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둠의 사십 년]
주일날 아침이다. 하늘은 강인이가 깨어나지 않게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방을 나와 세면실로 갔다. 하늘은 혼자서 몸을 씻고 나왔다. 방으로 들어간 하늘은 옷장에서 예쁜 옷을 손으로 더듬어 골라서 입었다. 하늘의 옷들은 어머니가 쉽게 찾아 입을 수 있도록 한 벌씩 세트로 잘 정리해 넣어주셨다. 그래서 하늘은 혼자서 옷을 골라서 입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하늘은 방을 나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셨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있는 하늘이의 옷차림을 본 어머니는 놀랐다. 하늘이 옆으로 다가간 어머니는 하늘이 옆에 앉았다. 그리고 하늘이의 소매를 손으로 만지더니 탁자에 있던 점자판을 가져와 점자로 말을 했다.
“어디 가려고?”
“교회에 가고 싶어.”
어머니는 하늘이의 말에 놀랐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갔었지만, 좀 크면서 하늘을 위해 어머니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 집에서 어머니는 하늘을 꼭 껴안고는 찬송을 불러주었었다. 하늘은 어머니가 찬송을 부를 때마다 진동하는 가슴을 느끼곤 하였던 것이다. 나중에 점자교육을 받은 후에는 점자성경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어머니 가슴에 꼭 대고 기도를 하곤 했었다. 하늘은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여 글자를 알아 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다. 하늘은 좋은 선생님을 만나 개인지도를 받으며 글자의 모양과 뜻을 알아가는 되었었다. 그녀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에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신체부터 알아가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하늘이의 손을 짚어주고 점자판의 손 글자를 가르쳤다. 얼굴, 눈, 코. 입 등등 하나씩 알아갔었다. 하늘은 그렇게 해서 글자의 모양과 뜻을 알아갔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하늘은 성경을 읽게 되었던 것이다. 하늘은 다른 사람들처럼 글을 줄줄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 자 한 자 손으로 짚어가면서 글자의 모양과 뜻을 하늘은 어둠 속에서 기억하며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하늘에게 가장 많이 손발이 되어준 어머니의 노력이 매우 컸었다. 글을 알게 된 하늘은 점자 성경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하늘은 창세기 1장과 요한복음 1장의 말씀을 제일 좋아했다. 나중에는 하늘은 성령의 눈으로 하나님의 창조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보았으며, 은혜를 받았던 것이다. 특히 하늘은 빛에 대해서 매우 강하게 그리워하며, 빛을 보기를 간절해하였던 것이었다.
주일날이 되면 하늘은 집에서 홀로 점자성경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었었다. 하늘이 부모는 이런 하늘을 집에 홀로 두고 가끔 교회를 다녀오고 하였었다. 그런 하늘의 부모는 하늘에게 늘 미안해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주일아침에 하늘은 외출하기 위해 옷을 단정히 입고 거실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하늘에게서 교회에 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잠시 후에 아버지가 거실로 나오고 강인이도 거실로 나왔다. 어머니는 이들에게 말했다. 하늘이가 오늘 교회에 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강인은 하늘이 곁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점자판으로 대화를 하였다.
“여보, 오늘 교회에 가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했어요?”
“네, 간밤에 주님이 절 부르셨어요.”
“뭐라고?”
“너는 이제 교회에 가거라. 그렇게 말했어요.”
“주님이 그렇게 말했어?”
“네, 분명히 들었어요.”
“들었다고? 꿈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네.”
강인은 놀랐다. 하늘이가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말을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도 놀랐다. 그러자 어머니는 서둘러 아침식사 준비를 하셨다. 아버지도 강인이도 덩달아 교회에 갈 준비를 하였다. 어머니가 준비한 아침식사를 한 후에 거실 소파에 모두 앉았다. 어머니는 차를 준비해 내왔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강인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버님도 놀람을 잃지 않고 거들었다.
“그래, 너무 오랫동안 하늘은 교회에 가지 못했지.”
“맞아요. 아주 오래전 어릴 적에 몇 번 교회에 간 후에는 없었지요.”
어머니도 하늘이의 손을 꼭 잡으며 말을 이었다. 하늘은 곁에 어머니가 계심을 알고 어머니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잠시 분위기가 조용했다. 오랫동안 하늘이가 교회를 가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강인이의 마음은 아팠다. 강인은 탁자 위에 있는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했다.
“여보, 앞으로 우리 주일에는 꼭 교회에 가자.”
“고마워요.”
