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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하늘이 연세병원에 가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8[어둠의 사십 년]

15. 하늘이 연세병원에 가다


아침 일찍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강인은 휴무였다. 아직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이불을 잘 덮어주었다. 그리고 강인은 방을 조용히 나왔다. 벌써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침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 일찍 일어났네요.”

“오늘은 하늘이가 병원에 가는 날이라 서요.”

“그렇군요.”


강인이와 어머니가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셨다.


“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자네도 잘 잤나?”

“네,”


아버지는 그렇게 강인에게 인사를 하고는 먼저 세면실로 바로 들어가셨다. 강인은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서 잠시 앉았다. 그리고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날씨는 참 맑았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나 봄기운이 돈다. 강인은 테이블에 있는 성경책을 가져와 성경을 펼쳤다. 그리고는 강인은 하늘이가 말했던 성경말씀을 찾았다. 요한복음 12장이었다.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로 가셨다. 그곳은 예수께서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가 사는 곳이다. 거기에서 예수를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데, 마르다는 시중을 들고 있었고,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 가운데 끼어 있었다. 그때에 마리아가 매우 값진 순전한 나드(Nard) 향유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았다. 온 집안에 향유 냄새가 가득 찼다.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장차 예수를 넘겨줄 가롯 사람 유다가 말했다.

“이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왜 이렇게 낭비하는가?”

.................. 생략.....................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로 두어라. 그는 나의 장례 날에 쓰려고 간직한 것을 쓴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지만, 나는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대 사람들이 예수가 거기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떼를 크게 지어 몰려왔다. 그들은 예수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죽은 사람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를 보려고 왔다.

...................... 생략...................

이튿날에는 명절을 지키러 온 많은 무리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오신다는 말을 듣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들고, 그를 맞으러 나가서 외쳤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에게 복이 있기를!”,

“이스라엘의 왕에게 복이 있기를!”

예수께서 어린 나귀를 보시고, 그 위에 올라타셨다. 그것은 이렇게 기록한 성경의 말씀과 같았다.

“시온의 딸아, 두려워하지 말아라. 보아라, 네 임금이 오신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제자들은 처음에는 이 말씀을 깨닫지 못하였으나, 예수께서 영광을 받으신 뒤에야, 이것이 예수에 대하여 기록된 것이며, 또 기록된 그대로 사람들이 예수에게 그렇게 하였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 생략.....................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온 사람들 가운데 그리스 사람이 몇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리의 벳새다 출신인 빌립에게로 가서 청했다.

“선생님, 우리가 예수를 뵙고 싶습니다.”

빌립은 안드레에게로 가서 말하고, 안드레와 빌립은 예수께 그 말을 전하였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인자가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서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자기의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생에 이르도록 그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 나를 섬기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나의 아버지께서 그를 높여 주실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이 괴로우니, 내가 무슨 말을 하여야 할까?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 아니다. 내가 바로 이 일을 위하여 이때에 왔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되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이미 영광되게 하였고, 앞으로도 영광되게 하겠다.”

거기에 서서 듣고 있던 무리 가운데서, 더러는 천둥이 올렸다고 하고, 또 더러는 천사가 그에게 말하였다고 하였다. 예수께서 대답을 하셨다.

“이 소리가 난 것은, 나를 깨우치시려는 것이 아니라, 너희를 깨우치시려는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날 것이다. 내가 땅에서 들려올라 갈 때에, 나의 모든 사람을 나에게로 끌어올 것이다.”

이것은 예수께서 자기가 당하실 죽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암시하려고 하신 말씀이다. 그때에 무리가 예수께 말하였다.

“우리는 율법에서, 그리스도는 영원히 살아 계시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은 인자가 들려야 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인자가 누구입니까?”

예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아직 얼마 동안은 빛이 너희 가운데 있을 것이다. 빛이 있는 동안에 다녀라. 어둠이 너희를 이기지 못하게 하여라. 어둠 속을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모른다. 너희는 빛이 있는 동안에 그 빛을 믿어서, 빛의 자녀가 되어라.”

