바라보던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기 해변에 서 있는 여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천사인가? 날개옷을 입고 있잖아?”
그녀는 걸음을 멈춘 채 모래사장에 말뚝처럼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천사가 바라보는 곳을 향해 바라보더니 그만 입을 벌릴 채로 몸이 굳어져 있었다. 그녀가 바라본 것은 수평선에 흰 구름 속에서 해밝게 웃는 모습의 여자아이가 얼굴을 구름에서 내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넋을 잃고 있던 그녀의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고는 속삭이듯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굳어진 몸에 웬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어깨에 얹으며 말하는 소리만 들고 있었다.
“소라야! 너는 알겠니? 저기 구름 속에 소녀는 바로 너였다는 것을 말이다. 네가 어머니의 배속에 있기 전에는 하늘에 아기천사들 중에 있었단다. 네가 태중에 이르기 전에 하늘 아버지께서 너를 명하였을 때에 너는 해밝은 미소를 지으며 저 구름 속에서 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단다. 이런 네 모습을 누가 먼저 알았는지 아니? 바로 네 할아버지였단다. 그래서 너의 이름을 소(笑-웃는다)와 라(砢-서로 돕다)로써 그 웃음을 잃지 말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라고 하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준 거란다. 이제 알겠니? 네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소라, 그 이름에 담겨있단다. 너는 원래 하늘에 미소천사였었지. 너처럼 밝게 웃는 천사를 미소천사라고 부르지. 하늘에는 너처럼 웃는 천사들이 많단다. 세상에 아기들이 태어날 때마다 하늘에 아기천사들이 태중에서 사람으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란다. 그러므로 하늘 아버지는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셔서 독생자 아들로서 성령으로 태어나게 되었단다. 너처럼 사랑스러운 자녀를 기다리고 계신단다. 그러니 이젠 할머니를 염려하지 말아 다오. 하늘 아버지가 너의 할머니와 함께 하시지 않느냐? 이제 편히 자거라! 안녕~”
금소라는 잠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편히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그녀는 해가 바다 위에 높이 떠오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는 벌써 일어나셔서 마루에 아침식사를 다 차려놓은 채로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계셨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세면을 대충 하고는 마루에 계신 할머니 곁에 다가앉았다.
“할머니! 내가 태어날 때에 태몽은 누가 꿨어? 태몽은 뭐였어?”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어서는 이렇게 써서는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네 태몽은 할아버지가 꿨지. 흰 구름 위에 방긋 웃는 여자아이였어.」
간밤에 꿈에 본모습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