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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하늘의 두 번째 이야기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14. 이하늘의 두 번째 이야기


어느덧 하늘의 임신이 21주가 되었다. 즉 그녀가 결혼한 지 147일이나 된 셈이었다. 오늘은 하늘이가 강인이랑 함께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모처럼 둘이서 데이트를 하는 셈이다. 그녀는 편안 옷차림을 하였다. 그녀는 강인이랑 단 둘이 걷는다는 생각에 편하게 강인의 팔짱을 끼고는 천천히 걸었다. 두 사람이 집에서 나와 십분 정도 걸어가니 조그만 공원이 나타났다. 오늘따라 공기가 꽤 차갑다. 그녀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나왔다. 그래도 강인은 자신의 코트를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이는 강인이의 애정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강인이의 어깨에 기댄 채로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없었고 햇살이 너무나 따스했다. 산책하다가 잠시 공원에 있는 한 벤치에 앉은 두 사람은 다정하게 서로 껴안은 채로 있었다. 벤치 앞에 작은 나무들 사이에 참새 떼가 조르르 몰려와 앉더니만 조잘거렸다.


“짹, 짹, 째~짹, 짹.”


하지만 그녀는 참새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겠지만 그녀의 태중에 있는 아기는 들었을 것이다. 그때에 강인은 점자판으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앞에 참새들이 노래해!”

“어머, 우리 아기는 들었을 거야~”

“그래?”

“나도 엄마의 배속에서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었었거든.”

“어떻게 그걸 알지? 기억나?”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 그 소리들......”

“아~ 당신은 들을 수 있었어!”


둘은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서로 점자판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고 있을 때에도 참새들은 그들 곁을 떠나지 않고 조잘 조잘대고 있었다. 그녀의 배속에 아기가 들으라고 참새들이 떠나가기까지 강인과 함께 벤치에 그대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자 그녀도 아기랑 대화를 하려는 듯이 손으로 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감싸주었다. 참새들이 후르르 날아가자 강인은 그녀를 일으켜서는 함께 걸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공원을 한 바퀴를 걸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여 걸어갔다. 두 사람이 집안으로 들어서자 어머니는 이들을 위해 늦은 시간이었지만 점심식사를 준비해 놓으셨다.


“어서 와요. 점심식사를 준비해 놨어요.”

“예~”


두 사람은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세면실로 들어갔다. 아니 강인이가 그렇게 말을 했다. 강인은 먼저 하늘이의 손을 씻어주고 나서 자신도 손도 씻었다. 그리고 둘은 세면실을 나와서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어머니는 두 사람을 위해 기름기를 제거한 깔끔하게 소고기뭇국을 준비해 놓으셨다. 거기에 물김치까지 덧들여놓으셨다. 하늘이와 강인이는 따뜻한 소고기뭇국을 참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도 곁에 앉아서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웠다. 그리고 후식으로 오렌지를 내놓았다. 강인이도 그녀처럼 입덧을 하는 흉내를 내면서 오렌지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숭늉을 어머니가 내놓았다. 그러자 둘은 숭늉도 맛있게 마시고는 식탁에 앉은 채로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릇들을 치우고 나서 식탁에 마주 앉았다.


“자기, 할 말이 있어.”


강인은 점판으로 하늘에게 말했다.


“뭔 말?”

“간밤에 이상한 꿈을 꾸었어.”

“무슨 꿈?”

“자기랑 함께 시냇가에 푸른 초장에 편하게 앉아 있는데…….”

“그래서.”

“어쩜 햇빛이 자기에게만 비치고 있는 거야. 이상하잖아?”

“어? 시편 23편의 말씀이네요.”

“시편 23편?”

“네, 그분께서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는 것 같아.”

“음…… 그럼 나는?”

“자기는 임신하지 않았지.”


강인은 그녀의 말에 놀라면서 말을 있지 못하였다. 그리고 어머니께도 꿈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태몽인 거구만.”

“아버님이 오시면 꿈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어요.”


강인은 아기의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생각하면서 아버지가 오면 상의할 생각이었다. 이때에 그녀가 강인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리고 점판을 강인에게 내밀었다.


“내 얘기를 들어줘요.”


강인은 움칫 놀라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는 다시 점판을 내밀었다.


“지금 난 그때 일이 생각나.”

“그 때라니?”

“지금 내 배속에서 딸꾹딸꾹 해요.”


하늘은 자신의 옛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배 안에서 아기가 뭔가에 놀란 듯 딸꾹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때에 어머니가 끼어들었다.


“아기가 딸꾹질하고 있는 거네. 배를 살살 쓰다듬어주렴.”

“저는 생각나요. 아기가 무언가 소리를 들었어요.”

“어머니 배 속에서 말이야?”


강인은 놀라면서 말했다. 그리고 점판으로 말을 전했다. 옆에 어머니도 강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녀는 이어서 말을 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심장소리도 듣고, 기침하는 소리도 듣고…….”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다고?”

“어머니, 하늘이가 태중에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랬을 거야, 아기 때에 뭔가 말하려고 애를 썼었지. 그런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전 엄마가 기도하거나 찬양하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세상에 나와서는 말을 못 하게 된 거죠?”


강인은 어머니를 향에 말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이상하다고 하셨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셨어.”

“아니 그럴 수가…….”


강인은 매우 안타가운 심정으로 말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도 강인이 품에 묻힌 채로 한참 동안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아기가 보는 것이나 듣는 것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했어. 처음에는 몰랐지.”


어머니는 그때를 생각하면서 무겁게 말했다. 이때에 하늘은 다시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나 아직도 그때에 들은 소리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 무슨 소리였어?”


