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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하늘이 출산하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17. 하늘이 출산하다


어느덧 하늘이는 임신 40주가 되는 날이 되었다. 평일처럼 하늘이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어머니가 틀어준 녹음기에서 성경낭독이 흘러나왔다. 일전에 강인이가 미국 뉴욕 항공편으로 다녀오는 길에 녹음기 한 대를 사 왔다. 그리고 성경낭독 테이프도 함께 사 왔다. 하늘이는 하루하루를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쉬면서 태중에 아기에게 들려줄 클래식 음악과 찬송 그리고 성경 낭송하는 테이프를 틀어주었다. 하늘이 자신은 전혀 들을 수는 없지만 태중에 아기는 들을 것이라고 하늘은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늘이 자신도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에 어머니의 기도소리와 찬양하는 소리와 성경을 소리 내어 읽으셨을 때에 들었던 것을 기억하였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강인이가 항공사에 출근한 지 삼일이 지났다. 오늘은 하늘이 아버지도 쉬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점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하늘이 곁에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셨다. 7월 10일이라 날씨가 후덕 지근한 여름날이었다.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창가에 나뭇가지들이 더운 공기를 쫓아내는 듯이 한들한들 흔들렸다. 하늘이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이마엔 땀이 묻어있었다. 하늘은 가끔은 힘들어하다가 편히 쉬기도 하였다. 잔잔히 들려주는 음악소리와 성경낭독의 소리가 들려와도 하늘이는 전혀 모른다. 단지 하늘이는 태아와 교류가 잦아지고 있었을 뿐이다. 때로는 마치 서로 대화를 하는 듯이 하늘이의 입술이 움직이기도 하였다. 어떤 때는 하늘이가 태중에 아기와 함께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그때는 하늘의 모습은 마치 태중에 아기처럼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얼굴 표정도 그렇게 보였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는 하늘이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면서도 자신이 겪었던 때를 연상하며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은 오전 내내 거실에 놓인 산모를 위한 흔들의자에 하늘이가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창가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점심때가 되어 식탁에 앉아 있는 하늘은 좀 힘들어했다. 그녀는 식사를 조금만 들었다. 그리고 수저를 놓았다. 묵묵히 바라보던 하늘이 어머니는 창가에 흔들의자에 하늘을 데려다 앉혔다. 그리고 식탁에 있는 그릇들을 치우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하늘이 아버지는 무거운 표정을 하시며 하늘이 곁에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늘이는 웬만하면 잘 참고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만삭이 된 몸으로도 하늘이는 잘 버티고 있었다. 가끔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하지만 곧 평온을 찾고 안정을 취하였다. 오히려 하늘이는 어두움 가운데 있으면서도 자신의 몸속에서 새 생명이 자라고 있는 것을 자세히 느끼며, 태초에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생기를 넣으실 때에 한 생명이 살아나는 것에 대한 교감을 몸으로 느끼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희열을 하늘이도 누리고 있었다. 그러기에 하늘이는 산모의 고통을 힘들어하기보다는 당연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하늘이는 배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아기와 공유하며 아기와 호흡을 나누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늘이는 점점 무거워지는 배를 따뜻한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자신의 힘든 것보다 아기의 노는 것을 함께 즐겼다. 그러자 하늘이는 아기가 점점 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아가야, 넌 거기에 더 있고 싶은 거지? 그러나 네 몸이 무거워지니 아래로 내려가는 거야. 나도 그랬었지.”

하늘이는 그렇게 마음의 소리로 아기랑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늘이도 점점 아랫배가 무거워지면서 자주 통증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하늘이는 성경의 말씀을 생각하곤 했었다.


「여자여, 너는 아기를 낳을 때에 심히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늘이는 이 말씀을 떠오르면서, 에덴동산에서 두 사람을 쫓아내야 하는 하나님의 아픔을 기억하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 내 몸 안에서 아기를 세상 밖으로 내보낼 때에 오는 이런 고통을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셨는지를 알게 하시는구나.’


이러한 하늘이의 깊은 믿음을 주님은 너무나 잘 아셨다. 그래서 하늘에게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셨던 것이다. 해가 중천을 지나고 서서히 햇볕이 창가 쪽으로 밀려가고 대지의 열기가 창문으로 들어와 하늘을 더욱 힘들게 하였다. 하늘이의 배속에 아기는 더 아래로 내려갔다. 약간의 고통이 더해짐을 느낀 하늘이는 손을 뻗어 흔들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리고 하늘이는 자신이 엄마의 배속에서 밑으로 빠져나갈 듯한 압박이 자신의 가슴에서 밀려옴을 느꼈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가 매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는 하늘이 아버지에게 와서 말했다.

