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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광일이가 엄마를 알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둠의 사십 년]

21. 광일이가 엄마를 알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 광일이 나이가 3살이 되었다. 이젠 광일은 말도 잘한다. 그동안 광일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한 방에서 잤었다. 광일은 제법 말도 잘하고 궁금한 것이 많았다. 어느 날이었다. 광일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엄마는 말을 안 해?”

“응, 그래 엄마는 말을 못 한단다.”

“왜?”

“엄마는 들을 수도 없단다. 그러니 말을 할 수 없지.”

“엄마는 못 봐!”

“그럼, 볼 수도 없단다.”

“왜 못 봐?”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볼 수 없었단다.”

“그럼 날 못 보네? 내가 누군지 모르겠네.”

“아니다. 엄마는 다른 방법으로 널 알 수 있단다. 우리 손자를 엄마는 잘 안단다.”

“어떻게 알아? 못 보면서…….”

“우리 광일이의 냄새로 알지. 그리고 손으로 알지.”

“정말?”

“그럼, 광일이도 해 보렴? 눈을 감고 할머니를 만져 봐.”

“응.”

광일은 할머니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할머니를 손으로 더듬어 만졌다. 그리고 할머니의 팔도 만졌다. 그리고 할머니의 가슴도 만졌다. 그리고서 할머니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는 할머니의 냄새를 맡았다.


“할머니의 냄새가 참 좋다.”

“그래? 우리 손자의 냄새도 좋구나.”

“나 엄마 한테 가볼래!”


광일은 조르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엄마를 찾았다. 거실에는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광일은 엄마의 방문을 살며시 반쯤 열고는 얼굴을 내밀었다. 광일의 엄마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었다. 광일은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걸어가면서 침대로 다가갔다. 그리고 엄마의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더니, 손을 뻗어 엄마의 얼굴에 살짝 갖다 댔다. 그러자 엄마는 얼굴을 광일이 있는 쪽으로 돌리고는 손을 내밀어 광일의 손을 잡아주었다. 광일은 엄마의 손을 코에 가져갔다. 그리고 광일은 눈을 감고는 엄마의 냄새를 맡았다. 그러자 하늘은 광일을 두 손으로 끌어당겨서는 올려 옆에 뉘었다. 그리고는 광일을 힘껏 끌어안았다. 광일이도 엄마의 얼굴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러자 하늘은 광일의 얼굴에 입맞춤을 했다. 광일은 엄마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광일에게는 엄마가 광일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나 보여? 지금 나 보고 있는 거지?”


그러나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는 한 손으로 광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하늘은 광일이의 몸에 코를 대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광일의 어깨 위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엄마, 엄마, 엄마,”


광일은 연속해서 엄마의 소리를 냈다. 이때에 방문 틈으로 할머니가 바라보고 있었다. 광일은 두 팔을 벌려서는 엄마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힘껏 당겼다.


“엄마, 나 엄마가 좋아~”


하늘은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떡이었다. 그리고는 광일이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는 입술을 오물오물하며 말을 하였다.


“광일아, 나도 네가 너무 좋단다. 너는 나의 눈이야. 너는 나의 귀란다.”


그러나 광일은 엄마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아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광일은 엄마의 입술이 자기의 귀에서 움직이는 느낌을 받으며 좋아했다. 광일은 다시 자기의 귀를 엄마의 입술에 가져다 댔다. 하늘은 광일이의 귀를 자기의 입술로 비볐다. 광일은 살며시 웃었다. 그러나 하늘은 자주 어머니가 자기의 귀에 대고 뭐라고 말하는 것을 기억하고는 광일에게 그렇게 행동을 한 것이었다. 광일은 갑자기 엄마의 가슴을 헤치고는 엄마의 젖가슴에 입술을 대고는 비볐다. 하늘은 손으로 자신의 젖꼭지를 광일이의 입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먹으라고 했다. 광일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싫다고 했다. 그런데도 하늘은 계속 젖을 광일이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광일은 할 수 없는 듯이 엄마의 젖을 입으로 살짝 빨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광일은 그냥 젖을 빨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하늘은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도 너만 할 때에는 이렇게 어머니의 젖을 빨았었단다. 그럴 때는 이 엄마는 혼자가 아닌 것을 알았지.”


이제 광일은 엄마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고는 엄마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하늘은 그런 광일의 행동을 느끼고는 팔을 내밀어 광일이의 머리 밑으로 넣었다. 광일은 엄마의 팔을 베고는 천장을 보았다가 창문을 바라보았다가 엄마를 쳐다보다가 그러더니 코를 엄마의 몸에 대고는 엄마의 냄새를 맡으려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

“엄마, 엄마의 냄새가 너무 좋아.”


