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둠의 사십 년]
그날에 있었던 이하늘의 사건 이후에는 하늘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상처를 입은 하늘은 점자성경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있었다. 한 자 한 자 점자성경을 짚어가며 읽던 하늘에게는 놀라운 일이 있어났다. 하늘은 참 빛을 보았던 것이다. 요한복음을 짚어가며 읽던 하늘은 갑자기 눈이 밝아지면서 밝은 세상이 보였다. 그녀가 상상했던 사람의 모습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 그녀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았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그 말씀은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그분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해 지음을 받았으며 그분 없이 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분 안에는 생명이 있었다.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장 1~4절)
하늘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었기에 암흑 속에만 있었다. 그런 그녀는 점자 성경을 읽는 중에 암흑은 사라지고 밝은 세상이 보였다. 그녀는 그 빛 속에서 생명을 보았다. 그분은 예수님이셨다. 그녀는 예수님을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예수님을 통해 사람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하늘은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았다. 그녀는 창조주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을 창조하셨는지도 알게 되었다. 하늘은 이 말씀뿐만 아니라 성경의 말씀을 하나하나 짚어 가면서 성령의 감동으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그녀는 눈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성경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한 그녀는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며 한 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성경은 하나님의 진리만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씀하시고 있다는 것을 하늘은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사 한분이 집에 찾아왔다. 어머니의 인도로 그 신사는 하늘이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동안 신사는 이하늘을 알게 된 이후부터 점자 공부를 하였던 것이다. 신사는 점자판을 꺼내어 하늘이 앞에 점자로 자신을 소개했다. 일전에 공원에서 만났던 분이라는 것과 남자 화장실에서 하늘을 구한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점자로 소개했다.
“저의 이름은 최강인 입니다.”
“저의 이름은 이하늘입니다.”
“오늘 저는 하늘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실 저는 하늘 씨에게 결혼을 청하러 왔습니다.”
“저는 결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입니다.”“예, 저도 잘 압니다. 그러므로 제가 함께 하기를 원한 것입니다. 저와 함께 살아갑시다.”
“제 부모님도 평생 저를 위해 희생하셨습니다. 당신께도 저를 위해 희생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늘 씨, 부모님은 나이가 많으십니다. 언제까지 하늘 씨를 위해 희생할 수가 있겠습니까?”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반드시 하나님은 그전에 저를 불러 가실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되리라 어떻게 확신하겠습니까? 저도 하늘 씨를 위해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 어떤 응답을 받으셨습니까?”
“하늘 씨의 자식을 낳으라고 응답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 혼자입니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저는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 응답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잖습니까? 누가 하늘 씨에게 결혼을 청혼할지 몰랐으니까요. 지금 당장 제 청혼을 받아들여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예? 부모님과 상의하고 하나님께 기도해 보겠습니다.”
“기도하시고 다음에는 꼭 제 청혼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고 저를 위해 희생을 하시겠다는 그 마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도 하나님의 뜻일 거라고 생각하며 기도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아주고는 방을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모든 내용을 말씀드리고 하늘이의 집을 나왔다. 그리고 강인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주여, 하나님의 뜻이거든 저의 소망을 이루어 주시옵소서. 진정 하늘 씨를 사랑합니다. 주님은 아십니다.”
하늘은 신사 강인이가 왔다 간 후에 점자성경을 손에 들고 기도했다.
“창조주 하나님, 저를 이 세상에 보내신 뜻이 무엇입니까? 저를 낳으신 부모님께도 얼마나 큰 짐이 되었습니까? 이제 또 다른 분에게 저를 맡기시렵니까?”
하늘은 기도를 마치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긴 침묵이 흘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삼일이 지난 후에 다시 최강인은 이하늘의 집에 다시 찾아왔다. 그는 항공 일정이 있는데도 그 일정을 바꿔가면서 하늘이의 집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기도 응답은 삼일이면 충분하다고 믿고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기도했다. 하늘이 어머니는 신사 강인을 하늘이 방으로 안내를 했다. 하늘은 점자성경 말씀을 읽고 있었다. 강인은 준비해 온 점자판을 꺼내서 하늘에게 내밀었다.
“그간 잘 지냈습니까? 하나님의 응답을 받으셨습니까?”
“예, 이 놀라운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 믿습니다. 저를 만나게 하신 것도, 저를 사랑하신 것도, 그리고 저를 위해 청혼하신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의 청혼을 받아 드리는 것입니까?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줄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
“저도 놀랐습니다. 당신의 손길에서 예수님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심을 봅니다.”
