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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여름휴가를 가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22. 여름휴가를 가다


어느새 광일이가 다섯 살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엄마를 잘 도와드린다. 이하늘과 최강인은 결혼한 지 벌써 6년이 되어갔다. 모처럼 휴가를 낸 강인은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가기로 의논을 하였다. 아내인 하늘은 강인에게 자주 하와이 여행을 말하곤 했었던 것이다. 강인은 부산의 송도에 있는 호텔에 예약을 하였다. 강인은 해외로 항공운항을 할 때는 종종 베스트웨스턴호텔을 이용하곤 하였었다. 그래서 강인은 부산 송도에 있는 베스트웨스턴호텔에 예약을 하였다.

아침 일찍이 강인은 부모를 모시고, 아니 장인과 장모를 모시고 아내인 하늘이랑 아들 광일을 데리고 휴가차 부산으로 자동차로 출발을 하였다.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5시간 정도를 달렸다. 중간에 휴게실에서 점심을 간단히 했다. 그렇게 달려서 오후 2시쯤에 부산 송도에 있는 베스트웨스턴 호텔에 도착을 하였다. 강인은 가족이 함께 묵을 수 있는 전망 좋은 스위트룸으로 예약을 해 놓았다. 강인은 호텔 프런트에서 등록을 하고 일행을 데리고 스위트룸으로 갔다. 하늘은 강인이의 팔을 꼭 잡고 따라갔다. 아들 광일은 할머니와 손잡고 뒤따라갔고 할아버지는 맨 뒤에서 천천히 따라갔다. 강인은 객실 카드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여기에요. 어머니! 보세요. 침실 방이 두 개 있고요. 거실이 별도로 있어서 편리할 겁니다.”


강인은 어머니에게 설명해 주면서 사실은 하늘을 더 챙겼다. 하늘은 강인을 따라가면서 방의 구조를 익혔다. 광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창이 있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침실로 모시고, 강인은 하늘이랑 함께 바다 반대쪽 송도의 마을이 보이는 침실을 정했다. 어차피 하늘은 창밖을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광일은 각 방을 돌아다니며 신이 났다. 광일의 할머니는 침실에 킹사이즈의 침대와 그 옆에 싱글침대가 있는 것을 확인을 한 후에 짐들을 풀었다. 아버지는 대충 둘러보시고는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광일이도 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았다. 강인이도 침실에 짐들을 풀고는 하늘이의 옷도 옷장에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어머니도 곧 뒤따라 거실로 나왔다. 강인은 하늘을 소파에 앉히고는 그녀 옆에 앉아서는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룸이 맘에 드시나요?”

“음, 마음에 드는데……. 너무 높은 것 같아.”


할아버지는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 마음에 든다고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덧붙여 말했다. 광일은 거실의 창문 쪽으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바다풍경을 바라보다가 호텔 아래를 바라보더니 함성을 질렀다.


“와~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여요.”


그러나 하늘이만은 얼마나 높은 지를 모른다. 어머니는 광일이가 있는 창문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광일이 옆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사람들이 작게 보였다. 어머니는 손자 광일의 어깨에 손을 얻고는 다른 손으로 광일의 손을 잡아 멀리 바다의 끝을 가리켰다.


“광일아~ 저기를 봐라! 하늘과 바다가 붙어있지?”

“정말 하늘과 바다가 붙어있어~ 왜 그러지?”

“붙어있는 곳을 수평선이라고 한단다.”

“수평선? 무슨 말이야?”

“그건 하늘과 바다가 일직선으로 붙어 있다는 거야.”

“할머니! 수평선에 구름도 붙어있어.”

“그렇구나. 바다에서 구름이 나오는 것 같지?”

“아냐, 구름이 무거워서 내려온 거야.”

“호~ 네 말이 맞네. 구름이 무거워서 내려왔구나.”


광일은 할머니가 맞장구 쳐주니깐 우쭐해졌다. 그리고는 광일은 뭔가 찾느라 정신없이 눈을 움직였다. 그러다가 광일은 뭔가를 발견하였다.


“할머니, 저기 봐! 배가 수평선으로 가고 있어. 그럼 하늘로 올라가?”

“아닐걸, 배가 수평선으로 가면 사라진다.”

“정말? 어디로 사라져?”

“하늘나라로 가는 거지. 광일이도 저기 갈까?”

“싫어, 난 엄마랑 있을 거야.”


