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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주에서 생일파티를 하다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28. 제주에서 생일파티를 하다


오늘은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오월 십일이 되는 날이었다. 아직 서귀포의 앞바다에는 흑암이 짙어있었다. 갈매기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바다의 파도소리뿐이었다. 서귀포 칼(Kal)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에 광일의 가족이 묵고 있었다. 로열 스위트 룸에는 침실은 둘이나 있었다. 한 침실에는 퀸 사이즈의 침대가 있었으며, 하늘이와 강인이가 함께 퀸 사이즈 침대 위에서 고이 자고 있었다. 다른 침실에는 더블침대와 싱글침대가 있었다. 더블침대에는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주무시고 광일은 싱글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전날에 광일은 아빠랑 엄마의 서른여덟 번째 생일을 위한 파티준비를 호텔의 직원에게 부탁해 놓았던 것들을 확인해 두었다. 언제나 광일은 엄마의 생일 때마다 항상 긴장과 설레곤 하였었다. 이번에도 역시 광일은 제주도에서 엄마의 생일을 위해 아빠랑 준비하면서 기대가 컸었다.

싱글침대에서 자고 있던 광일은 이리저리 뒤척이며 자고 있었다. 깊이 잠이 들지 못하였던 광일은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광일아~ 내 사랑하는 광일아~”

“어머니!”


침대에서 자고 있던 광일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눈을 끔뻑이며 주변을 살폈다.


“아~ 꿈이었어! 엄마가 나를 부르는 꿈이었어.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르신 적이 없는 우리 엄마가 어떻게 내 이름을 부르나 너무 기뻤었는데……. 꿈이었어.”


광일은 부스스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열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서귀포 바다는 짙은 어둠의 바다였다. 광일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아직 광일의 손목시계에는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광일은 옆에 침대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는 침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 나왔다. 거실에는 휑하니 넓기만 했다. 광일은 살금살금 옆 침실로 다가가서는 문을 살며시 열고는 얼굴만 살짝 안으로 들여 넣고는 방안을 바라보았다. 이때에 광일은 그만 굳어진 채로 눈만 뎅그러니 커졌다. 방안에는 이미 하늘이 일어나 침실에서 내려와서는 창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엄마가 창밖을 바라보시고 계시네? 뭘 보시나?’


광일은 혼잣말을 하며 조심스럽게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엄마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엄마의 팔을 잡았다. 하늘은 강인이가 일어나 자신에게로 온 줄로만 알고는 자신의 팔을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강인의 몸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려고 했다. 그러자 광일은 움찔하다가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창밖에는 서귀포 바다 멀리서 밝은 선이 그려지면서 흑암 같은 바다가 푸른빛을 띠며 출렁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광일은 이러한 모습을 바라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 그저 하늘은 살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다의 공기만을 느끼고 있었다. 서귀포 바다 수평선이 뚜렷해지면서 대조적으로 바다 위로 하늘은 밝고 옅은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귀포 바다의 진풍경이 펼쳐져갔다. 그리고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광일은 이러한 멋진 장면을 엄마가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옆에 탁자에 있는 점자판을 집어서는 뭐라고 글을 써서는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 바다가 보여요? 너무 아름다워요.”

“광일이니? 언제 여기 왔어? 아빤 줄 알았다.”

“네, 광일이에요. 엄마가 부르셔서 왔어요.”

“내가 널 불렀다고? 언제?”

“조금 전에 자고 있는데 광일아! 그렇게 불렀어요.”

“내가 네 이름을 불렀다고? 그래서 왔다고?”

“응~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어! 정말이야.”


하늘은 광일의 말에 자신도 놀라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하늘은 광일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광일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행동에 광일은 가만히 있었다. 아니 광일은 엄마의 품에 바싹 팔로 엄마를 껴안았다. 그리고 광일은 엄마의 품에서 힘 있게 또박또박 말했다. 엄마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머니~ 사랑해요!”