강인은 하늘의 손을 꼭 잡고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하늘이도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았다.
“모든 결혼 준비는 하늘이 부모님과 상의해서 할 테니 당신은 마음으로 준비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시겠지요?”
“예, 알겠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인도하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강인은 하늘의 방에서 나와 어머니께 모든 것을 말씀드렸다. 하늘의 어머니도 너무 감사하여 눈물을 흘렸다. 모든 결혼 준비는 강인이가 다 하겠으니 하늘이 어머니께서는 편한 마음을 가지시고 결혼 날자만 잡아 주시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강인이는 하늘이의 집을 떠났다.
이날 밤에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 아버지에게 강인이의 결혼 청혼을 하늘이가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혼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보, 하나님의 은혜가 이처럼 큰 적이 없었소. 부유하지도 아니하고 가난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하늘이로 인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보며 살아온 것이 아니었소. 우리가 고향을 버리고 객지생활을 하면서도 잔잔한 시냇가에 사는 사슴처럼 살아오지 않았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편 23편)
하늘이의 부모는 성경을 찾아 펴고 말씀을 이구동성으로 복창하듯이 함께 읽었다. 이처럼 하늘이 부모가 믿음으로 살아가게 된 것은 하나님이 이하늘을 이들에게 주셨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에 하늘이 어머니는 신사 강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하늘이 어머니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결혼 날짜를 잡으셨습니까?”
강인은 하늘이 어머니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물었다. 하늘이 어머니는 기도 중에 날짜를 잡았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이 해를 넘기지 말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곧 겨울이 올 텐데…….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습니다. 이미 저는 준비를 다 해 놓았습니다. 오늘 집으로 찾아뵈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와서 결혼 날짜를 의논하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어머니는 구체적 날짜는 와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인이도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럼 좀 있다 찾아뵈겠습니다.”
최강인은 흥분되어 전화를 끊었다. 하늘이 어머니도 흥분된 기분으로 집안 정리를 하였다. 하늘에게도 모처럼 예쁜 옷을 챙겨 입었다. 하늘이 아버지도 일찍 집에 들어오셨다. 하늘이 어머니는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려는 때에 최강인은 하늘이의 집에 왔다. 하늘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문 앞에 서있었다. 강인은 크게 인사를 하며 들어섰다. 그런데 하늘이가 바로 부모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 강인은 깜짝 놀라며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늘은 손을 뻗어 강인을 품에 안았다. 하늘이 부모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강인은 하늘이 손을 붙잡고 거실로 갔다. 그리고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부모님도 소파 옆 자리에 앉았다.
“어머님, 아버님, 결혼 날짜를 생각해 두셨습니까?”
“아닐세, 같이 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네.”
하늘이 아버지가 대답을 했다. 강인은 하늘이의 손을 꼭 잡고는 말했다.
“그럼 보름 후에 하는 걸로 하면 어떻습니까?”
“보름? 너무 빠르지 않나? 준비할 것도 있을 텐데…….”
하늘이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강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벌써 준비해 놨습니다. 하늘이의 결혼의상도 제가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인척들에게 알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것을 미적미적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지만, 여러모로 자네에게 많은 신세를 지는군.…….”
“어머님, 이젠 저도 가족입니다. 앞으론 두 분을 제 부모로 모실 것입니다.”
“고마우이. 우리에게 아들이 생긴 셈이군.”
“그렇잖아도, 결혼에 대해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결혼에 대해 무슨?”
“오해하지 마시고 기쁘게 들어주시면 합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보게나?”
하늘이의 아버지는 매우 궁금하신 듯 재촉을 하셨다. 강인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하늘 씨와 결혼을 하게 되면, 두 분을 떠나 저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렇지.”
“그게 아닙니다. 저는 두 분을 함께 모시며 살 것입니다. 사랑하는 하늘 씨도 두 분이 필요합니다. 저도 역시 두 분이 필요합니다. 제가 종일 하늘 씨와 함께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아직 직장을 다녀야 합니다.”
“그렇겠군.”
“그래서 저는 두 분을 모시고 하늘 씨와 함께 살기를 원합니다.”
“그러면 더욱 좋지. 우리야 어디 살든 상관이 없다네.”
“그래서 제가 하늘 씨와 나눈 내용을 두 분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서 말해보게.”