하늘이 부모는 단 둘만 교회를 갔었다가 모처럼 하늘이와 강인이랑 함께 교회를 간다는 것에 벅찬 기쁨을 억제하려고 애를 썼다. 집을 나온 일행은 강인이의 차를 탔다. 운전석 옆에 앉은 아버지는 강인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 교회로 갈 건가?”
“그게 좋겠습니다. 하늘이도 그러지 않을까요?”
이때에 하늘이가 강인에게 점자판을 내밀었다.
“주례해 주신 목사님을 뵙고 싶어요.”
강인은 하늘이의 말을 듣고 아버지께 전했다.
“하늘은 저의 교회로 가고 싶다고 하네요.”
“그런가? 왜지?”
“주례해 주신 목사님을 뵙고 싶은가 봐요.”
“주례해 주신…….”
하늘이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도 옆에서 듣고서 하늘을 끌어안아주었다. 어느덧 차는 교회에 도착을 했다. 강인은 하늘이 부모님과 하늘을 이끌고 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강인이와 하늘이가 함께 교회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본 교인들은 반갑게 맞아주며 인사를 했다.
“어머, 반갑습니다. 신혼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예,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목사님은 다가오셔서 하늘이 부모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강인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강인은 하늘이와 부모님을 모시고 안내하는 집사를 따라 예배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앞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예배는 시작되고 찬양소리가 울렸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 손을 꼭 잡아주며 찬양을 불렀다. 하늘은 찬양을 부르는 것을 어머니의 손을 통해 알았다. 그리고 하늘이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주님을 노래했다. 어둠 속에 하늘은 희미한 빛을 보았다. 하늘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그 빛을 향했다. 강인이도 어머니도 하늘이의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찬양이 끝나자 하늘에게 보였던 빛이 사라졌다. 하늘은 다시 두 손을 무릎에 놓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대표 기도가 지나가고 목사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특별히 설교 제목이 「우리도 맹인인가?」 이였다. 목사님은 요한복음 9장을 읽으시고 말씀을 전하셨다. 전에는 다른 분이 성경봉독을 하고 목사님은 설교를 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목사님이 설교하시기 전에 성경말씀을 직접 낭독하시고 설교를 하셨다.
요한복음 9장에 말씀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예수께서 길을 가시다 날 때부터 소경 된 사람을 보셨다. 아직 한 낮이었다. 제자들이 이 사람이 소경 된 것은 누구의 죄 때문인가를 물었다. 예수께서는 누구의 죄도 아니라 하나님이 하실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하시며,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한다. 밤이 오면 그때는 아무도 일 할 수 없다. 내가 세상에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시면서 친히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이겨 그의 눈에 바르시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다. 그는 가서 씻으니 밝은 눈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 사람을 보고 그 맹인이 아니냐 하니, 대답하여 말하기를 예수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예수께서 진흙을 이겨 맹인의 눈을 뜨게 한 날은 안식일이었다. 그들이 소경 되었던 자를 끌고 바리새인들에게 갔다. 그러자 바리새인들이 어떻게 보게 되었는지를 묻고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았으니 하나님께로 온 자가 아니다라고 하며 분쟁하여 그를 내어 좇아 보냈다. 예수께서 사람들이 그를 쫓아냈다는 말을 듣고 그를 만나 “네가 인자를 믿느냐?”라고 물으셨다. 그는 말하기를, “그가 누구신지 내가 믿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네가 그를 보았고, 지금 너와 말하는 자가 바로 그이다.”라고 하니 그는 “주여, 내가 믿나이다.”라고 고백을 했다. 예수께서 군중들이 듣도록,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다.”라고 말하자. 군중 속에 있던 바리새인들은 이 말씀을 듣고 우리도 맹인인가 하며 자문하였다. 예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
이렇게 목사님은 성경의 내용을 알아듣도록 쉽게 정리를 해주셨다. 그리시고 다시 설교 제목을 말씀하셨다. 「우리도 맹인인가?」
“오늘은 제가 원치 않는 설교말씀을 정했습니다. 간밤에 이 말씀을 주님이 제게 주셨습니다. 요한복음 9장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설교를 다시 준비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우리도 맹인인가?’ 하는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그는 성경에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한낮에 길을 가시다가 맹인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은 우연히 길을 가시다가 맹인을 만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이미 맹인이 있는 곳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로 가신 것입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께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에 대하여 그 죄는 누구에게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수님은 누구의 죄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본인에게도 부모에게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고자 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맹인에게 묻지도 않으시고 땅에 침을 뱉어 진흙을 비겨서 그의 눈에 발랐습니다. 그리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했습니다. 그곳에는 가까운 곳에 실로암 못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가 실로암 못에 가서 씻었습니다. 그러자 눈이 밝아졌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이상히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가 안식일에 일을 행한 죄를 묻고자 하여 바리새인에게 끌고 갔습니다.