그러나 하늘은 이런 광일이가 하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 하늘이도 광일이의 머리에 코를 대고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광일아, 너의 냄새는 참 좋구나. 나의 천사야~”


광일이도 엄마의 말을 듣지 못했다. 엄마의 말소리를 마음으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해는 창문 너머 방안을 환히 비춰주었다. 방문이 사르르 열리더니 광일의 할머니가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할머니는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있는 광일의 엄마인 하늘과 광일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할머니가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광일은 엄마 품에서 자고 있었다. 할머니는 하늘이의 몸에 손을 대고는 일어나야지 하며 깨웠다. 사실 광일의 엄마 하늘은 자고 있지 않고 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하늘은 어머니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도 같이 웃어주고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하늘은 광일이의 손에 이끌려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둘은 식탁으로 가서는 나란히 식탁 앞에 의자에 앉았다. 어머니는 연신 웃으시며 음식들을 차려놓았다. 그러자 광일은 엄마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엄마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동안 광일은 아빠가 엄마 한데 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이끌어 먹으라고 했다. 하늘이도 빙긋이 웃으며 광일이가 하라는 대로 했다. 그렇게 둘이 오순도순 아침식사를 하였다. 식탁 마주 편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할머니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즐거운 식사를 마친 모자(母子)는, 엄마 하늘의 손을 잡고 광일은 거실 쪽으로 이동을 했다. 늘 하늘이가 앉는 의자에 광일은 엄마를 앉혔다. 그리고 이동 의자를 가져와 엄마 옆에 광일이도 앉았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광일은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창밖을 바라보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창밖에 나무들마다 춤을 추고 있어. 그리고 새들도 날아다녀!”


그러나 하늘은 광일이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하늘은 창밖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늘은 종종 창문을 향해 얼굴을 향하고는 주님께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하늘은 자신의 얼굴을 창밖으로 향하여서는 주님께 기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광일은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가서는 창밖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이때에 하늘의 어머니께서 구수한 숭늉과 대추차를 쟁반에 받쳐서 가져왔다. 그리고 하늘이 앞에 작은 탁자 위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하늘이의 손을 잡아서 찻잔에 가져다 대주었다. 하늘은 곧 어머니가 마실 차를 가져온 것을 알았다. 할머니는 광일에게 숭늉을 가져다 먹였다. 광일은 단숨에 숭늉을 마시고는 다시 창밖을 둘러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잠시 손자 옆에 서서 손자처럼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대추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계속 창문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하늘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이의 피부에도 민감하였다. 그러므로 창 쪽에서 다가와 하늘이 얼굴에 닿는 공기와 거실 안에서 공기가 다름을 광일의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하늘은 빛을 전혀 볼 수는 없으나 얼굴에 와닿은 공기의 온도에 너무나 민감하여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하늘은 광일이가 창가에 있는 것을 냄새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하늘은 광일이랑 함께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광일은 엄마가 자기를 향해 보고 있는 것처럼 의식하고는 몸을 돌려 엄마 쪽으로 다가와 엄마에게 몸을 기대었다. 하늘은 그런 아들을 팔로 감싸며 손끝으로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기도를 했다.


“나의 아버지여, 어린 내 아들을 당신의 두 눈동자로 지켜주소서.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슬퍼하지 않게 하여 주세요.”


그때에 하늘이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사랑하는 하늘아, 염려하지 마라. 내가 너를 지켜주듯이 네 아들도 내가 지켜 주리라.”


이때에 하늘은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으셨구나 하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자 하늘은 광일을 팔로 안은 채로 율동하듯이 몸을 흔들며 하나님을 향한 기쁨에 찬양을 하였다. 엄마에게 기대었던 광일은 엄마가 몸을 흔들자 얼굴을 들어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엄마의 얼굴이 밝게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광일이도 엄마가 기뻐하는 것을 알고는 엄마를 따라 함께 몸을 흔들어주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광일이 할머니도 절로 기뻐하면서 거실의 소파로 와 앉았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찬송을 불렀다.