“보름 후에 저와 하늘이가 결혼을 하게 되면, 새 집을 장만하여 살 것입니다. 그 집을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의 장소도 준비해 놨습니다. 제가 항공사에 근무하므로 집은 김포공항 쪽에 아파트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정했습니다. 물론 하늘 씨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았습니다.”
“자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이토록 하늘을 생각해 주다니 고맙네.”
“더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신혼여행은 우리 둘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두 분도 함께 모시고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미 그렇게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아무래도 하늘 씨에게는 저와 두 분이 항상 필요합니다. 하늘 씨도 그것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생각하다니……. 정말 자네는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야.”
“별말씀을 하십니다. 이젠 편하게 생각하셔요. 그리고 새 집도 김포공항 쪽에 아파트 1층으로 정했습니다. 지금 사시는 집도 1층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여러모로 편하리라 생각됩니다. 여기 그 집 열쇠가 있습니다. 시간 되실 때에 한번 가보시고 혹시 필요한 것이 있거나 불편한 점이 있으면 여기로 연락을 하시면 시공하시던 분이 와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강인은 하늘이 부모에게 아파트 열쇠를 건네면서 한 명함을 같이 드렸다. 하늘이 아버지는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강인이가 건네주는 아파트 열쇠와 명함을 받았다.
“제가 하늘 씨의 생활에 불편 없도록 집안구조를 변경하도록 했습니다. 그 명함에 성함이 시공해 준 분이십니다. 한번 살펴보시고 어디가 더 필요한지 불편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부탁하시면 그 담당자가 와서 도와줄 것입니다. 두 분을 모시려고 방이 많은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음……. 그럼 이 집을 어떻게 하나?”
하늘이 아버지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걱정되는 듯이 하늘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강인은 생각해 두었던 것을 말했다.
“이렇게 하시면 어떨까요? 이 집을 전세로 남에게 맡기시고, 나중에 필요하실 때를 대비해서요. 하늘 씨가 지낸 집인지라 그리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서둘러야 할 필요는 없지.”
안심이 되는 듯 하늘이 아버지는 곧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어머니도 안심되는지 얼굴이 밝아지셨다. 하늘은 세 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방안의 온기를 느끼며 편하게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하늘이 어머니가 달력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럼, 결혼 날짜는 보름 후이면 시월 초하루나 이튿날이 되겠네요. 그런데 어느 예식장을 예약해야 하나?”
“어머니, 걱정 마셔요. 사실은 제가 벌써 예약을 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보름 후에 결혼 날짜를 잡으심이 좋겠다고 한 것입니다.”
“자네, 안 되겠군! 모든 걸 혼자 해결하고……. 우리는 뭐가 되는가?”
하늘이 아버지는 멋쩍은 듯 손으로 턱을 만지면서 한 마디 했다. 어머니는 공감한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강인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죄송한 듯이 어찌할 바를 몰라 자세를 다시 바로 잡는다. 그때 뭔가 느낌을 받았는지 하늘이도 고개를 이리저리 기우뚱했다.
“죄송합니다. 모든 걸 부모님께 상의하고 했어야 하는데……. 참 죄송했습니다. 그렇지만, 상의하였으면 많은 부분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고, 두 분께도 부담이 되실 것 같아서였습니다.”
강인은 다시 두 분께 크게 머리를 숙여 절을 하였다. 하늘이 아버지는 강인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말했다.
“아닐세, 너무 고마우이. 이렇게 멋진 분이 우리 하늘이의 신랑이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
그제야 강인은 안심이 되는지 웃음을 터뜨리면서 하늘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하늘이도 뭔가 안심이 되는지 긴장을 풀고 강인 쪽으로 다가가듯 하더니 소파에 기대었다. 강인은 가방에서 뭔가 서류를 꺼내어 두 분 앞에 내놓았다. 그리고 또 항공권도 같이 내 드렸다.
“여기 제가 예약해 놓은 예식장과 청첩장입니다. 보시고 인척과 지인들에게 나눠주세요. 더 필요하시면 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날에 함께 떠날 항공권입니다. 혹시 몰라서 미국 여행 비자를 대비해 여행사에 부탁해 놨습니다.”
“우리야 결혼식에 올 인척이나 지인들이 얼마나 있겠나? 고향 친구들 몇 분이면 된다네. 자네가 많이 필요하겠구먼.”
“저도 올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직장 동료들이나 오겠지요. 그래서 큰 예식장을 정하지 않고 아담한 예식장을 예약했습니다.”
