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어느덧 광일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는지 3년이 되어갔다. 3학년이 된 광일은 대학진학을 위해 부모님을 학교로 오시라고 담임선생님이 말하였다. 특히 담임선생님은 광일에게는 어머니를 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처럼 부모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광일은 식탁에서 숭늉을 먹으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계신 자리에서 부모님께 말을 하였다.
“저~ 오늘 오후에 대학진학을 위한 상담으로 부모님을 학교로 오시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특히 저의 어머님을 뵈었으면 하셔요.”
“어머니를? 왜?”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우리 광일이가 대학을 가게 되었군.”
광일이 아버지는 의아한 표정으로 광일에게 왜 어머니를 꼭 오시라 했는지 물었으며, 광일의 할아버지는 광일이가 대학에 간다는 것에 감동하셔서 대견하다는 듯이 말하셨다.
“모르겠어요. 꼭 어머니를 뵈었으면 하셨어요.”
“음, 오늘 아빠가 휴무일이라서 어머닐 모시고 함께 가마.”
“나도 같이 갈까?”
옆에서 듣고 계시던 광일의 할머니가 하늘가 걱정되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일어나려다 말고는 광일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 담임선생님의 성함이 무엇이냐?”
“네, 정원석이라고 해요.”
“무슨 과목을 가르친다고 했었지?”
“물리를 가르치셔요.”
“호~ 어려운 과목을 맡으셨구나! 어느 대학을 나오셨는지 아니?”
“네, 일본 와세다대학을 나오셨다는 걸 들었어요.”
“음, 일본에 최초의 사립대학이었지.”
광일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셔서는 출근 준비를 하셨다. 할아버지와 광일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광일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할아버지가 자리를 떠나자 광일에게 말했다.
“그래, 몇 시에 학교로 가면 되니?”
“오늘은 면담이 있다고 오전수업만 한다고 했어요. 그러니깐 오후에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알았다. 그럼 내가 엄마와 할머니를 모시고 오후 2시쯤에 학교로 가마.”
“네! 그럼 전 먼저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광일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하고는 아버지와 할머니께 힘차게 인사를 하고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작은방은 하늘이가 사용하는 유일한 방이었었다. 그러다 광일이가 고등학교에 다닌 후부터는 하늘은 광일이와 함께 사용하게 되었다.
광일의 할아버지가 먼저 출근하시고 잠시 후에 광일이가 학교에 등교를 했다. 광일의 아버지는 광일의 엄마를 데리고 거실에 소파에 와 앉았다. 광일의 할머니는 커피를 진하게 해서 예쁜 쟁반에 담아서는 거실에 탁자 위에 쟁반 채 놓아주었다.
강인이는 하늘이랑 소파에 앉아서는 서로 점자판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가져다준 커피를 함께 마시며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광일의 할머니는 설거지를 다 마치고는 커피 한잔을 들고는 소파로 와서는 마주 앉았다. 광일의 할머니는 강인이와 하늘이 서로 점자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며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두 사람의 대화의 내용은 이러했다.
“여보, 오늘 광일의 학교에서 오라 해요.”
“무슨 일로요?”
“대학진학에 대한 상담을 하려고…….”
“아~ 광일이가 대학에 가네요.”
“벌써 광일의 나이가 열여덟이야.”
“어머, 그럼 난 서른여덟이네요.”
하늘은 그렇게 말하고는 힘없이 손을 소파에 축 내렸다. 그리고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너를 아들과 이십 년을 함께 지내게 해 줄 것이다.’
“여보~ 왜 그래? 어디 아픈가?”
“아네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인은 하늘이가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힘이 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이때에 광일의 할머니는 강인이가 하늘에게 놀란 표정을 하는 것을 보고는 몸을 바로 세우고는 하늘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 하늘에게로 다가가서는 하늘의 몸을 감싸주었다. 하늘은 광일의 할머니의 팔을 잡아 안았다. 들리지도 않는 하늘의 귀에다 광일의 할머니는 무엇이라 길게 말을 하였다. 놀라운 것은 하늘이가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바라본 강인은 안절부절못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해 하였다. 하늘이가 안정을 되찾자 광일의 할머니는 광일의 아빠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놀라지 말게나, 하늘은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네.”
“주님의 말씀이라면......”
“그러네, 광일이랑 함께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네.”
“아~ 벌써, 그렇게 됐어요?”
강인은 광일의 할머니의 말을 듣고서는 그만 힘이 쪽 빠지고 말았다. 그만 강인은 소파의 기댄 채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광일의 할머니는 강인의 손을 잡아주면서 위로의 말을 했다.
