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푸르른 서귀포 바닷가에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나르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시간에 하늘은 강인이와 함께 서귀포 칼 호텔에서 나와 호텔에서 제공한 휠체어를 타고 칼 호텔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하늘은 강인이가 끌어주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채로 서귀포 바닷바람을 얼굴로 느끼고 있었다. 하늘은 강인이와 신혼여행을 갔었던 하와이의 바다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하늘은 바다의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인은 하늘을 태운 휠체어를 부드럽게 끌어주면서 아침산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간밤에 서귀포 칼 호텔의 로얄 스위트룸에서 하늘은 강인이랑 함께 잤었다. 그런데 하늘은 웬일로 일찍 깨어서는 강인을 깨웠다. 아직 호텔의 밖에는 어둠이 희미하게 머물러 있었으며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강인은 하늘이가 흔들어 깨우므로 인해 눈을 떠서는 창밖을 바라보고 하늘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늘은 눈이 떠있는 채로 얼굴을 강인에게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늘이 눈을 뜨고 있지만 그녀는 전혀 어떤 것도 볼 수는 없었다. 하늘은 강인을 향해 얼굴을 한 채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강인은 이런 하늘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곧 점자판을 가져와 하늘의 손에 지워주었다. 하늘은 곧 점자판에 뭐라고 써서는 강인에게 내밀었다. 강인은 점자판의 글씨를 읽었다.
“여보, 우리 산책해요. 바다냄새가 좋아요.”
“그래, 지금?”
“네, 어서요.”
강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하늘에게 옷을 챙겨 입혀주고는 자신도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둘은 조용히 숙실을 나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로비로 갔다. 하늘이와 함께 강인이가 로비로 나온 것을 본 칼 호텔의 직원이 다가왔다.
“이른 아침에 어디 가시나요?”
“제 아내가 산책을 하고 싶다고 하네.”
“그러시면,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휠체어를 드릴게요.”
직원은 강인과 대화를 나눈 후 곧바로 로비에 비치된 휠체어 하나를 끌고 왔다. 그러자 강인은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휠체어를 타고 갈까 하고 물었다. 하늘은 고개를 끄떡이었다. 강인은 하늘을 휠체어에 태우고는 직원에게 고맙다고 손짓을 하고는 호텔 로비를 나와 정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휠체어에 탄 하늘은 한 손으로는 휠체어를 끄는 강인의 손을 잡고서 얼굴에 스쳐가는 서귀포바다 바람을 흠뻑 들이마셨다. 이런 하늘의 모습을 내려다본 강인은 하늘이와 같이 자신도 가슴으로 바다의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그리고 천천히 호텔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하늘이와 강인이가 제주도에 오게 된 것은, 아들 광일이가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연세대학교의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을 한 해였다. 한 번도 학교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하늘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광일이가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에 실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임신 중에 연세병원에 왔다가 연세대학교의 정원에 왔었던 것을 기억한 하늘은 조금은 친근감을 느껴지곤 하였던 것이다. 이런 자랑스러운 아들 광일에게 하늘의 마음은 한없는 애정이 일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강인은 아들 광일의 졸업과 대학입학을 기념하는 겸하여 여행을 생각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마침 5월 10일이 하늘의 생일이면서 어버이주일이 낀 주간에 휴무가 되어서 여행일정을 잡은 셈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광일의 가족, 부모와 조부모와 함께 다섯 명의 일행은 강인이 근무하는 대한항공사에서 운영하는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칼 호텔에 로얄 스위트룸에 예약을 했었던 것이다.
광일의 가족은 5월 8일에 제주도에 왔으며, 서귀포 칼 호텔에 하룻밤을 지내고 하늘은 강인과 함께 이른 아침에 호텔 정원을 산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앞을 전혀 볼 수는 없는 하늘이었지만, 하늘은 매우 행복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침 바닷바람엔 약간 차가운 감이 있지만 하와이의 바다 못지않게 맑은 바다향기가 하늘의 가슴을 가득 채워주었다. 하늘은 약간 머리를 뒤로 하고는 얼굴을 하늘을 향한 채로, 그리고 한 손을 강인의 손을 잡고 다른 팔을 옆으로 뻗어서는 예쁜 가슴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강인이도 이런 사랑하는 아내 하늘이를 바라보면서 절로 기쁨에 벅차하며 역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하늘은 강인과 함께 정원을 거닐면서 연신 심호흡을 하다가 손을 뻗어 바다향기를 손에 움켜잡으려는 듯이 하기도 하였다. 그런 하늘은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뿐이었다. 서서히 밝아오며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면서 강력한 햇볕이 하늘의 얼굴을 에워쌌다. 그러자 하늘은 입술을 오물오물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길,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생겼지. 하나님은 그 빛을 좋게 바라보셨어. 그 빛으로 어둠을 나누시고 밝은 세상을 펼치셨지.」
그리고는 하늘은 얼굴에 와닿는 바닷바람에 그리고 바다향기에 좀 더 깊이 느끼려는 듯이 턱을 올려서는 얼굴을 갸우뚱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물을 나누어 그 사이에 공간을 하늘이라 하셨지. 그리고 하늘 아래에 물을 한 곳으로 모이고 하시고 땅이 드러나게 하셨어. 지금 난 그 경계선에 와 있는 걸 거야. 이 바다냄새가 참 향기롭다. 바다의 냄새 속에는 하나님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아. 아~ 하늘 아버지!」
강인은 하늘일 태운 휠체어를 끌면서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고 있지만, 강인은 하늘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하늘이 혼자만의 세계를 서귀포 바다의 바람과 향기에 젖어 있을 뿐이었다.
