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둠의 사십 년]
강인이가 출근한 지 5일이 지났다. 오늘도 하늘은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세면실로 가서 예쁘게 머리단장을 하고 나와 방으로 가서는 예쁜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하루를 위해 주님께 기도하며 찬양을 몸으로 드렸다. 이러한 하늘이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도 감사의 기도를 하고 나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였다. 역시 아버지도 이러한 하늘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늘 주님께 감사해하였다.
그런 하늘은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식사기도를 한 후에 아침식사를 하였다. 예전처럼 아버지는 출근을 하고 하늘은 어머니 둘이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점자판으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어머니가 하늘에게 시장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점자판으로 물었다. 하늘은 매우 반가운 듯이 좋다고 대답을 했다. 하늘은 어머니를 따라 집을 나서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항시장으로 갔다. 어머니는 한 손으로는 작은 쇼핑용 캐리어를 끌고 다른 손으로는 하늘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오늘은 하늘이가 맹인용 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두 사람은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부적이고 있었다. 하늘은 하와이에서 갔던 카네오헤 파머스 시장이 생각났다. 다양한 냄새들에 하늘은 흥미를 느꼈다. 여기서도 좀 다른 냄새이긴 하지만 다양한 냄새들로 하늘은 흥겨워했다.
어머니는 강인을 생각하며 장을 보았다. 오늘은 두부동태찌개를 만들어 주려고 어머니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와이에서처럼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샀다. 그리고 하늘이도 강인이도 좋아하는 갈비탕을 위해 부드러운 부분의 소고기를 샀다. 그리고 시장 내에 있는 국숫집으로 갔다. 잔치국수였다. 하늘은 매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튀김도 먹었다. 두 사람은 즐겁게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은 어머니와 함께 재래시장을 다녀온 것을 기뻐했다. 시장에서만 맡을 수 있는 다양한 냄새들을 하늘은 회상을 하며 즐거워하였다. 마치 도서관에 간 기분 같은 것처럼 다양한 책들의 냄새처럼 시장에서의 냄새들을 하늘은 알고 싶어 했다. 하늘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공항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냄새와 도서관에서의 책들의 냄새와 시장에서 느낀 다양한 냄새들 그리고 하와이에서 느꼈던 바다의 냄새들을 하늘에게는 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하늘이의 마음을 잘 아는 강인은 냄새들에 대한 이름들을 종종 알려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인은 냄새뿐만 아니라 맛볼 수 있는 것들도 그녀에게 알려주려고 많이 애를 썼다.
어머니는 장 보고 온 것들로 일찍이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은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공항에서 강인이가 전화를 했다. 지금 막 도착하였다고 하는 전화였다. 어머니는 작은 방에 들어가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지금 강인이가 공항에 도착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다.
“마중 가려고?”
“응.”
하늘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나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어머니는 서둘러 하늘을 도왔다. 그리고 부엌에서 하던 일들을 정리해 놓고는 하늘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어머니는 하늘을 데리고 공항의 출구 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오고 있었다. 거의 나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할 때에 강인이가 멋진 항공기관사의 복장으로 하고 작은 캐리어 가방을 끌며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강인이 앞으로 하늘을 데리고 다가갔다.
이때에 두 사람을 발견한 강인은 깜짝 놀랐다. 하늘이가 마중 나오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을 품어 안아주었다. 이때에 하늘은 강인이의 냄새를 알고는 힘껏 강인을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강인이의 가방을 받았다. 이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는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그때에 옆으로 지나가던 여성 스튜어디스들이 강인이 어깨를 툭 치며 축하한다고 웃어주었다. 한 여성 스튜어디스는 다른 분에게 받은 꽃다발을 하늘에게 건네주었다.
비록 서로 말을 못 해도, 서로 바라볼 수는 없어도 두 사람은 꼭 잡고 있는 손으로 많은 마음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은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강인이의 팔을 꼭 잡고 걸었다. 강인은 하늘이의 손을 풀고는 어깨를 껴안아 주었다. 어머니는 캐리어 가방을 끌며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공항 밖으로 나온 이들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도 하늘은 너무 기뻐서 강인이의 어깨에 기댄 채로 손에 꽃다발을 꼭 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앞자리에 앉았다. 집에 도착하자. 강인은 먼저 어머니께 선물을 드렸다. 웨스트필드 센츄리 시티에서 어머니를 위한 밍크 목도리를 준비했다. 어머니는 강인에게 받은 선물을 곧 풀었다. 그러자 너무 기뻐하시며 갑자기 강인을 안아주셨다. 강인이도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것을 보고 너무나 기뻤다. 이번에는 하늘을 위한 선물을 하늘이 손에 지워주었다. 작은 선물상자였다. 하늘은 두 손으로 선물을 받아 이리저리 손으로 만졌다. 그러자 강인은 선물상자를 열어주었다. 그녀의 손에 지워진 선물은 두 개였다. 하나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맹인용 손목시계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화장품이었다. 그녀는 받은 선물 하나하나를 얼굴에 갖다 대고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는 강인을 힘껏 끌어안았다. 이러한 하늘이의 행동을 지켜본 어머니는 놀라면서도 한편은 흡족한 마음으로 조용히 혼잣말로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으면 평소에 안 하던 모습을 보게 되는구나.’