이 말씀을 하신 뒤에, 예수께서는 그들을 떠나서 몸을 숨기셨다.』


강인은 그 말씀을 천천히 읽어갔다. 그는 하늘이가 어떻게 이 말씀을 기억하고 바로 말할 수가 있었는지에 놀랐다. 강인의 아내인 하늘의 생활은 점자성경을 읽고 또 읽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경을 읽고 하던 중에 마음에 와닿는 말씀은 종일 반복해서 읽고 하였던 것이 그녀는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나, 그 말씀만은 눈에 그려가며, 들음같이 호흡하듯이 되뇌곤 하였던 것이었다.

강인은 아침에 읽은 성경 말씀에서 놀라운 것을 깨달았다. 예수님이 살린 나사로의 집에서 자신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고,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수를 뿌리고 자신의 머리털로 그 발을 닦았다는 것을 보고, 이는 장차 있을 예수님의 죽음을 위한 것이라고 한 말씀에 놀라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이 예수님을 뵙기를 청하자. 그를 예수께로 인도하였더니, 예수님이 자신에 대해 말씀하신,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고, 또 나를 섬기는 사람은 나를 따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시고, 내가 있는 곳에 그들도 같이 있겠다고 하셨다. 이 말씀으로도 강인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예수님은 그들에게, 내가 이때를 벗어나게 해달라고 말할까? 아니다 내가 이 일을 위하여 이때에 왔다고 하시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이 영광되게 하소서 하고 외치니, 하늘에서 소리가 나서 말하니, 예수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지만, 무리들은 천둥소리라고 또는 천사의 소리라고 말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런 현상을 너희로 깨닫게 하시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 무리는 율법을 말하면서, 그리스도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인자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여기서 강인은 무리들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나처럼 그들도 깨닫지를 못했었구나 하며 생각하였다. 그때에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아직은 빛이 너희 가운데 있을 때에 빛 가운데로 다녀라. 그리고 빛이 있는 동안에 빛을 믿어라. 빛의 자녀가 되어라.”


강인은 오늘아침에 읽은 성경말씀으로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들의 이름을 ‘광일’이라고 말할 때에 하늘이가 곧 그 이름의 뜻을 성경말씀으로 해석해 준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는 기도 중에 하나님이 자신에게 얘기하신 대로, 하늘에게서 아들을 낳게 하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강인은 성경책을 덮고 잠시 기도를 했다. 강인이가 기도를 마치자 하늘이가 방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강인은 소파에 앉아 있는 채로 방에서 나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한 손으로는 배를 감싸고 다른 손으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마침 하늘이 아버지가 세면을 하시고 나온 후였다. 잠시 후에 하늘은 화장실에서 나와 바로 강인이가 있는 거실의 소파 쪽으로 왔다. 그리고는 그녀는 손을 뻗어 더듬어가며 강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강인은 하늘을 소파의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바로 이리로 왔어?”

“당신 냄새를 맡았거든......”

“내 냄새를? 오~ 그렇지, 내 냄새!”


그리고 강인은 두 손으로 하늘이의 두 손을 꼭 잡고는 손에 입을 맞추었다. 하늘은 뭔지 알고 있는 듯이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강인은 하늘을 끌어당겨서 품어주었다. 하늘이도 거부하지 않았다.

이때에 하늘이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셔서 바로 식탁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강인과 하늘을 보았다. 하늘이 어머니는 이미 아침식사 준비를 다 해놓았다. 강인이도 하늘을 가만히 일으켜서는 함께 식탁으로 와 같이 앉았다. 식사 중에 강인은 하늘이 부모님께 말을 했다.


“아버님께서 아기 이름을 ‘광일’이라고 지워주신 것과 하늘이 그 이름의 뜻을 성경으로 풀어주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인 것 같습니다.”

“자네가 꾼 태몽부터 하나님의 은혜였다네.”


하늘이 아버님은 이미 알고 계신 듯이 말했다. 어머님도 한 마디 하셨다.