안식일에 눈을 뜨게 한 것은 일(노동)로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는 예수가 눈을 뜨게 하셨다고 말하고는 바리새인 앞에서는 예수라고 말하지 않고 그라고 했습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창세 후에 날 때부터 맹인이 눈을 뜨게 되었다는 것은 들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날 때부터 맹인이 된 자의 눈을 뜨게 하신 일이 처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안식일에 이러한 일은 행한 것은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그를 내쫓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예수님께서는 다시 그를 만났습니다. 이것도 예수님이 우연히 만난 것이 아닙니다. 그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게 ‘네가 인자를 믿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믿고자 합니다.’라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그를 보았다. 그리고 너와 말하는 사람이 그이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서슴없이 ‘주여, 내가 믿나이다.’라고 하면서 머리를 숙였습니다.
이로써 예수님은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셨습니다. 이 말씀의 뜻은 무엇이겠습니까? 다음 부분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을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을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말씀이겠습니까?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은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 두신 것처럼, 진리를 깨닫는 자와 깨닫지 못하는 자로 구별해 두시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이 땅에 알곡과 쭉정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오시므로 이제는 구원받을 자와 구원을 받지 못할 자들을 구별하시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추수할 것이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뜻이 무엇입니까? 제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추수할 자들을 가려내는 일을 행하는 것입니다.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것은 추수할 자들이 땅 끝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전하여 믿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추수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모두 진리에 대해 맹인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맹인의 눈을 뜨게 하심같이 진리에 대해 맹인이었던 자들 중에서 하나님이 정하신 자들에게는 진리에 눈을 뜨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일을 제자들이 하도록 가르치신 것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창조주 하나님을 아는 분들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진리에 대해서는 맹인들인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말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맹인인가? 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께도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아니 예수님은 여러분에게 바리새인들처럼 우리도 맹인인가 하는 반문을 하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습니다. 바리새인들처럼 우리도 맹인인가 하는 쪽에 있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그가 예수님을 보았고 그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엎드려 고백했습니다. ‘주여, 내가 믿나이다.’ 이처럼 여러분들도 이 맹인이었던 자처럼 진리에 눈이 밝아져 예수님을 보기를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시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목사님의 이러한 모습을 처음 보는 교인들은 죽은 듯이 조용했다. 아멘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목사님은 교인들을 두루 살피시더니 찬송 366장을 부르시자고 하셨다.
「1. 어두운 내 눈 밝히사 진리를 보게 하소서.
진리의 열쇠 내게 주사 참 빛을 찾게 하소서.
깊으신 뜻을 알고자 엎드려 기다리오니
내 눈을 뜨게 하소서. 성령이여~
2. 막혀진 내 귀 여시사 주님의 귀한 음성을
이 귀로 밝히 들을 때에 내 기쁨 한량없겠네.
깊으신 뜻을 알고자 엎드려 기다리오니
내 귀를 열어 주소서. 성령이여~
3. 봉해진 내 입 여시사 복음을 널리 전하고
차가운 내 맘 녹여주사 사랑을 하게 하소서.
깊으신 뜻을 알고자 엎드려 기다리오니
내 입을 열어 주소서. 성령이여~」
온 교인들이 목사님의 선창으로 찬송 366장을 힘차게 불렀다. 강인이도 하늘이 부모도 감격하여 찬양을 힘차게 불렀다.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찬양을 하나보다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주님의 노래를 불렀다. 그때에 하늘이 눈에는 어둠 속에서 다시 빛이 보였다. 하늘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찬양을 했다. 찬양 중에 목사님은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하늘이가 손을 높이 들고 찬양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목사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목사님은 번뜩 간밤에 꿈에 보였던 주님의 말씀이 떠올렸다. 왜 주님이 이 말씀을 설교하게 하신 이유를 깨달았다. 지금 이 자리에 날 때부터 맹인 된 분이 와 있다는 것을 목사님은 보고 또 보았다. 찬양이 끝나고 나자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소개할 분이 계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강인이와 하늘이를 단상 앞으로 나오게 했다. 강인은 하늘이의 손을 잡고 단상 앞에 나왔다. 그러자 목사님은 교인들에게 소개를 했다.
“며칠 전에 우리 교회에 최강인 군과 결혼한 이하늘 양을 소개합니다. 멋진 신혼여행을 마치시고 오늘 처음으로 교회에 나오셨습니다. 모두 환영하는 뜻으로 박수로 응해주시길 바랍니다.”