「나 어느 곳에 있든지 늘 맘이 편하다. 주 예수 주신 평안함 늘 충만하도다.」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을 낳은 후 보지도 듣지도 못하며 말할 수도 없는 어린 딸을 품에 안고는 얼마나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었는지를 떠오르며 하늘이와 손자 광일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신도 몸을 흔들며 찬양하는 하늘이와 그녀의 옆에서 함께 몸을 흔들어주는 손자 광일이를 바라보면서 생각을 하였다. 하늘이도 얼마나 한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거라고 하늘의 어머니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하늘은 자신이 낳은 자식을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고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는 심통한 마음이었을 거라고 어머니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면서 지금 하늘이랑 손자가 함께 기쁨의 찬양을 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모른다는 생각을 어머니는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몸으로 찬양을 하던 하늘이가 일어서려고 했다. 광일이도 엄마를 따라 일어섰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하늘은 광일의 손을 잡은 채로 화장실로 가려고 하자 광일은 곧 알아채었다. 광일은 마치 엄마를 이끌어주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엄마와 함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 화장실 입구에 도달하자 광일은 엄마의 손을 화장실 문고리에 잡도록 놓아주었다. 하늘은 곧 화장실 문을 열고는 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광일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본 할머니는 기쁨이 가슴에 벅차올랐다. 할머니는 절로 주님께 두 손 모아 감사를 드렸다. 광일이가 엄마를 도우려는 모습을 할머니는 알아차린 것이었다. 아직 세 살밖에 안된 어린 손자가 엄마의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도우려는 생각을 가졌다니 고맙고 슬프기도 하였는지 할머니는 소파에 앉아있으면서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오늘 광일은 하루 종일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광일은 엄마가 화장실로 가면 화장실 문 앞에까지 함께 갔고, 방으로 들어가면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가면 거실로 따라갔다. 광일은 엄마가 점자 성경을 펴서 읽으면 그 옆에 앉아서 엄마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가 점자타자기를 치려고 하자 광일은 재빨리 타이프용 종이를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는 타자를 치는 엄마의 모습을 책상에 기대어 두 팔로 얼굴을 고이고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옆에 책상에 기대어서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 아들을 볼 수가 없지만 아들의 냄새로 그녀는 광일이가 옆에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참으로 오랫동안을 광일은 엄마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엄마와 함께 있었다.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하늘이 어머니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은 광일랑 함께 있었던 오늘의 이야기를 점자타자기로 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은 맑은 날씨인 듯하다. 아들이 내 곁에 와 주어서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광일은 내 침대로 찾아와 주었다. 마치 예수님이 내 곁에 오신 기분이었다. 그처럼 기뻤다. 아마도 예수님이 내게 보내준 선물인 셈이다. 태중에 있을 때에도 아기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너무나 고마운 아기였다. 나와 한 몸이었던 아기는 내 몸을 떠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때에 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머니의 태중에 있을 때보다 이 세상에 나왔을 때에가 너무나 암흑이었었다. 내가 태중에 있을 때에는 들리는 소리가 있었고 포근함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머니 몸에서 나온 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아직 나는 태중에 있었던 기억들만이 생각날 뿐이었다. 차츰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고 냄새를 알아갔었다. 더욱 감사하는 것은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어머니는 나를 매우 편안하게 해 주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를 이끄신 분은 어머니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를 위해 끝없이 주님께 기도하는 것을 내가 느끼도록 해 주셨다. 지금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가 내 귀에 대고 뭐라고 기도하시는 것을 말이다. 그때에 나는 주님이 내 곁에 계심을 알게 되었다. 내가 비록 앞을 볼 수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고 그리고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주님을 만났고 주님을 통해 세상을 알게 되었다. 그 세상에서 나는 사랑하는 남편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내 아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오늘 하루를 나의 아들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이다.』


광일은 엄마의 곁에서 점자타자기를 치는 엄마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점자타자기에서 삐죽 나오는 하얀 종이에 무엇인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광일은 그 종이를 만지려고 하였다. 그때에 광일의 엄마는 손을 내밀어 그 종이를 타자기로부터 쑥 빼내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파일을 찾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자 광일은 곧 눈치를 채고는 바로 그 파일을 가져다 엄마에게 건넸다. 하늘은 옆에 있는 아들이 건네준 파일을 받자마자 그 팔로 아들을 감싸 안아주었다. 그리고 광일이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하늘은 한없이 행복해하였다. 광일이도 엄마의 이런 행동을 너무나 좋아했다. 광일은 두 팔을 벌려 엄마의 가슴을 끌어안았다. 서로 별 대화는 없었지만 하늘은 아들 광일이와 이렇게 가까워져 갔다.