“고맙네! 고마워.”
“이제 거의 얘기가 끝난 것 같네요. 식사를 준비할게요.”
하늘이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식사 준비를 해 놓은 것을 차리러 갔다. 아버지는 강인이가 건네준 서류와 항공권을 이리저리 살피며 보고 있었다. 강인은 소파에 하늘이 곁에 다가앉으며 하늘이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하늘이도 강인이의 손을 꼭 잡으면서 머리를 강인의 어깨에 기대었다. 벽시계가 8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냈다.
“땡, 땡, 땡 …….”
잠시 후 하늘이 어머니는 식탁으로 가자고 말하고는 하늘을 일으켜 식탁으로 데려가 의자에 앉혔다. 강인이가 함께 하니 식탁에는 가득한 분위기였다. 강인은 하늘이 옆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하늘이 먹기 좋게 음식을 가까이 놓아주었다. 하늘은 비록 보이지 않았어도 이제는 혼자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전에는 어머니가 음식을 일일이 챙겨 먹여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은 거부를 했었다. 혼자서 먹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하늘이 앞에 가까이 놓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손으로 더듬어 그릇을 만져보고는 음식의 위치를 파악하고서 스스로 잘 챙겨 먹었다.
오늘도 하늘은 강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강인이가 놓아준 음식들을 확인하고는 스스로 잘 먹었다. 식사를 하는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 강인은 마음속으로 어찌 먹는 모습도 그리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살며시 하늘이의 허리에 손을 갖다 댔다. 하늘은 움찔하더니만 자신의 손으로 강인이의 손을 어루만졌다. 강인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하늘이랑 함께 있다가 하늘이의 집을 나섰다.
이하늘과 최강인의 결혼하기 삼 일 전이었다. 하늘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던 집을 전세로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리고는 나온 길에 김포에 있는 신혼부부가 살 집을 찾아갔다.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였다. 강인이가 건네준 명함 뒤에 적힌 주소를 보고 찾아갔다. 주소는 강서구 방화동에 있는 더스카이아파트 301동 105호이었다. 1층이었다. 두 분은 강인이가 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이 4개 있었고, 거실이 넓었다. 그리고 부엌도 넓었다. 큰방에는 화장실이 따로 있었다. 그리고 옷장으로 쓰는 방이 더 있다. 두 분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하늘이가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각 방마다 특징이 있었다. 보이지 않아도 문고리를 만져보면 어느 방인지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턱이 없어 걸려 넘어질 일이 없었다. 하늘이 부모는 거실에 와 소파에 앉아 잠시 말이 없으셨다. 두 분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하늘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강인이의 마음을 보고 감탄과 고마움에 눈물을 흘리신 것이다. 두 분은 매우 만족하셨다. 그리고 두 분은 아파트를 나왔다. 살던 집으로 돌아온 두 분은 하늘이 있는 방문을 열었다. 하늘은 조용히 점자성경을 읽고 있었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의 어깨를 만지면서 점자판에다 하늘이가 살 새 집을 보고 왔다고 말해주었다.
“애야, 네가 살 새 집을 보고 왔단다. 너도 맘에 들 거야.”
“그래요. 어머니, 저도 가보고 싶었어요.”
“다음에 함께 가보자.”
그리고 어머니는 하늘을 꼭 안아주었다. 하늘이도 어머니 가슴에 얼굴을 묻고 비볐다. 모녀가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하늘이랑 어머니는 언제나 말없이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비록 서로 얼굴을 마주하여 바라볼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을 품에 안은 어머니는 속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했다. 그리고 하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늘아, 네가 이렇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잘 커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하나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엄마는 잘 알고 있단다.’
한편 어머니 품에 안긴 하늘이도 속으로 어머니께 감사를 했다.
‘어머니, 저 같은 쓸모없는 자식을 낳고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어요? 비록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제 눈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훤히 보이듯 느끼고 있었어요. 하나님께서 우리 사이를 밝게 해 주셔서 모두 느낄 수가 있었어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모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하늘이 아버지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서 하늘이 방 쪽을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리셨다.
“오 하나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을 인도하시며 보살펴주시고, 하늘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함께 살도록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저희들도 늙고 힘이 없을 때가 되어가니 하늘에게 도움을 줄 좋은 사람을 보내주셨습니다. 저희도 이젠 안심하고 눈을 감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입술을 굳게 담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시는 하늘이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