“자네, 너무 상심 말개나……. 어찌하겠나, 아버지께로 가는 걸세.”
“하지만……. 전 어떡해요. 하늘이 없이 힘들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일세. 우리 하늘이 광일의 아빠랑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네.”
“참 주님도, 제게 유일한 어머니도 일찍 데려가시고, 이젠 사랑하는 아내를 데려가신다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강인은 애절한 마음을 억누르고 광일의 할머니 품에 안기고 말았다. 강인은 품에 안은 광일의 할머니는 하늘이를 바라보며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눈물이 강인의 얼굴로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러자 강인도 몸을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늘은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묵묵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가 옆에서 강인의 흐느끼는 느낌을 소파로 받고는 손을 뻗어서는 강인의 어깨에 손을 가져다 놓았다. 그러자 강인은 곧 울음을 멈추고는 자세를 바로 하고서 어깨에 얹은 하늘의 손을 잡아 살며시 내려놓고는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우리 어디 외출을 할까? 뭐, 먹고 싶은 것 없어?”
“하와이에서 먹었던 버그가 먹고 싶네요.”
“오, 그래? 이 근처에 있을 거야.”
강인은 하늘이랑 그렇게 대화를 나눈 후에 광일의 할머니에게 점심을 나가서 먹으면 어떠시냐고 물었다.
“어머님, 하늘이 버그가 먹고 싶다고 하네요. 점심은 나가서 먹으면 어때요?”
“나야, 하늘이 좋은 됐지. 그러세~”
“그럼, 좀 있다가 외출을 해요. 마음도 추스르길 겸 해서요.”
“그래요. 고맙네.”
그렇게 서로 대화를 나눈 뒤에 한동안 세 사람은 말이 없었다. 각자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잠기고 있었다. 너무나 조용한 것을 눈치챈 하늘도 강인의 손을 살며시 놓고는 두 손을 무릎에 다소곳이 내려놓고는 성경말씀을 상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데반은 성령으로 충만해 하늘을 우러러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께서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 계신 것을 보고 이렇게 외쳤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리고 인자가 하나님의 오른편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 땅에서 들려 올라갈 때 나는 모든 사람들을 내게로 이끌 것이다.」
「아직 얼마 동안은 빛이 너희 가운데 있을 것이다. 어둠이 너희를 삼키지 못하도록 빛이 있는 동안에 걸어 다니라. 어둠 속에서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너희에게 빛이 있는 동안에 너희는 그 빛을 믿으라. 그러면 너희가 빛의 아들들이 될 것이다.」
하늘은 성경의 여기저기를 상기하면서 입술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일생을 어둠 속에서만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어둠 속에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성경의 말씀을 상기할 때마다 자신이 빛 가운데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었지만, 그녀는 말씀을 하나하나 씹어가며 묵상할 때마다 그녀의 눈에서는 광명이 충만해 있었던 것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강인이와 광일의 할머니가 침묵 속에 있는 동안에도 말씀을 상기하면서 뜨거운 마음으로 충만해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의 무릎 앞에 끌어 앉아서는 하늘의 두 손을 꼭 잡아서는 연신 그녀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홍조로 상기되어 강인의 손을 힘껏 잡아당겨서는 몸을 구부려 강인을 껴안았다. 그리고 잔잔한 미소를 보이면서 강인의 귀에 입맞춤을 해주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늘의 어머니는 미소를 띠고 있는 하늘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안심하는 듯이 얼굴이 편안해졌다. 강인이도 이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심정으로 그의 얼굴에서도 평화로운 빛이 났다. 강인은 하늘을 일으키면서 광일의 할머니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나가죠! 바람도 쐴 겸 멋진 곳에 가요.”
강인은 하늘이를 데리고 방으로 갔다. 어머니도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멋진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강인은 하늘의 손을 잡고 앞서서 현관문을 나왔다. 광일의 할머니도 두 사람의 뒤를 따라 현관을 나왔다. 그리고 강인의 자동차로 이태원으로 달렸다. 광일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이태원에 있는 OS고등학교였던 것이다. 강인의 자동차는 효창공원을 빠져나와서는 돌아가는 삼각지를 타고 이태원으로 빠져나갔다. 강인의 자동차는 이태원 길을 따라 달려서는 한남동에 있는 미국 요리식인 에그슬럿(eggslut)으로 갔다. 강인은 하늘이랑 어머니를 모시고 에그슬럿 안으로 들어서자, 한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일단 공간이 넓은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하늘이랑 광일의 할머니를 자리에 앉게 한 후에 무엇을 먹을지 메뉴판을 보여드렸다. 광일의 할머니는 아무거나 좋다고 했다. 강인은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물었다.