“우리 사위가 하늘에게 청원할 때에 그리 말하지 않았나? 하나님이 하늘에게서 아들을 낳으라고 말일세.”

“어머님도 그것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어찌 잊을 수 있나요.”

“네, 저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하늘이가 말한 성경말씀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래, 오늘 하루는 강인이 덕분에 모든 게 잘 될 듯싶네.”


하늘이 아버님은 매우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셨다.


“내가 먼저 일어나겠네. 출근 시간이 다 됐구먼.”


아버님은 방으로 들어가셨다. 하늘은 강인이가 부모님과 대화를 하는 내용을 알았다는 듯이 강인이의 손을 꼭 잡았다. 강인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머니도 강인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는 손을 내밀어 강인이의 잡아 주었다. 방에서 출근 준비를 다 하신 아버님이 방을 나와 강인이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리고는 현관으로 가시면서 말했다.


“내가 먼저 출근하러 간다네. 병원을 잘 다녀오게나.”

“아~ 네! 아버님, 병원에 잘 다녀오겠습니다.”


강인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시는 아버님을 향해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어머니께 말했다.


“어머니, 제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아셔요?”

“모르지. 그러나 그 마음을 안다네.”

“제가 하늘 씨를 만난 것이 얼마나 은혜인 줄 아셔요?”

“글쎄, 나도 처음에는 하늘을 낳고 힘들었다네. 나중에서야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알았네.”

“제가 처음 공원에서 하늘 씨를 보았을 때, 저는 제 어머니를 생각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요.”

“어머니를 많이 그리워했군.”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북으로 끌려간 후에 어머니는 저를 홀로 키우셨어요.”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겠군.”

“예, 그렇지요. 그런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리려고 했는데…….”

“그래?”

“암으로 돌아가셨지요.”

“저런……”

“너무 늦게 발견하셔서 3년도 못 채우시고 가셨어요.”

“무슨 암이었기에…….”

“직장암이었어요.”

“저런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구먼.”

“예, 저 하나를 키우시느라 힘든 내색도 아니하시고, 오직 믿음을 의지하며 사셨어요.”

“그전에 증상이 있었을 텐데…….”

“의사님도 그리 말하셨어요. 어머니는 참고 견디셨던 것이었어요.”

“저런.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러니 믿음으로 사신 것이지요.”

“그리셨구나.”

“제가 공원에서 하늘을 보는 순간 제 마음이 평화로웠어요. 그땐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뢰한 행동을 했군.”

“그런데 오늘 아침에 성경을 찾아 읽었는데, 하늘 씨가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깨달았어요.”

“아멘. 그래서 그렇게 눈물을 흘렸군.”

“예. 감사해요. 이렇게 어머니도 아버님도 제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에요.”

“저 역시 그렇다네. 자네 같은 좋은 사위는 없지.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네.”

“앞으로 잘할게요. 친아들처럼.”

“고맙네.”


강인은 하늘을 데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신촌 연세병원으로 갔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을 했었다. 산부인과 대기실에 강인이와 하늘이 그리고 어머니는 기다리고 있었다. 곧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진료실로 하늘을 데리고 강인이는 들어갔다. 어머니도 뒤따라 들어가셨다. 산부인과 여의사는 하늘에 대해 어머니께 몇 가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초음파 검사로 하늘이 배속에 태아의 상태를 살폈다. 태아는 아주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하늘이의 임신성 당뇨검사와 간검사도 했다. 여의사는 어머니께 몇 가지를 더 물었다.


“요즘 산모는 많이 안정된 생활을 하시는 것 같네요. 마음이 매우 편안하게 보입니다. 식사나 운동도 적절하게 잘하시지요?”