한편 서귀포 칼 호텔의 로얄 스위트룸에서는 하늘의 부모가 일어나 있었으며 광일이도 깨어 일어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이와 강인이 보이지 않자 광일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숙실 창문으로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며 호텔의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숙소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정원을 거닐고 있는 하늘이와 강인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할아버지~ 엄마랑 아빤 어딜 간 거야요?”
“글쎄다 방안에는 안 계시네? 산책 갔나?”
그러면서 광일의 할아버지는 호텔 정원을 살폈다. 광일의 할머니는 눈치를 채셨는지 여유롭게 몸단장을 하고 계셨다. 광일은 할머니에게로 갔다. 그리고 할머니 옆에 바싹 붙어 앉으며 광일은 말했다.
“할머니는 알고 있지요? 엄마랑 아빠가 어디 갔는지~”
“내가 어찌 알겠니. 짐작으로는 둘이 산책하고 있을 게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광일은 다시 베란다로 나가서는 호텔의 정원을 샅샅이 뒤지며 살폈다. 그때에 멀리 정원 끝자락에 휠체어를 탄 어머니와 아버지를 광일은 발견하였다. 광일은 바로 안으로 들어와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끌어당겨서는 창가로 가서는 창밖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기 봐요! 휠체어에 타고 있는 분이 엄마가 아니에요? 그리고 휠체어를 끌고 가시는 분이 아버지 아네요?”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자세히 보려고 창문을 열고 호텔 정원 쪽을 내려다보았다. 광일의 할머니가 발견하자 광일을 향해 말했다.
“그래, 맞구나~ 네 엄마와 아빠다!”
“우리도 내려가요! 우리도 산책해요!”
“그래, 그러자~”
광일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시고는 바로 나갈 채비를 하셨다. 할머니는 이미 나갈 채비를 한 상태였다. 광일이도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함께 숙소를 나와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갔다. 그리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엄마, 아빠는 여기서 뭐해요?”
“응? 광일이 왔구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왔어요.”
“날씨가 참 좋네그려.”
광일의 할아버지가 강인에게 다가오면서 말을 했다. 강인은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면서 말을 했다.
“광일의 엄마가 바람을 쐬자고 해서 나왔습니다. 매우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겠지요. 하와이에 있을 때에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바다를 참 좋아하네요.”
광일의 할머니가 하늘이 쪽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는 하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금방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는 광일의 할머니의 손을 당기며 얼굴을 가져다 대었다. 광일의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려서 하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를 본 광일은 곧바로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엄마의 목을 감싸며 엄마의 귀에다 대고는 속삭였다.
“엄마, 사랑해!”
하늘은 광일의 귓속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이를 본 강인은 번뜻 놀라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하늘인 광일의 말을 알아듣는군!’
사실 하늘은 광일의 귓속말을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 귀에서 광일의 입술을 느낀 것으로 알아채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광일의 가족들은 산책을 마치고는 아침식사를 하러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식당으로 갔다. 이때에 하늘은 강인의 손을 꼬집었다. 강인은 깜짝 놀라서는 휠체어를 멈추고는 점자판으로 하늘에게 말했다.
“왜? 뭔 일이야?”
“난 걷고 싶어!”
“아~ 미안!”
강인은 하늘을 휠체어에서 내려주었다. 그리고 직원에게 손짓하여 휠체어를 가져가라고 하고는 하늘이랑 함께 식당으로 걸어갔다. 이미 광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앞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좋은 자리를 찾아 마련해 놓고는 엄마와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테이블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광일은 엄마와 함께 오는 아빠에게 자리를 안내하고는 아침식사를 시작을 하였다.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5월의 봄 날씨에 서귀포 바다와 함께 여행을 하였다. 특히 하늘이 좋아하는 모래사장에서의 출렁되는 파도물결과 모래성 쌓기에 하늘은 한없이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유랍선도 타고 작은 통통배도 타면서 하늘은 바다에 대한 또 다른 체험을 하면서 바다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었다.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하늘은 나름대로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다와 육지에 대해 묵묵히 생각에 잠기면서 더욱 하나님의 품을 생각하게 되었다.
참으로 하늘에게는 버거운 하루의 여행이었다. 또한 광일은 이처럼 엄마의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광일은 자신이 전공으로 선택한 사회복지학과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하늘은 해녀들이 제공한 해물들을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서 놀라기도 하면서도 신비한 촉감을 느끼며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로움에 감격을 하였다. 하늘은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래,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비밀들……. 그 모두가 오직 한 창조물에 맞추어져 있구나. 왜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하나님은 사랑의 대상을 찾으신 거였어! 그것이 바로 인간이었던 거야. 처음부터 하늘의 뜻이 이루어짐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짐을 위해 예비하신 것이었어. 그것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와 따르는 무리들에게 요약해서 가르친 것이 바로 주기도였던 것이야. 예수님은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다고 하지 않고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고 했다. 이는 태초부터 하나님이 예정한 대로 다 이루시게 됨이 틀림없음을 고백하는 것이 바로 거룩히 여김을 받으심이었어. 그리고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다고 하심은 예수님이 오신 것이 바로 땅에서 이루어짐이란 것이었구나. 그것을 난 이 바다에서 깨닫게 되는구나.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는 하늘뿐만 아니라 강인이도 광일이도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많이들 피곤하였나 보다. 숙소로 돌아온 일행은 일찍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