“여보, 아무래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가?”


하늘이 아버지는 몹시 당황하면서도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일어나 급히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을 부추겨 일으켜서는 하늘이 아버지 뒤를 따라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하늘이 아버지는 택시를 불러와 집 앞으로 왔다. 하늘을 어머니는 택시에 태우고 곁에 같이 탔다. 하늘이 아버지는 택시운전석 옆에 앉았다.


“신촌 연세병원으로 갑시다.”


하늘이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자 택시운전수는 뒤를 힐끗 돌아보고는 서서히 출발을 했다. 택시운전수는 산모의 안전을 위해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였다. 택시는 한강변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서강대교를 건너 연세병원으로 달렸다. 택시는 하늘이의 집에서 연세병원까지 50분 동안을 달려서 왔다. 하늘은 달리는 택시 안에서 어머니의 몸에 기댄 채로 조금씩 꿈틀거리는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아버지, 저를 홀로 두지 아니하시고 늘 곁에 계셔서 위로해 주시오니 감사합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도 오직 주님만 바라보오니 큰 힘이 됩니다. 내 몸에 아기를 주시오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천지를 창조하시고 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홀로 아니하시고 우리가 함께 만들자 하신 그 뜻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새 생명을 주시고 함께 키워 가시오니 감사합니다. 이제 이 아기를 세상으로 내보내실 때에도 함께 하실 줄을 알고 믿습니다.’


어느덧 택시는 연세병원에 도착하였고, 하늘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하늘은 무거운 몸으로 어머니와 함께 산부인과로 걸어가는 동안 하늘이 아버지는 접수처에 등록을 하고 따라오셨다. 마침 대기 환자가 없어서 간호사의 도움으로 받아 바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하늘이 어머니도 따라 들어갔다. 하늘은 의사의 간단한 진료를 받고서 분만실로 들어갔다. 의사와 간호사는 하늘이의 상태를 살폈다. 하늘이 어머니도 그 곁에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하늘이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태아는 매우 안정상태입니다만 아직 나올 준비가 안 된 듯합니다. 일단 산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좀 더 기다려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의사 선생님은 말하고는 간호사에게 지시를 했다. 간호사는 산모를 분만대기실로 옮겨주었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 곁을 떠나지 않고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하늘이 아버지는 산부인과 앞에 대기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흐르고 또 한 시간이 흘렀다. 의사 선생님은 다른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하늘이 옆에 있는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가 초조하지 않도록 하늘이 손을 꼭 잡은 채로 하늘이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가끔 통증을 느끼는 듯 하늘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고 하였다. 그럴 때마다 하늘이 어머니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신의 손으로 하늘이 손을 꽉 잡아주었다. 하늘은 눈을 감은 채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신음을 냈다. 하늘이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총총 맺혔다. 하늘은 마음으로 하늘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 내 몸에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나 봅니다. 도와주소서. 에덴동산을 떠나는 아담과 하와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알겠습니다. 하와가 첫아기를 낳을 때에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도 알겠습니다. 그녀는 여호와의 도움으로 첫아기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지금 저에게도 아버지의 도움으로 첫아기를 얻고자 합니다. 함께 하여 주세요. 아버지!’


그렇게 하늘은 하나님 아버지를 외쳤고 자신의 몸에 아기에게도 말했다.


“아가야~ 이제 내 몸에서 나오렴. 나는 볼 수 없지만 너는 넓은 세상에 나와 나를 위해 살아다오.”


다시 하늘은 통증을 느끼며 배에 힘을 주게 되었다. 하늘이 어머니도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때에 대기석에 계셨던 하늘이 아버지는 기다리다 지쳐서 잠시 병원 밖으로 나가셨다. 어느덧 해는 졌으나 하늘은 더욱 푸르렀다. 묵묵히 하늘을 쳐다보시던 하늘이 아버지는 멀리서 누군가 급히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급히 걸어오는 사람은 하늘이의 남편 최강인 이었다.


“아버님, 여기 나와 계셨어요?”

“잘 왔네. 하늘이가 너무 힘든 모양 같아서 답답해서 바람을 쐬려고 잠시 나왔다네.”

“아직 소식이 없어요?”

“그렇다네. 벌써 나왔어야 하는데…….”

“안으로 들어가시죠.”


강인이는 하늘이 아버지를 모시고 산부인과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리석에 앉았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던 강인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 안을 기웃거렸다. 그러자 안에 있던 간호사와 마주쳤다.


“선생님, 저의 아내 하늘이는 좀 어떤가요?”