“자기, 뭘 먹을래?”
“난 에그버거!”
“여기가 에그슬럿인 줄 알았구나~”
“에그슬럿? 무슨 뜻이야?”
“뭐랄까? 계란샌드위치…….”
“아무튼 버거로 해줘!”
“그럼, 더블치즈버거! 어머님은 스테이크가 있는 가우초는 어때요?”
“그래요. 뭐든…….”
“그리고 음료수는 오렌지 주스와 콜라로 하지요.”
강인은 그렇게 결정을 하고는 주문을 했다. 잠시 후에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하늘이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본 강인은 매우 만족케 하면서 자신이 주문한 에그샐러드 샌드위치를 반으로 잘라서는 하늘에게 더 주었다. 그녀는 강인이가 준 반쪽 샌드위치도 맛있게 먹었다. 이를 본 광일의 할머니도 기분이 좋아져 맛있게 드셨다. 그러고 나서 디저트로 커피를 마셨다.
그렇게들 점심식사를 즐겁게 하고 난 후에 다시 강인은 하늘이랑 광일의 할머니를 모시고 자동차로 OS고등학교로 향해 달렸다. 자동차는 학교정문을 통과하여 언덕으로 올라가서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OS고등학교는 좀 높은 언덕 위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약간의 바람이 불었다. 광인이는 3학년 3반이었다. 그리고 강인은 하늘이와 광일의 할머니를 모시고 교무실로 찾아갔다. 교무실 안으로 들어서니 선생님들이 쳐다보았다. 강인은 3학년 3반 담임이신 정원석 선생님을 찾았다. 옆에 계신 여선생님이 교실로 안내를 해주어서 강인은 하늘이랑 광일의 할머니를 모시고 3층으로 올라가서 3학년 3반 교실에 이르렀다. 이미 많은 학부모님들이 와 계셨다. 여선생님의 안내로 3학년 3반 교실 뒤쪽으로 들어갔다. 교실 앞 교탁이 있는 쪽에 담임선생님이 책상 하나를 두고 앉아 계시고 한 학부모님과 그의 학생이랑 함께 상담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교실 안에는 반 학생들이 각자의 책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먼저 강인은 광일이를 찾아보았다. 광일은 창가에 있는 줄에 중간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부모님과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강인이도 광일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광일은 마주치자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하나둘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에 담임선생님은 광일을 불렀다. 그리고 뭐라고 말씀하시더니, 광일이가 교실로 뒤로 와서 아빠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바쁘지 않으시다면 맨 나중에 면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래, 알았다.”
강인은 광일에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는 마침 빈 의자가 있어서 하늘이랑 광일의 할머니를 앉히도록 해드렸다. 그리고 강인은 창밖을 바라보며 학창 시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참, 이렇게 고등학교에 있으니 절로 옛 시절이 생각이 나는구나!’
모든 학부모와 학생의 상담이 다 끝나고 마지막으로 광일이와 부모와 광일의 할머니만 남았다. 담임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광일이와 함께 교실 뒤로 오셨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사실 광일의 어머님을 생각해서 조용한 곳으로 안내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리로 이시지요.”
담임선생님은 교실 밖으로 안내를 하여 상담실로 광일 와 부모님과 광일의 할머니를 상담실 안으로 모셨다. 거기에는 소파가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광일의 부모와 할머니를 소파에 안내해 앉게 하고는 광일에게 상담선생님께 차를 내오도록 시켰다. 광일은 곧 상담선생님이 준비해 주신 차를 쟁반에 받쳐서 가져와 담임선생님 앞에 그리고 부모님과 할머니 앞에 얌전하게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를 본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셨다. 담임선생님은 광일의 부모님과 할머니께 차를 드시라고 손짓을 하고는 광일이를 옆에 앉으라고 지시를 했다. 광일은 담임선생님 옆에 앉았다. 선생님은 차를 드시면서 입을 여셨다.
“실은 대학진학 상담뿐만 아니라 광일의 어머님께서 특별하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실례가 안 되는지요?”
“괜찮습니다. 그렇잖아도 한번 뵙고 인사를 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특별한 직업이어서 이렇게 뒤늦게 선생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직업이시라면, 생활기록부에 보니 항공기장이시라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한번 출항을 하면 며칠 후에 돌아오고 그럽니다. 참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아, 그러시군요. 하지만 광일의 어머님이 아들을 잘 키우신 듯합니다. 광일은 공부도 잘하지만, 반 친구들에게도 잘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담임선생님은 광일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말씀을 하였다. 그러자 강인은 담임선생님께 허심탄회하게 말을 했다.
