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도 어느 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대문이 삐걱하며 열리면서 창덕이가 대문 밖으로 나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랑 놀 사람은 모두 나오라!"
멍멍이도 꼬리를 흔들며 창덕이를 따라 나왔다. 앞집에 대문이 삐걱 열리면서 동수가 나왔다. 옆집에 대문도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찬희가 나왔다. 건넛집의 대문이 삐걱 열리고 우진이도 나왔다. 창덕의 동네친구들이 하나둘 나왔다. 모두 열한 명이 모였다. 창덕이가 먼저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모두 열 한 명이네. 우리 무슨 놀이를 할까?"
"술래잡기 하자!"
"아니, 무궁화 꽃 놀이 하자!"
"그래, 그래."
동네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술래를 뽑았다. 창덕이가 술래가 되었다. 창덕이네 동네는 막다른 넓은 골목이었다. 겨우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골목길이었다. 동네의 아주머니들도 대문 앞에 하나 둘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창덕이는 담벼락에 손을 대고 머리를 손등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무. 궁. 화. 꽃. 이. 피. 었. 습. 니. 다."
아이들은 창덕이가 뒤돌아 보기 전에 한 걸음씩 앞으로 움직여 갔다. 그러다가 들키면 술래의 손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하나둘 술래의 손에 길게 줄지어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찬희는 들키지 않게 움직여서 줄지어 있는 맨 끝의 손바닥을 치고 튀었다. 술래에 잡힌 아이들도 튀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마치자마자 쫓아갔습니다. 그때에 골목으로 들어오는 트럭을 보았습니다. 맨 앞을 뛰던 찬희는 트럭밑으로 깔려버렸습니다. 순간 아이들은 놀랐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때에 찬희의 어머니가 달려와 트럭바퀴에 깔린 찬희의 몸을 붙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찬희의 몸에서 피가 땅바닥에 냇물처럼 흘러내렸습니다. 잠시 후에 경찰과 구급차가 왔습니다. 트럭운전수는 자기의 잘못이 아니랍니다. 찬희가 트럭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목격자가 많이 있는대도 그렇게 말합니다. 병원으로 실려간 찬희는 그날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창덕은 찬희의 피가 흘러내린 자국이 있는 곳에 말뚝처럼 서 있었습니다.
"내가 찬희를 죽게 한 거야!"
창덕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창덕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 지금도 이 글을 읽으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더욱 동화로라도 글로 남겨놓고 싶었습니다. 찬희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 친구는 내 눈물을 보고 있을 겁니다. 65년이 지났는데도 말입니다. 결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