“궁금하시죠? 안으로 들어와 보셔요. 힘이 될 것입니다.”


간호사는 강인이를 하늘이가 있는 분만 대기실로 안내를 했다. 하늘이가 애쓰는 모습과 그 옆에서 하늘이 어머니가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을 강인이는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인이는 하늘이에게 달려가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이는 강인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여전히 하늘이는 힘을 쓰는 듯 입술을 꽉 물고 있는 것이다. 강인이는 하늘이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기도하였다.


‘주님, 제 아내를 도와주소서. 마음껏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애쓰는 모습을 긍휼히 여기소서.’


그때에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와 함께 오셨다.


“어디 좀 볼까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하늘이를 살펴보시고 말씀하셨다.


“이제 좀 진전이 있네요. 분만실로 옮기도록 합시다.”


의사 선생님은 간호사와 함께 하늘이를 분만실로 옮겼다. 하늘이 어머니도 함께 따라갔다. 강인이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이 아버지 곁에 앉았다.


“곧 분만할 것 같아요. 아버님,”

“그래, 다행이군.”


하늘이 아버지는 강인의 손을 잡고는 안심을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분만실에서 하늘이 어머니가 급히 나오시더니 강인이를 끌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강인이는 하늘이 어머니에게 이끌리어 안으로 들어서니 의사 선생님은 아기를 안고 계셨고, 하늘이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강인은 하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하늘이의 귀에 가까이 입을 대고는 뭐라고 속삭였다.


“여보, 정말 수고가 많았어. 아들이라고 하는 것 같아.”


그러자 강인이의 말을 들을 수 없던 하늘이는 미소를 지으며 강인을 당겨서 끌어안았다. 옆에 어머니도 하늘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어머니의 손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끌어 볼에 비비었다. 하늘이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순간 하늘이 어머니도 하늘이의 눈물을 보자 입술을 굳게 다물고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강인이도 그만 하늘이의 얼굴을 끌어안았다. 잠시 후에 하늘이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리고 하늘이 어머니 뒤에서 지켜보고 계셨다. 그러자 간호사는 하늘을 옆 산모실로 이동해 주었다. 강인이와 하늘이 부모님도 뒤따라 산모실로 들어왔다. 그때서야 하늘이 아버지는 하늘에게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그녀의 손을 잡아주셨다. 하늘이도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다. 이때에 강인이가 점자판을 꺼내어 하늘에게 말했다.


“당신, 수고했어요. 아들이에요.”

“하늘 아버지가 도우셨어요.”

“그래요. 주님이 함께 하셨지.”

“우리 아기도 수고했어요.”

“그렇군, 엄마의 품에 있을 때도 끝이네.”

“응, 내 품에 있을 때가 좋았는데…….”

“그래서 분만시간이 오래 걸렸군.”

“아니에요. 당신을 기다렸던 거죠.”

“나를……. 정말?”

“그래요. 이젠 내 품에서 떠난 셈이죠.”

“이름을 뭐라고 할까?”

“전에 말했는데…….”

“아참, 광일이라~ 최광일!”

“예, 맞아요. 나는 빛을 못 보나 우리 아기는 빛을 볼 수 있거든요.”

“음, 당신도……. 세상을 보고 싶었구나!”

“예,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언제나 예수님을 볼 수 있어요.”

“그렇지, 당신이 부럽네.”

“아기를 낳을 때에 옆에 주님이 계셨어요.”

“아~ 주님이…….”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그리고 강인에게 차트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오늘 아내 분께서 수고하셨습니다. 아들입니다. 아기는 1980년 7월 15일 오후 5시에 태어났습니다. 축하합니다.”

“선생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


강인은 차트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아기 이름은 정하셨습니까?”

“예, 최광일입니다.”

“광일? 빛 광자와 그리고…….”


의사 선생님이 주저하자 강인은 이렇게 말했다.


“예, 빛 광자와 낮 일자입니다.”

“음, 광일(光日)이라…….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시고 빛을 낮이라 하셨지요.”


뜻밖에 의사 선생님은 성경의 말씀으로 뜻을 풀어주셨다. 그러자 강인이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하며 말했다.


“네, 그렇게 풀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은 제 아내가 하늘에서 빛이 내려옴의 태몽을 꾸었답니다. 그래서 광일이라 정했습니다.”

“음, 좋은 태몽입니다.”


그러시고는 의사 선생님은 간호사와 함께 산모실을 나가셨다. 옆에 계셨던 하늘이 부모님도 의사 선생님이 손자의 이름의 뜻을 성경적으로 풀어주심을 보고 한편 놀라면서도 매우 기뻐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의사 선생님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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