어머니는 하늘이의 하루 생활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다. 강인은 의사에게 자신이 태몽을 꾼 것 같다고 하며 꿈 이야기를 해드렸다. 여의사는 웃으시면서 너무 좋은 태몽이라고 말했다. 모든 진찰을 다 마치고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진료실에서 나왔다. 어머니도 강인이도 매우 안심이 되어 밝은 표정이었다. 하늘이도 어머니와 강인이가 기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이도 매우 편안해 보였다. 병원을 나온 강인은 하늘에게 오늘점심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점판으로 물었다. 하늘은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강인은 연세대학 근처에 있는 먹거리 골목에서 숯불고기를 넣어주는 냉면전문집으로 갔다.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사람들이 적절하게 많이 있었다. 강인은 하늘이와 어머니를 모시고 냉면전문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좀 넓은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 여기 냉면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고기가 부드러워요.”


강인은 식탁 위에 수저를 놓으면서 어머니께 이곳 음식을 잘 아는 듯이 말했다.


“숯불고기라니 고기 맛이 좋을 것 같네요. 하늘이도 좋아하겠네.”


어머니가 만족하다는 듯이 말을 할 때에 강인은 점판으로 하늘에게 여기 식당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하늘은 기대한다며 배고프다고 배를 만지면서 말했다.


“어머니, 빈대떡도 시킬까요?”

“그렇게 해요. 하늘이도 빈대떡을 좋아하지.”


강인은 주문을 받는 직원에게 냉면 세 그릇과 빈대떡 하나를 시켰다. 오늘은 하늘이가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녀는 사랑하는 강인이랑 나들이 나온 기분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늘이 옆에는 어머니가 앉았다. 강인은 하늘을 마주 보며 앉았다. 잠시 후에 주문한 냉면이 먼저 나왔다. 하늘은 자신의 앞에 놓인 냉면을 스스로 젓가락으로 저으며 먹기 시작했다. 역시 하늘은 매우 배가 고팠었나 보다. 어머니도 하늘이 먹는 것을 본 후에 냉면을 들기 시작하셨다. 이러한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강인이도 기쁜 마음으로 냉면을 먹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자 하늘은 강인에게 점판으로 말했다.


“산책하고 싶어요.”

“그럼 연세 캠퍼스에 갈까요?”

“예.”


식사를 마치고 강인은 하늘이랑 어머니를 모시고 연세대학 캠퍼스로 자동차로 이동을 했다. 연세대학 내에 주차장에 차를 주차를 하고 강인은 하늘이랑 나란히 캠퍼스를 걸었다. 하늘이 어머니는 뒤를 따라 걸었다. 아직 2월이지만 오늘은 날씨가 포근한 편이다. 하늘은 강인이랑 팔짱을 하고 천천히 걸었다. 하늘은 심적으로 많이 힘든 것일까? 아니면 애정을 그리워서일까?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걷는 하늘이 어머니는 홀몸이 아닌 하늘이가 여러 가지로 힘들어하는가 보다라고 생각을 하였다. 얼마쯤 걸어가다 잔디를 배경으로 놓인 벤치에 하늘은 강인이와 함께 나란히 앉았다. 어머니도 그녀 옆에 앉았다. 그러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하늘은 강인을 팔짱을 끼고 기대었다. 강인이도 하늘의 어깨를 팔로 감쌌다. 둘은 그렇게 말없이 앉아있었다. 어머니는 주변을 살피시더니 멀리 국내 매점을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는 하늘은 강인이의 무릎에 머리하고 반쯤 누워있었다. 어머니는 손에 커피와 과일주스를 가져왔다. 강인에게는 커피를 주고, 하늘에게는 주스를 주려하자 강인이가 하늘이의 주스까지 받았다. 어머니는 강인이 옆에 살짝 다가앉았다. 강인은 커피를 마시며 하늘에게는 과일주스를 먹여주었다. 하늘은 그대로 반쯤 누운 채로 주스를 빨대로 마시고 있었다. 어머니는 살짝 얼굴을 앞으로 움직여 두 사람을 보더니 말없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을 하였다.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어느새 비둘기들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캠퍼스 안에는 여기저기 잔디에 벤치가 놓여 있었으며 남녀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늘이와 강인이 그리고 어머니가 앉아 있는 벤치 주변에만 비둘기들이 모여와 먹이를 찾는지 ‘구구’ 소리를 내며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가 먹이를 준 적이 없는데 말이다. 강인과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비둘기들을 바라보았다. 단지 하늘이만은 조용히 강인이 무릎과 가슴에 반쯤 누워 있는 채로 햇살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참 이상하다. 웬 비둘기들이 여기에 모여 있지?”


