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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일상생활의 시작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8. 일상생활의 시작


새 아침이 되었다. 하늘이는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세면실에 갔다 돌아와 예쁘게 단장을 했다. 그리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점자성경을 무릎에 놓고 혼자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의 아버지 되신 하나님, 오늘도 당신의 은혜를 따라 하루를 인도하여 주세요. 출근하는 제 남편과 아버지와 함께 하셔서 하는 일마다 선하신 당신의 손길로 형통하게 하여 주세요. 저를 위해 수고하시는 어머니께도 사랑의 하나님이 위로해 주시고 건강을 지켜주세요.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때에 어머니께서 방에서 나오셔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셨다. 강인이가 좋아한다는 두부된장찌개를 만드시고 계셨다. 곧이어 아버지께서 방에서 나오시고 세면실로 가셨다. 하늘이는 기도를 마치고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직 강인이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예수를 알기 전에는 아침마다 어머니께서 깨워주셔야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그러나 예수를 알고 난 후에는 그녀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기도를 하게 되었다. 오늘은 그녀가 일찍 일어나 몸단장을 하고 난 후에 기도를 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함이었다.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옆을 바라보았다. 하늘이가 보이지 않았다. 강인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 옆 의자에 그녀가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때에 하늘이는 강인이가 일어났음을 알았다. 강인이는 그녀의 등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하늘이는 그의 손을 잡으며 머리를 그의 팔에 기대었다. 그는 그녀의 무릎에 성경책이 있는 것을 보고 생각을 했다.


‘아침부터 성경책을 읽고 있었구나.’


그리고는 강인은 방을 나왔다. 거실에 소파에는 아버님이 앉아 계셨다. 그는 아버님을 향해 아침인사를 했다.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자네도 잘 잤는가?”

“강인이가 먼저 일어났네요. 하늘이 아직 자고 있어요?”


부엌에 계신 어머니가 강인을 보자 말을 건넸다.


“아닙니다. 그녀는 벌써 일어나 성경을 읽고 있었나 봅니다.”

“그럼, 다 일어났으니 아침식사를 해야겠네요. 하늘이 데리고 나와요.”


어머니는 식탁 위에 음식들을 배열해 놓았다. 그리고 의자들을 바르게 정리하였다. 강인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아버지도 식탁 쪽으로 오셨다. 각자 식사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강인이가 제의를 했다.


“아버님, 어머님, 식사 전에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은 어떠세요? 하늘이도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럼 옆에 누가 있는지도 알게 되고 하니까요.”

“좋아요. 서로 손잡고 둥글게 앉아서 기도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어머니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며 말했다.


“그거 좋군. 그럼 우리도 앞으로는 식사할 때마다 서로 손을 잡고 기도하는 것으로 합시다.”


아버지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렇게 하기로 정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강인은 벌떡 일어나 방으로 가서 점자판을 가져와 그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녀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았다. 아버지는 대표 기도를 하지 않았다. 각자 묵상기도를 했다. 대표기도를 한다는 것은 하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것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로 각자의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하늘은 좋아했다. 누군가 옆에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도를 마친 후 그녀는 강인이의 무릎에 손을 얻고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어머님, 이거 두부찌개 아녀요?”

“자네가 좋아한다고 해서 대충 준비해 보았다오. 맛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저의 어머님이 생각나네요.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모두들 즐거운 아침식사를 했다. 하늘이도 강인이가 좋아한다는 두부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치자 아버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가셨다. 강인은 하늘이와 점자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릇들을 옮겨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는 방에서 나오셨다.


“오늘은 잘들 지내요. 나 먼저 출근합니다. 자네는 아직 출근하지 않나?”

“예, 전 좀 이따 가도 됩니다. 아버님, 잘 다녀오세요.”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어머니도 하늘을 데리고 현관 쪽으로 와서 출근하시는 아버지를 향해 인사를 했다. 이때에 하늘은 아버지가 출근하는 것을 알고서 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인사를 했다. 아버지도 하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강인은 하늘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하늘이 아버지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 밖을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다시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부엌에서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어머니는 보리차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와 앉아 쉬고 있었다.

잠시 후 강인은 멋진 항공 조정사의 유니폼 차림을 하고는 하늘이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 둘은 어머니 곁에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강인은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님, 저는 오늘 출근을 하면 4,5일 후에 돌아올 것 같습니다. 하늘에게도 잘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근무해야 하나요.”