목사님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강인은 하늘이와 함께 인사를 했다. 하늘이는 무슨 일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강인이의 신호에 따라 인사를 했다. 그러자 목사님은 하늘에게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교인들에게 자세한 설명을 했다.
“오늘 제가 설교를 하게 된 주님의 말씀은 여기 계신 이하늘 양의 믿음이었습니다. 이하늘 양은 사실 성경에 나오는 날 때부터 맹인인 분과 같은 분이십니다.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맹인은 볼 수만 없을 뿐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이하늘 양에게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얼마나 믿음이 신실하신지 모릅니다. 저는 지난밤에 주님을 뵈올 때에 왜 설교할 말씀을 주셨는지를 이 시간에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이하늘 양에게도 주님이 간밤에 나타나셔서 여기로 인도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이하늘 양은 들을 수는 없지만 다시 한번 크게 환영에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교인들은 힘차게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목사님은 들어가시라고 했다. 강인은 이하늘을 데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목사님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하늘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바람을 느끼고는 강인에게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목사님을 만나 뵙고 갔으면 해요.”
강인은 하늘이의 말을 부모님께 전했다. 부모님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잠시 후에 목사님 실로 찾아갔다. 목사님도 반갑게 목사실 안으로 맞아주셨다.
“예배를 마치고 따로 최강인 군의 가족을 모시고 싶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여 집사가 마실 차를 내오셨다. 하늘이 아버지도 목사님께 말씀을 드렸다.
“저희도 목사님을 찾아 뵈웠으면 하였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은 하늘이 아버지의 손을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별말씀을 하십니다. 그렇잖아도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저희 교회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저희 하늘이가 목사님을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늘이 아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목사님께 말했다.
“예, 그러셨군요. 이하늘 양께서 제게 할 말이 있습니까?”
목사님은 하늘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강인이가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목사님의 말을 전했다.
“목사님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으시네.”
“간밤에 주님이 목사님을 찾아뵈라고 했어요.”
강인은 하늘이의 말을 그대로 목사님께 전했다. 목사님은 고개를 끄떡하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러셨습니까? 저도 간밤에 주님께서 설교말씀을 주셨습니다.”
강인은 목사님의 말씀을 그대로 하늘에게 점자로 전했다.
“요한복음 9장의 말씀이셨습니까?”
강인은 다시 하늘이의 말을 목사님께 그대로 전했다. 목사님은 깜짝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아~ 주님이 저와 이하늘 양에게 나타나셨군요. 나면서 맹인이 된 사람에 대하여…….”
“저에 대하여 설교하심을 알았습니다.”
“예? 들으셨습니까?”
목사님은 놀라셨다. 하늘이 부모님도 놀라셨다. 그러나 강인은 이해한 듯 하늘이 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강인이가 설명을 했다.
“제 아내가 들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님이 그렇게 알게 하시었다는 것인 듯합니다.”
“주님께서…….”
목사님은 혼자 말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목사님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목사님은 주님께서 주신 말씀에서 무엇을 전하라 하셨을까 하고 생각을 하고 계셨다. 이때에 하늘이가 점자로 말을 이었다.
“목사님, 주님은 저를 위로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말씀의 뜻은 자매님에게 있었다.…….”
목사님은 그렇게 반문을 하며 말할 때에 주님의 깨우침을 받았다. 그리고 목사님은 하늘이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셨다.
“자매님, 주님께서는 처음부터 자매님을 사랑하셨음을 깨우치심이었습니다.”
“예, 목사님을 통해 확신케 하신 것이었습니다.”
“아~ 예, 네가 그를 보았고 지금 너와 말하는 자…….”
“제 꿈에 나타나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목사님을 통해 확신해 주셨습니다.”
“그렇군요. 자매님에게 나타나신 분이 주님이심을 확신해 주시려고 저를 쓰셨군요.”
“예, 저는 주님을 믿습니다. 이렇게 목사님 앞에서 고백합니다.”
“그럼, 제가 할 일은 세례를 베푸는 일이겠군요.”
“예, 예수님도 세례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백성이 다 세례를 받을 새 예수도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하실 때에 하늘이 열리며 성령이 비둘기 같은 형태로 그의 위에 강림하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누가복음 3장 21절~22절)
“예? 예수님이 세례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심은 하나님의 아들임을 확신케 하심이란 말씀이시네요.”
“예.”
“오! 주님, 자매를 통해 저를 깨우치심이옵니다. 아멘.”
하늘이 부모님도 강인이도 함께 아멘 하였다.
“자매님, 다음 주일에 제가 세례를 집례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주님도 허락하실 것입니다.”