광일은 휙 돌아서서 엄마에게로 왔다. 하늘은 소파에 앉아 있다가 광일이가 옆으로 와 앉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하늘은 손을 뻗어 광일을 만지고는 끌어당겨 안았다. 광일은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광일이 옆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이때에 강인이가 방에서 나오면서 말했다.


“여기 근처에 유명한 횟집이 있습니다. 오늘 저녁식사는 회와 탕으로 하시면 어때요?”

“좋지. 그럼 슬슬 나갈 준비를 하지.”


아버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시면서 말을 했다. 어머님도 따라 일어나셨다. 그리고 두 분은 침실 방으로 들어가셨다. 강인은 하늘이 옆에 와 앉았다. 그리고 광일을 끌어안아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광일아~ 우리도 바깥 구경을 하러 나갈까?”

“싫어, 난 엄마랑 있을 거야.”


광일은 아빠의 무릎에서 내려와 엄마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하늘이도 광일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사실 광일이도 바깥 구경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을 광일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빠에게 그렇게 표현을 했던 것이다. 이런 광일의 마음을 강인은 모를 리 없다. 강인은 순간 울컥했다. 강인은 자신보다 광일이가 더 엄마를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강인은 철없는 어린 광일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게 고맙고 한편 슬펐던 것이다. 침실 방에서 아버님과 어머님이 외출 복장으로 하고 나오셨다. 강인은 곧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했다.


“여보, 바다가 산책을 가요.”


그러자 하늘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인이도 덩달아 일어섰다. 광일이도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 일행은 룸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 로비로 내려왔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이와 함께 프런트로 가서 객실 키를 프런트에 직원에게 맡겼다. 호텔에서 나오니 바로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강인은 하늘이의 허리에 손으로 감싸고는 해변 길을 걸었다. 할머니는 광일이 손을 잡고 뒤따라 걸었다. 그 옆에는 할아버지도 걸었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사장으로 스며들어 사라지고 다시 파도가 밀려와 모래사장으로 사라져 갔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광일은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파도가 밀려와 모래 속으로 들어가나 봐~”

“아니다. 모래사장이 파도를 먹어버린 거란다. 잘 봐!”

“정말 그러네! 파도가 오고 또 오고 해도 모래사장은 자꾸 먹고 또 먹고 그래.”


옆에서 듣던 할아버지는 웃으시면서 광일을 이끌고 가서는 파도물결에 발을 닿게 했다. 광일은 처음에는 파도물결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광일의 슬리퍼의 발이 파도물결에 잠겨 버리자 파도물결에 발을 담그고 그대로 서 있었다. 광일은 재미가 있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광일아~ 파도가 네 발을 핥아먹고 있네.”


그러자 광일은 놀라서 발을 뒤로 뺐다. 그리고 발을 살펴보았다.


“할아버지, 내 발 괜찮아?”

“큰일 날 뻔했지. 광일이 발이 없어질 뻔했지.”

“정말? 내 발이…….”


광일은 파도로부터 멀리 뒷걸음을 쳤다. 그때에 할머니가 손자 광일을 잡아주면서 할아버지에게 한마디 했다.


“어린아이에게 뭔 그런 무서운 말을 해요. 아이가 겁을 먹잖아요.”

“우스개 한번 해본 거구만.”


강인도 아내 하늘이와 함께 파도물결에 발을 담근 채로 서 있었다. 하늘은 모처럼 파도물결을 발에서 느끼며 좋아했다. 하늘은 하와이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던 것이었다. 송도 해변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았다. 그러나 하늘에게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단지 바다의 냄새를 하늘은 맡을 뿐이었다. 강인은 하늘이를 데리고 해변을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의 발에는 파도가 다가와 찰싹거리고 사라졌다가 다시 다가와 찰싹하고는 또 사라진다. 이러한 느낌을 하늘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늘은 하와이에서 해변을 걸었던 때를 생각하면서 얼마나 파도가 이렇게 출렁거리고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였다. 하늘이와 강인이는 함께 송도해수욕장의 해변을 걸으면서 점자판으로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여보, 광일이가 있으니 한결 든든하지?”

“예, 광일이가 너무 잘해줘요. 내가 어떻게 물을 먹고 싶다는 걸 아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물을 가져와요.”

“그래요? 광일이가 나보다 낫구먼.”

“그뿐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면 벌써 물을 가지고 와서 날 기다려요.”