“해외로 비행을 하게 되면 그렇게 일정이 잡힙니다. 이번에는 LA(로스앤젤레스)로 출항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이가 많이 그리워하겠네.”

“어머님께서 잘 보살펴 주세요. 어머님만 믿겠습니다.”

“걱정은 말아요. 우리야 늘 같이 있지.”


강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안아주며 손에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 현관으로 갔다.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잡아 이끌고 현관 쪽으로 따라갔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게!”


강인은 어머니께 인사를 하고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집을 나섰다. 하늘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머니도 하늘이 마음을 이해하기에 그녀 곁에 같이 있어주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하늘을 품어주며 소파 쪽으로 데려와 앉혔다. 그리고 보리차 한 잔을 더 가져와 하늘에게 주었다. 하늘은 어머니가 준 보리차를 마셨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차를 마셨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을 찾아 잡아서는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하늘은 옆에 어머니가 계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은 것이다. 어머니는 다른 손으로 하늘이 어깨를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다.


‘전에는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외로움을 느끼나 보다.’


그렇게 하늘은 어머니 품 안에 있었다. 그것도 한참 동안을 그대로 있었다. 어머니도 하늘을 품은 채로 있어주었다. 하늘은 살며시 손으로 어머니 무릎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머니, 정말 저를 위해 마음고생이 많으셨지요. 어머니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아요. 이렇게 어머니의 무릎을 만져보니 알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그리고 저를 위해 얼마나 애쓰셨는지를 알아요. 제가 어머니의 딸로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있어요. 오늘은 더욱 어머니가 그리워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하늘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어머니의 냄새를 음미하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하늘을 품고 계셨던 어머니는 하늘이가 중얼거리는 입모습을 느끼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하늘이 얼굴을 주시했다.


‘하늘이가 말하고 싶어 하나 보구나. 혼자서 중얼 하다니…….’


어머니는 눈에 눈물이 맺히자 머리를 쳐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하늘은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자신의 몸을 일으켜 앉아 있는 어머니를 품어 안았다. 어머니도 잠시 그대로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어머니는 탁자에 있는 빈 잔들을 들고 부엌으로 가셨다.

하늘은 홀로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와 그녀를 품어주듯 감싸주었다. 그녀는 얼굴을 들어 햇볕이 비추어오는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눈 안에 빛이 가득해졌다. 캄캄하였던 눈 안에는 짙은 타오르는 불꽃이 가득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전에는 그녀가 햇빛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눈 안이 여전히 깜깜했었다. 그렇게 그녀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서 피부와 뼛 속까지 어루만지시는 주님의 손을 잡고 싶어 하듯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는 손끝에서 햇빛이 미끄러져 내려오며 온몸을 감싸 안음을 느끼며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감싼 채로 몸을 좌우로 춤을 추듯이 흔들었다. 그녀는 비록 입술로는 할 수 없으나 온몸으로 주님을 향해 찬양을 하는 것이었다. 부엌 쪽에 식탁 곁에 앉아 계셨던 어머니는 하늘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 번 놀랐다. 하늘이가 저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었다. 어머니는 절로 하나님께 기도를 하였다.


“오 주 하나님, 오늘도 주님의 은혜를 바라봅니다. 저렇게 몸으로 춤을 추며 기뻐하는 하늘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드립니다. 주님께서 우리 하늘을 들어 쓰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작은 소리로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늘이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싶었으나 방해가 될까 봐 바라보고만 계셨다. 햇볕이 서서히 거실을 떠나가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찬양을 멈추었다. 그때에 어머니는 하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 때에 하늘이의 얼굴에는 눈물로 범벅이 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그만 하늘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하늘아~ 울지 마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단다.”


그러나 하늘이는 어머니의 애절히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 가슴에 파묻혀있었기 때문에 어머니가 무언가 말씀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하늘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엄마, 저는 슬퍼서 우는 게 아니에요. 너무나 기뻐서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하늘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하늘이의 외침을 들을 수 없었다. 두 모녀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수건으로 하늘이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머니는 하늘을 일으켜서 식탁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따뜻한 보리차를 두 잔을 내와 어머니는 하늘이랑 함께 식탁에서 보리차를 마셨다. 하늘은 차를 마시고 나서야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을 약간 기울이고 있었다. 이제 어머니는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식사 준비를 하셨다. 식탁에 앉아 있는 하늘은 천천히 차를 마시면서 식탁 위에 손가락으로 음률 있게 탁탁 치고 있었다. 저녁준비를 하다 말고 어머니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방으로 가서 점자판을 가져왔다.