강인은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말해보라고 점판을 내밀었다. 그녀는 기억나는 일부를 점자판에 적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하늘 영광 밝음이 어둔 그늘 헤치니”

“예수 공로 의지하여 항상 빛을 보도다.”


강인은 놀랐다. 어머니도 놀랐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때에 임신 중에 자주 찬송을 불렀던 일을 생각하시며 눈시울을 적셨다.


“완벽하네. 그걸 다 기억하다니…….”


강인은 그녀를 힘껏 껴안은 채로 대단하다고 흔들었다.


“그뿐 아니에요. 성경을 읽는 엄마의 소리도 기억나요.”

그러면서 그녀는 곧이어 말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고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내가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데려갈 것이다.”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함께 있게 하겠다.”


그녀는 또박또박 성경구절을 적어냈다. 강인은 그녀의 점자판의 글을 보고 감동을 했다.


“여보, 사랑해요.”

“내 안에 아기도 나처럼 듣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강인은 그녀의 기억력을 보고 지금 그녀의 배속에 아기도 그럴 거라고 믿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아직 그녀의 배 속에 태아는 그렇게 까지는 아닐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 배 속에 있었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자신의 배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가야, 네가 바로 나인 거야.’


하늘이 어머니가 강인에게 말했다.


“내일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네, 내일 연세병원에 같이 가시지요.”


그리고는 강인은 하늘에게 점판으로 말했다.


“내일 우리 연세병원에 같이 가자.”

“응.”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유와 오렌지주스를 가져왔다. 하늘은 우유를 마시고 강인은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하늘이의 어머니는 장롱에서 녹음기를 꺼내어서는 녹음테이프를 틀었다. 비록 하늘은 듣지 못하지만 하늘이 뱃속에 태아는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찬송을 틀어주었다. 강인이와 하늘이는 식탁에 그대로 앉아서 무엇인가 점판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는 커피를 내려 한 잔을 들고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있었다. 그리고 녹음기에서 들려오는 찬송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에 현관문이 열리며 하늘이 아버지가 들어서면서 말했다.


“모두들 잘들 있었나요?”


강인은 벌떡 일어나 현관 쪽으로 가서 아버님께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오늘 일찍 오시네요.”


어머니도 현관으로 다가와서 그렇게 말하고는 작은 가방을 들었다.


“나 저녁 먹고 왔어요.”

“아니, 벌써 저녁을 먹었어요?”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자, 어머니는 의아해하여 말하면서 뒤따라 들어갔다. 강인은 식탁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로 다시 갔다.


“아버님이 오셨어.”

“예, 알아요.”


그러면서 그녀는 일어나 아버지께 가지 않았다. 그저 강인에게 기댄 채 우유를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잠시 후에 아버지는 세면실로 가시고 어머니는 다시 소파에 와 앉았다. 아버지는 세면실에서 한참 동안 있었다. 목욕을 하시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오셨다.


“여보, 웬일로 목욕까지 하셨어요.”


어머니가 말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거실을 휙 둘러보고는 소파에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하늘이가 홀몸이 아니잖소.”


그때에 강인은 그녀와 함께 소파 쪽으로 와서 앉았다.


“아버님, 간밤에 제가 이상한 꿈을 꿨어요.”

“뭔 꿈을?”

“시냇가에서 제가 하늘이랑 함께 앉아 있는 데, 하늘에서 햇빛이 내려와 하늘에게만 비추고 있는 거예요.”

“음. 좋은 꿈이구먼.”

“어머니도 그리 말씀하셨어요. 태몽이라고요.”

“그래 맞아. 하지만 태몽이라기보다는 주님이 돌보신다는 것이 아닐까?”


이때에 하늘이 어머니가 뭔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뻔해요. 아들인 거잖아요. 해는 아들, 달은 딸……. 그리 말하잖아요.”

“그렇겠군. 아들이라…….”

“그럼 이름을 뭐라고 하지요?”

“햇살이 하늘에게 비춰주었다면 필시 빛 광자로 하고, 빛이 비친 시간이 낮일 거고 하니 날 일자로 한다면…….”


그렇게 아버지가 꿈을 풀어 해석하니 강인이가 먼저 이름을 말했다.


“그럼 광일이라 부르면 되겠습니다.”

“응? 광일이라……. 최광일~ 이름이 좋구먼.”

“우리 하늘이 태몽은 내가 꿨지. 맑은 하늘에 하얀 구름 속에 여자아이가 미소를 하고 있었지.”

“그래서 하늘이라 이름을 정하신 거예요?”

“아니 하늘이 엄마가 그렇게 하자고 했지.”

“이하늘.”


강인은 아내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강인은 그녀에게 점판으로 말해 주웠다.

“우리 아기 이름은 ‘광일’로 정했어.”

“최광일?”

“응. 어때?”

“무슨 뜻이죠?”

“햇빛이 한낮에 자기에게 비췄기에……. 빛 ‘광’ 자와 낮 ‘일’이야.”

“빛 광과 낮 일……. 「너희는 빛이 있는 동안에 그 빛을 믿어서 빛의 자녀가 되어라.」(요 12:36)”

하늘은 입술로 중얼거리며 점판으로 그렇게 강인에게 말했다. 강인이도 하늘이의 성경 말씀을 인용하는 것에 감탄을 했다. 그리고 하늘이 부모님께 하늘이가 이름 풀이한 것을 전했다.


“하늘이가 광일의 뜻을 성경말씀으로 얘기해요.”

“뭐라고?”

“너희는 빛이 있는 동안에 그 빛을 믿어서 빛의 자녀가 되어라 하고 요한복음 12장 36절로 해석해 주네요.”

“음……. 참 좋은 해석이네.”


하늘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감탄하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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