“내가 미안하구먼. 난 그러지도 못했는데…….”

“그뿐 아니에요. 제가 화장실에 가려고 문을 열면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서는 화장실까지 데려다주고는 문을 열어줘요.”


강인은 할 말을 잃고는 묵묵히 걸었다. 하늘이도 강인의 마음을 아는지라 함께 묵묵히 걸었다. 강인은 하늘이와 함께 해변에 있는 벤치로 와 앉았다. 뒤따라오던 광인은 할머니의 손을 끌어당기듯이 엄마가 있는 쪽으로 와서는 옆 벤치에 할머니랑 같이 앉았다. 할아버지도 천천히 다가오셔서 할머니 옆에 앉았다.

갈매기들이 하늘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어떤 갈매기는 하늘이가 앉아 있는 벤치 옆 바위에 와 앉았다. 그리고는 좌우로 머리를 돌리며 깍깍 울부짖었다. 하지만 하늘은 갈매기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광일이가 살며시 일어나서 갈매기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갈매기는 후르르 날아가 버렸다. 그때에 바닷바람이 하늘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광일은 날아간 갈매기를 바라보더니 다시 할머니 곁으로 와 벤치 위에 앉았다. 그리고 광일은 고개를 앞으로 내밀어서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알았을까? 하늘은 광일에게 손을 뻗어 오라고 했다. 광일은 신속하게 엄마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엄마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하늘은 두 팔로 광일을 품었다. 그리고는 광일이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광일은 싫지 않았다. 이것이 엄마의 애정표시라고 광일은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광일은 머리를 엄마의 가슴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강인은 가까운 곳에 유명하다는 남포횟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예약을 해 놓았다. 횟집을 나온 강인은 하늘이 곁으로 다가오면서 얼굴을 아버님과 어머님에게 향하고는 손으로 남포횟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저기 보이는 식당이 제가 말했던 유명한 횟집이에요. 좀 전에 예약을 해놨어요. 잠시 후에 식사하러 가시지요.”

“저기? 여럿 횟집들이 모여 있군.”


할아버지는 강인이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면서 한마디 했다. 할머니도 그쪽을 바라보더니 광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리 광일은 회를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지~”

“저 잘 먹어요. 튀김도 있잖아요.”


광일은 엄마를 핼끗 바라보면서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인은 광인에게 고맙다는 표정을 짓고는 윙크를 보내고는 하늘이 옆에 가서 앉았다. 하늘은 강인이가 옆에 온 곳을 알고 손을 내밀었다. 가까이 오라는 것이었다. 강인은 하늘이 곁에 광일이가 있는 반대편에 바싹 붙어 앉았다. 하늘은 강인의 체온을 느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의 무릎 옆에 앉아 있는 광일은 손을 뻗어서는 아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강인이도 광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자 광일은 아빠의 손을 엄마의 손 위에 갖다 놓았다. 하늘은 강인이의 손을 꼭 잡았다. 광일은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엄마의 손을 바라보면서 이빨을 드러내며 시익 웃었다. 강인이도 하늘이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있던 강인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예약시간이 되어왔다. 강인은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이제 저녁식사 하러 가시지요.”


강인이가 먼저 하늘을 일으켜서 앞서 걸어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자 광일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언제나 하늘의 부모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셨다. 횟집 안으로 들어서니 횟집 주인이 이미 자리를 해놓았다. 식탁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광일이가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이와 함께 마주 보고 앉았다. 강인은 하늘이와 부모님을 위해 남포스페셜로 음식을 미리 주문해 놓았었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 하늘을 위해 전복물회와 랍스터를 생각해서 주문에 추가해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아들 광일이를 위해서는 생선튀김도 추가 주문을 해놓았다. 광일의 할아버지는 남포횟집에 들어서면서부터 매우 만족해하셨다. 할아버지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마디 말씀을 하셨다.


“이 집의 간판 이름이 맘에 들어. 고향에 온 기분이야.”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은 평안남도 남포였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남포횟집의 주인이 같은 고향사람일까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잠시 후에 음식들이 나오고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하늘이도 강인이가 발라낸 랍스터와 전복물회를 맛있게 먹었다. 하늘은 종종 강인에게 몸을 기대며 매우 행복해하였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만족해하시며 회를 맛있게 드셨다. 광일이도 엄마와 아빠가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덩달아 신나 해 하였다. 광일은 주로 생선 튀김을 먹으면서 튀김조각을 엄마의 입에 가져다 드리곤 했다. 광일은 엄마가 튀김을 먹을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광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사뿐사뿐 날듯이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강인은 하늘이랑 광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하늘은 객실의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창가로 향했다. 침대 위에 걸터앉은 강인은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하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래, 우리 하늘은 자기만의 세계를 창밖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 거야.”