“하늘아, 오늘 기분이 어때?”

“응, 나~ 너무 기뻐요. 주님과 함께 있어.”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하늘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만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하늘을 주시해 바라보며 하나님께 다시 기도를 드리고 말았다.


“오~ 하나님, 우리 아버지여~ 내 딸을 사랑하시는 모습을 직접 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이 하늘이 옆에 계신다니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다시 일어나 음식 준비를 했다. 어머니께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하늘은 계속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듯이 손을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끄덕이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하늘이가 마치 눈으로 보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그리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은 해가 지고 붉은 노을로 구름들이 물들어 있었다. 어머니는 식탁 위에 음식을 차리다가 그만 멈춰버렸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어머니가 여러 번 놀랄 일이 많았다. 하늘이가 소파에 앉아서 몸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며 찬양을 하는가 하면, 식탁에 앉아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창가로 자연스럽게 걸어가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늘은 조심스레 더듬으며 식탁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음식을 다 차려 놓고 하늘이가 먹기 쉽게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 음식 앞에서 하늘은 두 손 모아 기도를 하였다. 어머니도 이어 식사기도를 하였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하늘은 점자타자기가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그릇들을 씻어 놓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흥분된 어머니는 잠시 침대 위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하늘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하늘이가 왜 창가에서 손을 흔들었는지를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어머니도 한참 노을의 하늘을 지켜보았다. 작은 방으로 들어간 하늘은 점자타자기 앞에 앉았다. 그 옆에 점자성경을 들었다. 그리고 성경책을 펴고 손으로 말씀을 읽어갔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

하늘은 시편 8장을 읽었다. 그리고 그 말씀으로 주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는 오늘 창밖으로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어둠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다가 곧 붉은 노을로 변하는 하늘을 보았던 것이다. 그녀는 찬양 중에 주님을 만나고 나누었던 대화를 점자 타자기로 치기 시작했다.

『주님, 나의 주님. 오늘 나에게 기쁨을 주셔서 찬양을 했어요. 내 눈은 어둠에 있지만 따스한 햇볕 속에서 주님은 나를 찾아오셨지요. 내 가슴을 안으시고 함께 춤을 추셨지요. 주님, 나에게 보여주신 세상을 바라봅니다. 푸른 하늘을 보여주시고 아름다운 빛으로 채워주신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님의 영광이 가득했어요. 내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저 하늘로 강인 씨의 비행기가 날아가겠지요? 주님도 거기에 계시지요? 주님 사랑합니다.』


하늘은 기쁨의 떨리는 손으로 점자타자기를 쳐내려 갔다. 다 쓴 글을 뽑아 옆에 있던 파일북에 끼웠다. 그리고 다시 점자성경을 펴 읽고 있었다. 작은 방문을 살며시 열고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창가로 가셔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하늘은 어둠으로 차 있었고 간간히 별들이 보였다. 그리고 아파트 사이로 달이 보였다. 오늘따라 달이 밝았다. 달을 유심히 바라보던 어머니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 하늘은 저 하늘을 바라보았을까? 별과 달도… 지는 해도 보았을까?’


이때에 현관문이 열리며 하늘이 아버지가 집안으로 들어오셨다.


“여보, 창가에서 뭘 하시나? 날 기다렸소?”

“아니요,”

“뭘 보고 있었던 거요?”

“오늘 하늘이의 행동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그리고 감탄했어요.”

“그래?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위가 나간 후에 혼자 소파에 앉아있어요.”

“그래서.”

“잠시 후에 하늘이가 몸을 좌우로 흔들며 춤추듯 하며 오랜동안을 그러고 있었어요.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하면서 눈물을 그렇게 흘리고 있었어요.”

“음……. 주님과 함께 있었군.”

“당신은 어떻게 알았어요?”

“안게 아니라. 하늘은 늘 성경으로 시간을 보내잖아요. 그러니 안 그러겠어요.”

“예, 맞아요. 그래서 점자판으로 물었죠. 그랬더니 주님과 함께 있다고 하네요.”

“아멘, 우리도 이런 하늘이로부터 주님의 은혜를 보잖아요.”

“그리고 식탁에 앉아 있을 때에도…”

“식탁에 있을 때? 그래서~”

“식사 후에 하늘은 식탁 위에 손가락으로 토닥토닥하더니만 정상인처럼 성큼성큼 창가로 걸어갔어요.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더니 손짓을 했어요. 마치 하늘을 보는 듯했어요.”