커피를 마시다 말고 어머니는 혼자 말했다. 강인이도 이상하다는 듯이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요? 여기만 비둘기들이 모여 있어요?”


그러자 주변에 사람들도 이상한 듯이 이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하늘이와 강인이 그리고 어머니가 있는 벤치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던 하늘이 어머니는 비둘기가 그냥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실 비둘기들이 임신한 하늘을 보호하려는 듯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주변에 사람들도 그러한 관경을 바라보고는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날씨가 포근하고 해가 캠퍼스를 가득 채우듯이 밝고 화창했다. 그런데 유난히 하늘이가 앉아 있는 벤치 주변이 좀 더 햇빛이 강하게 비추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이상하다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서야 강인은 놀라면서 깨달았다.


“어머니, 지금 느끼세요? 여기에 하늘이를 위해 하나님의 보살핌이 있다는 것을요.”

“아~ 하나님!”


어머니는 절로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감사의 기도를 짧게 드렸다. 그리고는 강인이의 팔을 손으로 잡았다. 강인은 마시던 커피 잔을 옆에 놓고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기쁘고 감격하여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참느라 어머니는 온몸이 진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인은 다시 어머니를 팔로 감쌌다. 어머니도 저절로 강인에게 몸을 기대고 말았다. 강인은 두 팔을 벌려서 한 팔은 어머니를 감싸고 다른 팔은 하늘이의 가슴을 감쌌다. 그리고 강인은 위로 하늘을 쳐다보았다. 햇빛이 너무 강하여 강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오, 하나님 아버지~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오니 감사할 뿐입니다. 오늘 하늘이가 왜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였는지를 이제 깨닫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잠이 든 것처럼 너무나 고요하였다. 사실 하늘은 강인이의 무릎에 누운 채로 얼굴에 햇볕을 가득히 받으면서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며 마음속으로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시간 너의 맘속에

하나님 사랑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간절히 소망해

하나님 사랑 가득하기를.

하나님은 너를 사랑해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너를 위해 저 별을 만들고

세상을 만들고 아들을 보냈네.


오래전부터 널 위해 준비된

하나님의 크신 사랑

너의 가는 길 주 사랑

가득하기를 축복해.

힘들 일도 있겠지만

나 그때마다 늘 함께 할게

하나님 보이신 그 사랑으로

나 또한 너를 사랑해.


오래전부터 널 위해 준비된

하나님의 크신 사랑

너의 가는 길 주의 사랑

가득하기를 축복해

너의 가는 길 주의 사랑

가득하기를 축복해.』


이때에 강인은 하늘에게 점판으로 말을 걸었다.


“사랑하는 당신, 지금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시고 계셔요.”


하늘은 그대로 있는 채로 점판을 읽고서 대답을 했다.


“지금 난 아기와 함께 주님을 찬양하고 있었어요.”


그때서야 강인은 하늘이가 그냥 누워만 있는 줄로 알았던 것을 돌이켜 주님과 함께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어느새 비둘기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하늘은 강인이의 무릎에서 일어나 바로 앉았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묵묵히 지켜보시며 도와주시는 하늘이 어머니가 대단하다고 그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잃은 슬픔의 긴 세월에 늦은 나이에 딸을 선물로 받은 기쁨도 잠시였던 하늘이 어머니,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딸을 보고서 더욱 암울했던 시간들이 서서히 가시면서 하늘을 통해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어머니는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어머니는 지금 연세 캠퍼스에서 두 사람의 애틋한 모습에 많은 위로와 기쁨을 느끼며 감사의 눈시울이 어렸다. 강인은 하늘이랑 어머니를 모시고 연세대학교 캠퍼스를 떠나 자동차로 집을 향하여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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