이때에 광일이가 아빠 엄마의 방 안으로 들어오다 멈추었다. 강인은 아들 광일을 쳐다보았다. 하늘은 들을 수 없기 때문에 광일이가 들어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광일은 아빠에게 다가가서는 손가락으로 아빠의 입을 채우며 살며시 엄마 하늘에게로 다가갔다. 엄마가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광일은 마치 엄마가 들으랴 조심스레 엄마에게 다가갔다. 강인은 처음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가 차츰 미소를 지으며 흥미롭게 광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늘은 옆에 다가온 광일이 쪽으로 손을 뻗어 머리를 더듬고는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강인이도 아들 광일이도 놀라고 말았다. 하늘은 아들이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던가? 강인은 복잡한 생각에 빠져버렸다. 광일은 아빠 쪽을 바라보고는 두 손을 옆으로 펴고는 눈을 덩그러니 떠서는 말했다.


“아빠, 어찌 된 일이죠?”


아빠도 모르겠다는 듯이 아들 광일처럼 양손을 옆으로 펴고는 눈동자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갑자기 하늘은 허리를 구부리고는 아들 광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대고는 마찰하며 손으로 광일을 끌어당겨 안았다. 광일이도 할 수 없이 엄마를 두 팔로 안았다. 하늘은 광일이를 힘껏 껴안은 채로 허리를 폈다. 그리고 광일을 안은 채로 하늘은 창밖을 향하였다. 강인은 하늘에게로 다가가고 싶었지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대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하늘은 손가락으로 창문에 뭐라고 글씨를 썼다. 광일은 엄마가 창문에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보고 놀라며 창문에 희미하게 보이는 글씨를 보았다.


“사랑해”


광일은 고개를 위로 올려서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광일의 눈에는 엄마가 어딘가를 주시해서 보는 것처럼 보였다. 광일이도 엄마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서 바라보았다. 바다는 어두움으로 짙은 암청색을 띠고 하늘엔 아직 희미하게 밝은 회색빛으로 수평선을 더욱 선명하게 선을 그렸다. 광일이의 눈에는 밝고 어둠의 두 공간으로만 보였다. 그때 광일은 머리 쪽 하늘에 둥근달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늘은 광일이를 안은 채로 그렇게 오랫동안을 창밖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도 하늘은 홀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강인은 침대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송도 앞바다 동쪽 하늘에는 밝은 섬광들이 펼쳐져서 구름과 하늘을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간간히 갈매기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은 두 손을 펴서 창문에 대고는 동편으로 얼굴을 향하여 바라보는 것처럼 하고 있었다. 이때에 하늘이의 내면에서 소리가 들여왔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세상에 있는 동안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었단다. 너의 인내와 온유함에는 바로 내가 너와 함께 한 증거란다. 이 어둠의 세상에서 네가 알고 느끼는 것에도 나의 눈과 귀가 너의 눈과 귀를 대신한 걸란다. 세상은 너를 알지 못하나 네가 세상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들이란다. 세상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알 뿐이지만, 너는 나의 눈과 나의 귀로 알게 되니 참된 것을 알고 있는 것이란다. 네가 세상에 있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란다. 사랑하는 딸아, 너는 세상의 눈과 귀로 나를 안 것이 아니란다. 너를 세상에 보낸 것은 너를 존귀케 하려 함인 것이란다. 너의 아들로 인하여 염려하지 말라. 하나님이 너를 사랑함 같이 너의 아들도 사랑한단다.”


이때에 방문을 열고 아들 광일이가 들어왔다. 광일은 또 창문에 엄마가 있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다가가서는 엄마의 허리를 두 팔로 감쌌다. 하늘이도 몸을 돌려서 광일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하늘은 광일의 얼굴에 입맞춤을 했다. 해가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며 오르자 하늘의 얼굴에 그리고 광일의 얼굴에 햇살을 비추었다. 마치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함을 예시하듯이 방안에 햇빛이 가득했다. 그러자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강인이가 깨어 일어나 앉았다. 창가에 하늘이랑 아들 광일이가 함께 서있는 모습을 바라본 강인은 꼼짝하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광일은 아빠가 일어난 것을 알고는 엄마를 이끌고 침대 쪽으로 와서 함께 앉았다. 강인은 점판을 가져와 하늘에게 말했다.