“오~ 주님, 우리 하늘에게 기적을 보이셨군요. 하늘이가 하늘을 쳐다볼 수 있도록 눈을 열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하늘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올 때는 더듬으며 왔어요. 잠시 보았던 거 같아요.”

“그래도 감사할 일이네. 잠시라도 하늘이가 눈으로 저 하늘을 바라보았다니…”


그러면서 하늘이 아버지는 창가로 다가갔다. 그리고 창밖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옆으로 다가온 어머니도 창밖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가 무엇을 봤을까?”

“하늘이가 방으로 들어간 후에 저도 창가로 와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저녁노을이 구름사이로 펼쳐 있어요. 아마 그것을 본 것 같아요.”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다고?”


작은 방에서 하늘이가 나오자 하늘이의 부모는 뒤돌아보며 소파 쪽으로 왔다. 그리고 하늘이와 함께 부모는 소파에 앉았다. 하늘이 아버지는 옆 탁자 위에 있던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을 했다.


“오늘 창밖에 하늘을 바라보았다며…”

“네.”

“무엇을 보았니?”

“푸른 하늘을 보았어요. 잠시 후 아름다운 색이 가득했어요.”

“그것이 저녁노을이란다.”

“저녁노을이요?”

“그래, 아름다운 색은 붉은색이란다.”

“붉은색? 아~ 색깔에도 이름이 있었구나.”

“그럼, 무지개를 본 적이 있니?”

“네, 성경에 나와요.”

“그래 무지개에도 색이 있단다.”

“알아요.”

“그럼 무지개 색들의 이름도 아니?”

“아니요.”

“무지개에는 일곱 가지 색이 있단다.”

“그건 알아요.”

“그래, 그 색들의 이름은 아니?”

“몰라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청색, 보라색으로 되어 있단다.”

“아~ 그렇구나. 어느 것이 빨간색이죠? 어느 것이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청색, 보라색이죠?”

“무지개가 둥글게 휘어졌지?”

“네.”

“바깥쪽부터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청색, 보라색으로 이어진단다.”

“이제 무지개의 색들의 이름을 알겠어요.”


그러면서 하늘은 아버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아버지의 팔을 가슴으로 당겼다. 아버지도 다른 손으로 하늘이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때에 어머니는 따뜻한 녹차를 두 사람 앞에 탁자에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그만 대화하시고 차를 드셔요.”

“고맙소. 하늘이가 이제 색에 대해 눈을 뜬 듯해요.”


아버지는 하늘에게 찻잔을 건네주고 찻잔을 들면서 말했다.


“어머, 그럼 이젠 색깔을 말할 수가 있겠네요.”


이때에 하늘이가 점자판으로 말했다.


“아빠, 하나님이 빛 속에 무지개 색도 만드셨네요.”

“오호, 그렇구나. 빛 속에 무지개로 색을 알게 하셨구나.”


오늘은 하늘에게 너무나 감격스러운 하루였다. 이제 하늘이도 누가 색에 대해 말해주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늘은 일어서시는 아버지를 따라 일어서며 아버지를 힘껏 껴안았다. 아버지도 하늘을 크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하늘은 어머니에게도 손을 내밀어 어머니를 안았다. 어머니도 하늘을 꼭 품어 안았다. 그리고 하늘이와 함께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 어머니는 하늘에게 잘 자라고 하며 다시 안아주었다. 하늘은 침대에 누운 채 아버지로부터 알게 된 무지개의 색의 이름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어머니는 하늘이가 침대에 누운 것을 다시 살펴보고는 그녀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거실에 있던 찻잔들을 가져가 씻어 놓았다. 이미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집안을 둘러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두 분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어머니는 남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었어요. 당신도 그렇게 하늘이와 대화를 길게 하는 것도 처음이잖아요.”

“그래요, 앞으로 자주 대화를 가져야겠어. 부담스러워할까 조심스러워했는데 말이야. 참 사랑스러운 우리 하늘이야.”

“저도 될 수 있으면 대화를 줄이곤 했었는데… 오늘 보니 하늘이가 참 기뻐하는 것 같아요.”

“그럼, 여행 중에 강인 군과 하늘이가 둘이 뭘 그리 오래 붙어있나 했는데 말이야. 이젠 알겠어.”


이렇게 하늘이와 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늘의 기쁜 하루를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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