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 산부인과를 다녀온 날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9. 산부인과를 다녀온 날

그 후 강인이가 출근한 지 여럿 날이 지났다. 하늘이는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홀로 침대를 정리하고는 방을 나와 화장실로 갔다. 외출할 일이 있는 것처럼 예쁘게 머리를 단장하고 옷을 입었다. 그녀는 조용히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아니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는 항상 조용한 편이었다. 그녀는 기도를 하는지 찬양을 하는지 두 손으로 몸을 감싸고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머리를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이때에 하늘이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오셨다. 거실에 혼자 앉아서 기도와 찬양을 하는듯한 하늘이를 바라보자 어머니는 방문 알에 그대로 서서는 짧게 기도를 했다.


“오, 주님, 오늘도 하늘에게 은총을 베푸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부엌으로 갔다. 어머니는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에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역시 아버지도 하늘을 발견하고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다가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하늘은 그 후부터는, 결혼은 한 후부터는 일어나면 방안을 스스로 정리정돈을 하고는 단정하게 옷을 갈아입고서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서 기도와 찬양을 하게 되었다. 그때에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던 하늘에게 햇볕이 감싸주고 있을 때에 주님을 만나고 함께 찬양을 하였던 것을 그녀는 잊지 못해 하였다. 그래서 그녀는 아침마다 일어나면 바로 거실의 소파로 나와 기도와 찬양을 하였던 것이다. 어머니도 하늘이의 이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버지는 바로 출근을 하였다. 그때에 하늘은 결혼 전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인,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손을 찾아 꼭 잡고는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아버지도 그녀의 그런 행동에 처음에는 당황하였으나, 차츰 그런 하늘의 행동에 아버지는 행복을 느끼셨다. 아버지가 출근한 후에는 어머니는 하늘을 이끌어서 거실의 소파에 함께 앉아 차를 마시는 것이 일과처럼 되었다. 이제는 어머니도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며 점자판으로 대화를 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하늘아, 혹시 임신했니?”


하늘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배에 가져갔다.


“모르겠어요.”

“오늘 내가 태몽을 꾼 것 같아 물어보는 거란다.”

“무슨 꿈인데요?”

“글쎄, 하늘이가 사과밭에서 천사처럼 하늘거리는 어여쁜 옷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탐스런 예쁜 빨간 사과를 하나 따서 먹지도 않고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가슴에 품더구나. 그리고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모른단다.”

“저도 사과 꿈을 꾸었어요. 주님이 제게 다가와서는 사과 하나를 제 손에 주시는 거예요. 저도 먹지 않고 얼굴에 대고 행복해했거든요. 그러다 깨었어요.”

“맞네, 태몽이네. 주님이 네게 아들을 주시려나보다.”

“어머, 강인 씨가 알면 기뻐하겠어요.”

“오늘 나랑 산부인과에 한번 가보자꾸나.”

“예!”


하늘이와 어머니는 차를 마시고 나서 나갈 차비를 했다. 그래서 오늘 하늘이가 아침부터 머리를 예쁘게 단장을 했었나 보다 하고 어머니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하늘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고는 함께 집을 나았다. 날씨는 제법 싸늘하지만 하늘은 너무 푸르고 맑았다. 하늘은 볼 수도 없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었다. 그녀의 얼굴에 하늘 바람이 살며시 쓰다듬어 주고는 사라졌다.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으로 천천히 걸었다. 버스정류장은 집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서 조심스럽게 버스에 올라탔다. 하늘은 버스를 타본 적이 한참 되었다. 그녀는 어릴 적에 아프거나 점자교육을 받으러 갈 때에 버스를 타보고는 그 후에는 거의 집안에만 있었던 것이었다. 버스로 두세 정류장 가서 내렸다. 하늘은 어머니와 함께 동네에 있는 L산부인과에 갔다. 간호사는 참 친절했다. 앞을 볼 수 없는 하늘에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 주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간호사의 안내로 받아 진료실로 들어갔다. 마침 그녀를 진찰하시는 분은 여의사였다. 하늘은 간호사와 의사의 도움으로 진찰대 위에 누웠다. 하늘이 옆에는 어머니가 함께 있었다.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의사의 진료결과를 들었다.


“결과로 보아 임신한 것 같아 보입니다만 확실하다고 말하기는 그렇습니다. 열흘 후에 다시 오시면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습니다.”


하늘이 어머니는 의사에게 태몽 이야기를 했다. 의사도 태몽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태몽은 임신되기 전에도 알려주기도 한다면서 의술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하늘이 어머니가 실망한 모습을 보이자 의사는 다시 임신으로 보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한 번 더 오셨으면 한다고 말해주었다.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병원을 나왔다.


“하늘아, 우리 나온 김에 김포공항에 갈까?”

“좋아.”


모녀는 택시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갔다. 공항에는 사람들이 부적이었다. 하늘은 공항의 공기분위기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러자 그녀는 어머니의 팔을 꼭 잡았다. 어머니도 하늘이가 사람들이 많음을 알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공항 안에 카페에 들어갔다. 한쪽 테이블에 하늘을 앉혔다. 그리고 점자판으로 무엇을 먹을지를 물었다. 하늘은 강인이와 함께 마셨던 커피를 원했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에 가서 직원에게 혹시 임신 초기에 커피를 마셔도 되는지를 직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연하게 해서 마시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늘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하늘은 커피를 마시면서 코끝으로 흘러 들어오는 커피 향에 강인이와 함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여행 중에 마셨던 커피 생각이 났던 것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기분을 북돋아주려고 카페에 가자고 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하늘이와 나란히 앉아서는 한 팔로 하늘이 어깨를 감싸며 커피를 마셨다. 전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하늘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또한 고요함 속에서 하늘은 코끝으로 커피 향을 느끼며 카페 안에 사람들의 냄새도 즐기고 있었다. 부모님의 냄새만 알고 있던 하늘은 처음은 강인이의 냄새로 그를 알았고,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냄새를 느끼며 흥미로워했다. 하늘은 사람들은 자기만의 냄새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매우 강한 냄새를 풍기고, 어떤 사람은 매우 어둠의 냄새를 내고, 어떤 사람은 부드러움의 냄새를 내고, 어떤 사람은 아픔의 냄새를 내는 것을 하늘은 느끼면서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러한 다양한 냄새들로부터 하늘은 부모님의 냄새가 어떠한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부모님 사랑의 냄새였다. 어머니의 냄새는 부드러운 사랑의 냄새였고, 아버지의 냄새는 무거운 사랑의 냄새였다고 하늘은 많은 사람들의 냄새들로부터 비교할 수가 있구나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강인이의 냄새는 뜨거운 사랑의 냄새라고 하늘은 나름대로 생각하였다.

