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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와 뒷산

[엽서 동화 편]

by trustwons

설이와 뒷산


어젯밤 비가 밤새도록 내렸다. 설이는 일찍 일어났다. 설이가 창밖을 바라보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지난밤에 비가 종일 와서인지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하였다. 설이는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찬이 형이랑 슬래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갔다. 뒷산은 자그만 언덕산이었다. 뒷산의 언덕 아래에는 슬래브 집들로 치마를 입은 듯하였다. 뒷산 중앙에는 커다란 상수리나무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솔이는 찬이 형의 손을 꼭 잡고 뒷산 언덕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설이는 찬이 형과 함께 언덕 아래 슬래브 집들을 바라보았다.


"형아~ 우리 집은 어디 있어?"

"응? 저기 파란 지붕이 보이지? 그 옆집이야~"

"어디?"


집집마다 굴뚝에서 모란 모란 연기를 뿜고 있었다. 연기를 곧장 하늘 위로 곱게 솟아올랐다.


"형아~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봐!"

"그래, 연기가 구름기둥처럼 솟아오르고 있지? 신기하다. 그렇지?"

"응, 멋지다."


설이는 신나서 두 손을 입에 모아 소리쳤다.


"연기야~ 하늘 높이 날아 올라가라! 하얀 눈이 되어서 내려와!"

"설아~ 어떻게 연기가 눈이 되어 내려오니? 물이 증발해서 하늘로 올라가야 눈이나 비가 되어 내여 오지."

"그냥~"


설이는 다시 소리쳤다.


"연기야~ 높이 높이 올라라~"


햇볕이 슬래브 지붕 위에 가득히 내려앉았다. 뚜렷했던 지붕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구름이 내려와 덮은 듯이 보였다. 찬이가 상수리나무 둘레를 빙빙 돌았다. 설이도 찬이 형을 따라 상수리나무 둘레를 돌았다. 찬이는 상수리나무 위로 올라갔다. 설이는 찬이 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형아~ 나도 올라갈래!"

"안돼! 위험해~"


설이는 상수리나무에 손을 붙이고 상수리나무 둘레를 빙빙 돌다가 풀밭 위에 덥석 드러누웠다. 멀리 하늘에는 매 한 마리가 맴돌며 날고 있었다.


"형아~ 저기 하늘에서 새 한 마리가 우리처럼 빙빙 돌고 있어!"


찬이는 상수리나무 아래로 내려와 설이 옆에 풀 위에 누웠다. 그리고 설이가 바라보고 있는 매를 바라보았다.


"아~ 먹이를 찾는 거야!"

"먹이?"

"응, 쥐 나 작은 동물을 찾고 있지."

"쥐? 우리 집에 쥐가 많은데.... 그렇지?"


설이는 하늘에서 빙빙 돌다 사라지는 매를 쫓아가듯이 눈길을 주며 바라보았다. 매가 점점 멀리 사라지자 설이는 풀밭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가~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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