하늘이 어머니는 저녁식사 준비를 마치고는 하늘이와 광일이가 함께 있는 작은방 안을 열려있는 방문으로 거실에서 바라보았다. 하늘이와 손자가 서로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할머니는 멈칫한 채로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엄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하려고 애쓰는 손자의 모습에 놀라워하였다. 하늘이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가서는 하늘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손자에게 말했다.


“저녁식사를 하자.”

광일은 엄마를 품었던 팔을 풀고는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대답을 했다.


“네. 엄마랑 같이 갈게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먼저 나왔다. 광일은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식탁으로 갔다. 광일은 아주 친절하게 엄마를 식탁 의자에 앉히고는 그 옆 의자에 앉았다. 이미 식탁 위에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 보고 알았는지 광일은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수저를 손에 지워주고 엄마가 좋아할 음식들을 접시에 조금씩 담아 엄마의 앞에 놓아주는 것이었다. 하늘은 손으로 앞에 놓인 음식들을 확인하고는 고맙다는 표시로 아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하늘은 아들 광일이와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였다. 하늘이 어머니도 매우 만족해하시며 같이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친 하늘이와 아들 광일이는 할머니가 주신 숭늉을 마셨다. 그때에 할머니가 점자판을 가져와 뭐라고 쓰고는 하늘이 앞에 놓았다.


“아들이 사랑스럽지?”


하늘이도 점자판으로 어머니께 대답을 했다.


“예, 저는 너무 행복해요.”


그때에 할머니는 손자에게 점자판을 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치라고 가르쳐주었다. 광일은 아직 글을 다 알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더듬더듬 점자판을 쳤다. 그리고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 사랑해!”

“나도 우리 아들 사랑해!”


하늘은 아들이 점자판으로 말해주자 너무나 기뻤다. 앞으로 아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니 너무나 흥분이 되었다. 광일은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점자판을 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보였다. 엄마는 점자판을 손으로 더듬어 가며 읽었다.


“엄마, 내가 엄마를 도와줄게.”

“고맙다. 내 아들~”


하늘이와 광일이가 서로 점자판을 주고받으며 간간이 대화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설거지를 하였다. 그리고 식탁을 깨끗이 닦았다. 하늘은 광일의 손을 잡고서 방으로 들어갔다.

현관의 문이 열리며 하늘이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어머니는 조용히 하라며 아버지를 방으로 안내했다. 어머니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아버지에게 말했다.


“오늘 말이에요. 손자가 너무 기특했어요.”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예, 하루 종일 손자가 엄마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것이에요.”

“아니 광일이가?”

“예, 놀랍잖아요? 아침 일찍 엄마의 방으로 들어가더니만 종일 엄마 곁에 붙어있으면서 얼마나 엄마를 아끼는지 몰라요.”

“아직 세 살인데…….”

“그러게요. 조금 전에는 점자판으로 엄마랑 대화를 했어요.”

“점자판? 아직 글을 잘 모를 텐데…….”

“제가 간단하게 가르쳐주었지요. 그랬더니 알려고 열심히예요.”

“음- 이는 주님의 은혜로군.”

“그렇죠? 주님께 감사해요. 어찌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는 어머니는 방을 나왔다. 곧이어 아버지도 방을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세면실로 갔다. 어머니는 하늘이와 손자가 뭘 하나 궁금하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방문을 살짝 열어서 안을 드려다 보았다. 방안에는 하늘이와 광일이가 침대 위에 앉아서는 점자판으로 열심히 나누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세면실을 나와서는 하늘이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어머니를 보고 뒤에서 같이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하늘이와 광일이가 매우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는 방문에 손을 대고 거기에 이마를 대고는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했다.

“오~ 주님, 이런 복된 일을 일찍이 우리에게 베푸시니 감사합니다.”

하늘이 부모는 그리고 조용히 문을 닫고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여보, 저녁을 먹었어요?”

“응.”

“차를 드릴까요?”

“그러지. 커피로…….”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셨다. 그리고 인스턴트커피를 두 잔을 해 가져 왔다. 그리고 소파에 함께 앉은 채 커피를 마셨다. 어느덧 날은 어두워졌다.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는 하늘이 방이 너무 조용해 살며시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하늘이와 광일이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이었다.


“어머, 둘이 잠들었나 보다.”


어머니는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모의 방으로 들어갔다. 광일은 엄마와 함께 자게 되었다. 그동안은 광일은 할머니와 같이 자고 하였던 것이다. 광일은 엄마의 가슴에 손을 얻은 채로 꿀잠을 자고 있었다. 광일은 꿈속에서도 엄마의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늘이도 아들의 머리를 팔로 베어주고는 잠이 들어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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