한편 하늘이 어머니는 무엇인가 생각에 빠져있는 듯이 보이는 하늘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딸도 이젠 많이 성숙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하늘이와 함께 어머니는 카페를 나왔다. 공항에서 나온 하늘이와 어머니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곧 있으면 하늘이 아버지가 돌아올 시간이다. 어머니는 저녁준비를 했다. 하늘이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점자성경을 펴서 말씀을 찾았다. 오늘 공항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냄새에 대해 알고 싶었다. 강인이와 공원에 갔을 때에 하늘은 낙엽들을 강인에게서 받았을 때에도 낙엽들도 각각의 낙엽들의 냄새가 있었던 것을 생각했었다. 어떤 낙엽은 상큼하고, 어떤 낙엽은 텁텁하고, 어떤 낙엽은 매캐하고, 어떤 낙엽은 달콤하였다. 하늘은 성경의 말씀을 읽었다.


「우리는 구원받는 사람들에게나 멸망하는 사람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냄새이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냄새가 된다. 누가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고린도후서 2장 15~16)


하늘은 이 말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하늘은 눈물을 한없이 흘렸다. 그리고 점자타자기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타자하고 있었다.


『오, 주님, 창조주 하나님, 나를 지으시고 낳으신 분이 당신입니다. 내가 세상을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어도 주님은 나를 부르셨어요. 내게 창조하신 세상을 보여주셨습니다. 넓은 바다와 땅을 보여주셨어요. 식물들과 동물들도 보여주셨어요. 들풀과 꽃들도 보여주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요. 그러나 나는 남들이 모르는 냄새를 알게 되었어요. 나는 남들이 모르는 낙엽들의 냄새를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늘의 말씀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을 아는 사람들에게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라고 하셨어요. 동물도 식물도 냄새가 있듯이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냄새가 있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하나님을 아는 사람의 냄새가 있고,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의 냄새가 있는 것도 알았어요. 죽음에 이르는 냄새가 있고, 생명에 이르는 냄새가 있는 것도 알았어요. 이제 주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하여 주세요.』


하늘은 자기가 쓴 글을 인쇄하여 파일에 넣었다. 그때에 하늘이 아버지가 현관으로 들어오셨다. 먼저 작은 방문을 열고 하늘이가 성경을 읽고 쓰는 것을 아버지는 보았다. 그리고 하늘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얻고는 토닥거리시고는 다시 작은 방을 나왔다.


“오시자마자 작은 방으로 가시네요. 하늘이 뭐해요?”

“응, 타자소리가 들려서 들여다보았어. 성경을 보고 있네.”

“마침 식사준비가 다 되었어요. 간단하게 씻고 오셔요.”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작은 방으로 가려는데, 하늘이가 작은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갔다. 곧이어 아버지도 식탁에 오셨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식탁에 둘러앉았을 때에 하늘은 양손을 펴서 부모님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어머니도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강인이가 권했던 식사기도를 하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식사기도를 마치고서 모두 식사를 하였다. 하늘이 어머니도 아버지도 감격했다. 하늘이가 이토록 신실하게 믿음의 모습을 보여주니 부모님도 더욱 믿음으로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저녁식사를 다 마치고 어머니는 차를 내놓으셨다. 아버지는 차를 마시며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오늘 어땠는지 물었다. 하늘은 공항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냄새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냄새에 대해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하늘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아버지도 역시 하늘이 다른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결혼을 한 후에 하늘은 매우 씩씩해졌다고 생각을 하였다. 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도 안방으로 들어가시고, 어머니는 부엌의 일들을 정리하고는 하늘이 방을 열어 하늘이가 침대에 누운 것을 보고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안방으로 가셨다. 이미 하늘이 아버지는 침대에 누우셨다. 어머니도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하늘이가 너무 많이 변한 것 같지 않아요?”

“그런 거 같네.”

“오늘 태몽을 꾼 것 같아서 하늘에게 말했더니, 하늘이도 같은 꿈을 꿨어요.”

“무슨 꿈?”

“하늘이가 사과밭을 거닐다가 사과 하나를 따서 먹지 않고 가슴에 품는 꿈이었어요.”

“하늘은 어떤 꿈을 꿨는데…”

“하늘이도 주님이 사과를 주더래요. 하늘은 그 사과를 먹지 않고 얼굴에 비비었데요.”

“아들을 주시려나?”

“그래서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왔어요.”

“그래, 병원에서는 뭐라고 해.”

“임신인 것 같으나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열흘 후에 다시 보자고 해요.”

“음‥ 아직은 이른 지도 모르지.”

“하늘은 임신 얘기하니 얼굴이 밝아지더군요.”

“오~ 그래요? 놀랍군.”


두 분은 서로 손을 꼭 잡고채로 기도를 한 후에 잠이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2. 기이히 여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