하늘은 목사님과 대화를 가진 후에 다음 주일예배 중에 세례를 받기로 약속을 받고 부모님과 강인이와 함께 교회를 나왔다. 강인이의 차로 집으로 가던 중에 강인이가 말했다.
“어머님, 아버님, 집 근처에 맛있게 하는 식당이 있는데 외식은 어때요?”
“외식? 좋지.”
하늘이 아버지는 강인이의 제안에 동의를 했다. 강인은 할미 콩나물 식당으로 갔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강인은 한 구석에 빈자리를 보고 그리로 안내를 했다. 일행이 자리에 앉아 식당 아주머니가 왔다.
“뭣을 드릴까요?”
강인은 하늘이 부모님께 먼저 물었다.
“콩나물국과 불고기로 하면 어때 세요?”
“좋아요. 하늘이도 좋아하는 거네요.”
하늘이 어머니께서 대답을 하셨다. 아주머니도 듣고 다시 물었다.
“그럼 콩나물 4인분과 불고기 4인분 할까요?”
“불고기는 3인분만 주세요.”
하늘이 어머니가 나서서 그렇게 말했다.
“예, 그렇게 주세요.”
강인이도 그렇게 달라고 주문을 했다. 잠시 후에 음식이 나왔다. 강인은 아주머니에게 빈 그릇 하나를 달라고 했다. 강인은 가져다준 빈 그릇에 콩나물국을 덜어서 하늘이 앞에 놓아주었다. 이를 본 어머니는 매우 만족해하셨다. 그리고 하늘이의 손을 잡아 수저를 집도록 했다. 하늘은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그릇들을 확인한 후에 천천히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강인이도 부모님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강인은 하늘이가 콩나물국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남은 것을 더 주었다. 그렇게 음식을 다 먹은 하늘은 강인이 팔을 껴안고는 얼굴을 강인의 어깨에 비벼대었다. 강인이도 하늘이 어깨를 팔로 감싸주었다.
식사를 마치자 아주머니가 수정과를 가져다 드렸다. 부모님은 수정과를 드시고 있었다. 하늘이도 수정과를 마실 때에 강인은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을 했다.
“오늘 교회에 와 예배를 드리니 좋았어요?”
“예, 매우 좋았어요. 찬양을 부를 때에 멀리서 주님이 계신 듯 보였어요.”
“그래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군요.”
“맞아요. 뭔지 모르게 공기가 뜨거움을 느꼈어요.”
“나도 그렇게 느꼈어. 가슴이 벅차듯이…….”
“오늘 전 확신할 수 있어요.”
“무엇을?”
“내게 오신 주님이 목사님께도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외롭지 않아요.”
“외롭지 않다니?”
“내 주님이 목사님의 주님이신 걸 알았어요. 그래서 외롭지 않아요.”
“그것이 궁금했군요.”
“예.”
“당신의 주님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주님이셔.”
강인은 하늘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하늘이의 이러한 심정을 부모님께 전해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아버지도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에게 다가와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강인이도 역시 하늘이의 손을 잡았다. 하늘은 부모님과 강인의 손이 자신의 양손을 잡아 주자 눈물을 흘리었다. 어머니도 하늘의 눈물을 보자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하늘이 아버지도 강인이도 함께 눈물을 닦으셨다. 식당 안이라서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식당 안에 손님들이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는 손님들에게 말했다.
“이제 자매님은 믿음의 가족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박수로 격려해 주십시다.”
손님들은 모두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그러자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식당 아주머니도 교회를 다니시는 분이시었다. 하늘은 강인이와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하늘이를 꼭 끌어안아주었다. 하늘이도 어머니를 꼭 안았다. 아버지와 강인은 두 분을 바라보며 잠자코 곁에 그대로 있었다. 그렇게 껴안고 한참 동안 있던 어머니는 풀고 강인이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우리 사위가 너무 자랑스럽고 고마워요.”
“어머님, 저도 안아주셔요.”
강인이가 그렇게 말하자 어머니는 강인이도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모두 거실에 소파로 와 앉았다. 하늘이 아버지는 강인에게 말했다.
“우리 하늘은 늘 성경을 읽고 있어서 크게 염려를 하지 않았다만, 오늘 목사님을 뵙고 그리고 자네와 대화하는 하늘을 보고서야 하늘이가 신앙적으로도 참 외로워했었다는 것을 알았다네.”
“저도 이제 알았습니다. 사실 저도 참 외로웠습니다. 하늘을 만나고서부터는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하늘이가 있어서 늘 힘이 되었다네.”
강인이 옆에 앉아 있던 하늘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혼자 찬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도 찬송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강인이도 아버지도 찬송가 301장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이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 주시고
모든 일을 주 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