“일찍 일어났군요.”

“네,”

“창문에서 뭘 했어요?”

“세상을 바라보았어요.”

“보여요? 저기 바다가 보여요?”

“아니요.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귀로 들었어요.”

“주님의 눈? 주님의 귀?”

“세상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서 알지만, 저는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귀로 들어요.”

“아~ 여보!”


하늘이 부모도 강인의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하늘이 아버지가 말했다.


“오늘 아침식사는 어디서 하지?

“예, 호텔 안에 식당이 있어요. 뷔페식이에요. 맛있다고 합니다.”

“그럼 준비하고 가세나.”

“예.”


하늘이 일행들은 서둘러 준비하고는 룸을 나와 호텔의 식당으로 갔다. 하늘이의 일행은 하와이에서 가졌던 식사와 못지않게 맛있고 즐거워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강인은 송도해변을 걸어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이의 손을 잡고 함께 천천히 일어나서는 앞서 걸었다. 아들 광일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두 손을 잡고서 함께 해변을 따라 걸었다. 하늘은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하늘은 모래 위를 걸으면서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을 느끼며 즐거워하였다. 강인이도 하늘이의 느낌에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신을 벗고 맨발로 모래 위를 하늘이랑 함께 걸었다. 하늘은 아침에 창가에서 나누었던 ‘너는 주의 눈으로 보고 주의 귀로 들으며 알고 있단다.’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걷고 있었다.


“그래, 지금 나는 모래 위를 걸으면서 내 발에서 느끼는 것도 주님의 촉감으로 알아가는 것이지.”


이때에 강인은 점자판을 하늘에게 내밀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해?”

“주님의 촉감을 느끼고 있어요.”

“주님의 촉감?”


강인이도 자신의 발에 집중해서 모래 위를 걸으며 주님의 촉감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강인은 눈으로 모래사장을 보았고, 귀로는 파도소리를 들었으므로, 그는 발로 느끼는 모래를 감각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래는 파도에 의해 바위들이 부서지고 깨져서 아주 작은 돌조각이 된 거지. 파도물결에 의해 모래들은 먼지들이 씻겨서 깨끗하게 되었지. 그렇게 일상적인 생각을 하던 강인은 하늘의 손을 잡은 채로 잠깐 눈을 감고 걸었다. 앞을 보지 못하니 강인이의 몸이 비틀 걸었다. 그러자 하늘은 강인의 손을 힘주어 잡아주며 반듯이 걸었다. 이때에 강인은 생각을 했다. 내가 눈을 감으니 내가 아는 게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잠시 후 강인은 발의 촉감으로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느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참 놀랍다. 모래알 하나하나는 각이 있는데도 모여 모래사장을 이루니 그 모래 위를 걷는 발에서는 부드럽고 촉촉하게 느끼네.”


하늘은 강인이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걸음을 멈추고는 허리를 구부려 손으로 모래를 한 줌 집어서는 강인에게 주었다. 강인은 하늘이로부터 받은 모래를 손으로 오물오물 주물러가며 눈은 감은 채 손에 촉감으로 느끼고 있었다. 하늘은 다시 모래 한 줌을 집어서는 조물조물 만지며 흘러내렸다. 강인이도 힐끗 하늘을 쳐다보고는 하늘이 따라 모래를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렸다. 그러자 하늘은 점자판으로 말했다.


“이 모래는 하나님의 솜씨예요.”

“그래요.”

“하나님은 한 번도 쉬지 않으시면서 일하신다는 걸 느껴요.”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신다고?”

“예, 바다의 파도가 계속 밤낮으로 말에요.”

“그렇지, 파도는 쉬지 않지.”

“그렇게 해서 모래가 쌓이는 거예요.”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알다니요? 주님의 눈으로는 다 보여요.”

“아~ 당신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는군요.”

“저는 주님의 눈으로 보고 주님의 귀로 들어요.”

“여보,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이요.”

“맞아요. 그것이 제가 세상에 있는 이유예요.”


그렇게 하늘은 강인과 아들 광일이와 부모님과 송도해변 아침을 걸었다. 아마도 주님도 함께 걸고 계신다는 생각을 하늘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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