“실은 광일의 어머니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그리고 듣지도 못하지요.”
“아~ 예, 광일에게서 들었습니다. 볼 수도 없으시고 들을 수도 못하신다는 것을…….”
“또한 말을 하지도 못합니다. 지금 여기에 앉아 있지만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말도 못 하신다고요? 어찌 그리 되셨습니까?”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시던 광일의 할머니가 나서서 말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태어날 때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예? 어째서요? 정부로부터 해택을 받고 계시는 것이지요?”
“예, 하지만 생활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부모의 얼굴을 모른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광일이와 광일의 아빠의 얼굴도 모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때에 하늘이가 뭔가 눈치를 챘는지, 점자판으로 뭐라고 써서는 강인에게 건넸다. 강인은 점자판을 읽고는 선생님께 전했다.
“제 아내가 이렇게 말하였네요. 이제는 어느 정도 얼굴을 알고 있다고 말하네요.”
“네? 얼굴을 알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놀랍습니다.”
“또 이렇게 말하네요. 얼굴의 특징까지 안다고 하네요.”
“광일의 어머님은 특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뵈니 참 아름답습니다. 마치 천사와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광일이도 의젓하게 성품이 참 곱습니다. 혹시 고향은 어디십니까?”
“저희 광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북이시고, 광일이와 저는 서울입니다.”
“이북 어디십니까? 저도 이북이 고향입니다. 평양이지요.”
“네, 저희는 남포이랍니다.”
광일의 할머니는 광일의 담임선생님이 이북이 고향이라고 하니 반가움에 나서서 말했다.
“그럼 일사후퇴 때에 내려왔습니까? 저희도 그때에 내려왔습니다만.”
“네, 그렇지요. 내려오는 중에 아들일 잃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광일의 엄마를 주셨답니다.”
“안 됐습니다. 저도 누이를 잃었습니다. 지금은 홀어머니만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광일로부터 대충 들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북 분이시라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손자를 두셨으니, 뵙고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광일이가 반에서 2등을 하고 학년에서는 10등에 드는데……. 왜 사회복지학과를 지망하겠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좋은 학과를 택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아~ 네, 광일이는 어릴 적부터 불편한 엄마를 도와주고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우 엄마와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도 여러 번 대화를 가져봤지만, 워낙 의지가 분명해서 더는 말릴 수가 없었습니다.”
“네, 저도 담임 입장에서 많이 대화를 가져보았습니다. 정말 고집인지 의지가 분명하니 뭐라고 권할 수도 없고 해서 부모님이 어떤 분이실지 궁금해하였습니다. 그대로 보내실 것입니까?”
이때에 광일의 엄마가 점자판을 내밀었다. 강인은 하늘의 말을 선생님께 전했다.
“광일은 엄마와 뜻이 같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길 원한답니다.”
“예, 광일이와 어머님은 서로 잘 소통을 하시는군요. 참 놀랍습니다. 어떻게 소통을 하십니까?”
“저는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통했어요.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가 절 알게 해 주셔요.”
광일은 엄마를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께 말했다. 선생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옆에 있는 광일의 아빠도 할머니도 같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광일의 담임선생님은 할머니께 먼저 악수를 하시고, 그리고 광일의 아빠에게 악수를 한 후에 머뭇거리며 광일의 엄마에게는 고개로 인사를 했다. 그러자 하늘이는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은 반가이 광일의 엄마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는 매우 기뻐하며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담임선생님은 광일의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 저의 아버님은 목사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월남하실 때에 크게 다치셔서 오래 살지 못하시고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도 하나님을 믿지요. 그래서 광일의 어머니를 꼭 뵙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믿음의 선생님을 뵈오니 너무 기쁩니다.”
광일의 아빠가 반가워하며 다시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면서 말을 했다. 광일의 아빠의 손을 놓지 않고서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제가 왜 광일의 어머니를 꼭 만났으면 했는지를 말입니다. 주님께서 광일의 어머님을 매우 사랑하십니다. 그런 마음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러셨어요? 선생님! 저의 광일의 엄마를 아셨군요. 주님께서........”
광일의 할머니는 감동되어 광일의 선생님께 큰 절을 하면서 매우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광일의 담임선생님의 안내를 받으며 학교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광일의 담임선생님은 주차장에까지 따라나서며 광일의 아빠랑 뭔가를 대화를 하시며 걸으셨다. 그리고는 광일의 부모님과 할머니 그리고 광일이가 차에 타고 떠날 때까지 광일의 담임선생님은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