그리고 어머니는 강인에 대해 한없는 고마움을 가졌다. 이때 현관문이 열리고 하늘의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어머, 당신도 일찍 들어오셨네요.”
“오늘 강인 군이 오는 날이지 않나?”
하늘이 어머니는 한편 놀라면서도 일찍 오신 하늘의 아버지를 반기며 현관 쪽으로 다가가 하늘이 아버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자네, 일찍 왔군.”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강인은 하늘의 아버지께 인사를 하며 하늘을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가방에서 선물을 하나 꺼내 들었다.
“예, 아버님, 하늘이가 보고 싶어서 비행기도 빨리 와 주었나 봅니다. 여기 아버님께 들릴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강인은 손에 들고 있던 선물상자를 아버지께 드렸다. 곧바로 거실 쪽으로 오신 하늘이 아버지는 강인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아니, 뭘 이런 선물을 다 해왔나?”
그리고 아버지는 소파에 하늘이 옆에 앉으시며 선물을 뜯었다.
“허~ 이거 겨울모자네. 이번 겨울은 춥지 않겠어. 고맙네.”
하늘이 아버지는 모자를 직접 써보셨다. 맘에 드시는지 거울 쪽으로 가셔서 바라보시고 벗지도 않으시며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가방을 들고 아버지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셨다. 다시 강인은 하늘이 옆에 앉았다. 그녀는 강인이가 옆에 온 것을 알고는 몸을 강인에게 바싹 기대어 손목에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를 팔로 안았던 강인은 그녀를 일으키고 가방꾸러미를 들고 그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셔서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안방에서 나오신 아버지는 화장실에 갔다가 식탁으로 오셨다. 그러자 강인이도 하늘을 데리고 함께 방에서 나와 식탁에 와 앉았다. 그러자 하늘이 어머니도 음식들이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았다.
“어머님, 오늘이 제 생일인 것 같아요. 식탁에 음식들이 푸짐합니다. 이건 두부찌개인데요?”
강인이가 식탁 위에 음식들을 바라보더니 감탄해서 한 마디 했다. 하늘이도 맛있는 냄새에 흥이 돋는 모양이다. 그녀는 강인이의 팔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 사위가 오는 날인데,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차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하늘이랑 함께 시장에 장을 보았다네.”
“예? 하늘이도 같이 장을 보셨어요? 와~ 이건 제게 큰 선물입니다.”
그러면서 강인은 하늘이의 손을 다시 잡아주었다. 하늘이도 좋아서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덕분에 나도 맛있게 먹게 되었구먼.…”
하늘이 아버지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말을 거들었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식사기도를 하였다. 아버지는 소리 내어 기도를 하고 싶었지만, 듣지 못하는 하늘을 생각해서 묵상으로 기도를 했다. 아버지가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강인이가 한 말씀을 드렸다.
“아버님, 다음에는 아버님이 대표 기도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늘이도 좋아할 것입니다.”
“하늘이가~”
“그럼요, 들을 수는 없어도 손끝으로 알 거예요.”
강인은 하늘이 손을 잡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하늘이도 알았다는 듯이 강인이의 손을 잡은 손을 높이 들었다.
“알았네, 다음부터는 내가 대표기도를 하겠네.”
하늘이 어머니는 강인이가 두부찌개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았다. 강인은 하늘이의 입에 불고기를 넣어주었다. 그러자 그녀도 불고기를 집어 강인이 입에 넣어주었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던 부모는 매우 만족해하였다. 그렇게 하늘이의 가족들은 즐겁고 맛있는 저녁식사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자 웬일로 하늘은 강인을 끌고 방으로 서들듯이 들어갔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차를 가지고 하늘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하늘은 강인과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미 잠자리 준비를 한 모양이었다.
“벌써 자려고 해요? 여기 차를 가져왔네.”
“예, 이리 주세요.”
강인이가 일어나 찻잔을 받아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리고 어머니께 인사를 했다.
“어머니, 편히 주무십시오.”
“자네도 편히 주무시게. 피곤하겠네.”
어머니는 간단히 말을 하고는 하늘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는 부엌을 정리하고는 거실에 등을 끄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강인은 어머니가 주신 차를 그녀와 함께 마시면서 점자판으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웠다. 그동안 서로 떨어져 있어서 많이 보고 싶었다고 강인이가 말하자. 그녀도 역시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임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산부인과에 갔다 왔어요. 임신한 것 같다면서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고 해요.”
강인은 하늘의 말에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그녀를 껴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하나님께서 일찍 아들을 주시나 봅니다. 우리 함께 병원에 갑시다.”
“예.”
하늘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살짝 돌렸다. 강인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더욱 그녀를 껴안았다. 그러고 나서 소등을 하고는 둘은 침대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부모님이 계신 방에도 불이 꺼졌다. 잠시 후에 거실에 있는 벽시계가 조심스럽게 열두 시를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