광일의 엄마, 하늘은 광일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두 팔로 더 힘껏 광일을 안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자 광일은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엄마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하늘이도 자신의 품에 안긴 광일의 머리를 자신의 얼굴로 이리저리 비벼대고 있었다. 대학생인 된 광일은 이미 성인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광일은 언제나 하늘 엄마 앞에서는 어릴 적이나 별다르지 않았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고들 어른들은 말하지만, 광일에게는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의 소중함을 잃지 않았기에, 광일은 엄마 앞에서는 한결같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바다를 보듯이 광일은 엄마를 팔로 감싸 안고는 창밖에 서귀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에 광일의 아빠인 강인은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창가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둘이 서로 마주 보며, 엄마의 품에 얼굴을 묻는 아들과 아들의 머리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고 있는 엄마, 그리고 서로 꼭 껴안고는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강인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여보, 당신이 아들 광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있군요. 이제야 알겠어! 왜 하나님이 내게 당신의 아들을 낳게 하라고 말이야. 그토록 홀로 외로운 생활을 이십 년을 살아온 것을 하나님도 많이 힘들어하셨던 거야. 이제 당신에게 사랑하는 아들을 주시면서 당신을 위로함과 함께 하나님도 잠시 쉬고 싶어 하셨나 봐요. 나도 또한 당신을 통해 참으로 위로를 많이 받고 있다오. 당신의 부모님도 그리 말씀하셨어. 당신으로 말미암아 부모님은 얼마나 위로가 되었다는 말을 말이요.”

“여보~ 당신을 많이 사랑하오. 그런데 하나님은 당신을 곧 데려가시려나 보오. 당신도 알고 있겠죠? 그래요, 당신이 내게 말해주었어. 광일이와 함께 하는 날이 이십 년이라고 말이야. 벌써 십팔 년이 흘러갔다오.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오. 당신이 세상에 온 지 삼십팔 년이 되었다는 날이라오. 당신의 생일을 위해 멋진 파티 하나라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내 마음을 아시오. 그 모든 화려한 생일파티인들 당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 말이오. 당신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니 말이오. 거기에다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무엇으로 당신의 기쁜 마음을 표현한단 말이오. 당신은 말을 하지 못하니 말이오. 오늘의 당신 생일을 위해 아들 광일이와 함께 여기 제주도에서 준비를 했다오.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오. 당신을 사랑하오!”


강인은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창가에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혼자 말을 하며 눈물을 흐리고 있었다. 이때에 창문 안으로 길게 붉은 햇빛이 내리비치며 강인의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였다. 물론 창가에 앉아 있는 두 사람, 하늘이와 광일의 얼굴에서도 붉은빛으로 광체가 가득하였다. 강인은 옷소매로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내려와 두 사람이 있는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강인은 양팔을 벌려서는 두 사람을 함께 안았다. 그리고 두 사람의 얼굴 사이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는 아내에게는 볼에 키스를 하고 아들에게는 머리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광일이와 하늘은 움칫하더니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양쪽에서 광일이와 하늘은 팔로 강인을 감쌌다.

그리고 세 사람은 창가에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짙푸른 서귀포 바다 위에 파아란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다. 세 사람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고 말이다.

그렇게 세 사람은 창가에서 떠오르는 해와 붉은 하늘을 지켜보다가 해가 얼마큼 바다 위에 솟아오르자 하늘의 붉은빛은 서서히 줄어들면서 바다 수평선 속으로 자치를 감추어버렸다. 그러자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오리들이 줄지어 가듯이 침실을 나왔다. 거실로 나오자 이미 광일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면을 다 마치고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는 멀리 있는 창문으로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계셨다. 맨 앞에 광일이가 뒤로 엄마의 손을 잡고, 광일의 뒤에서 엄마는 광일의 두 손을 꼭 잡고, 광일의 아빠는 하늘의 어깨에 손을 얻고는 하늘의 뒤를 따라 침실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한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들 나오시나~ 어찌 오리모양 줄줄이 나오시나?”

“안녕히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입니다.”


셋은 합창을 하듯이 인사를 했다. 아니 하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광일이와 강인이는 힘차게 인사를 했던 것이다. 그러자 하늘은 몸과 손에서 두 사람의 말하는 것을 눈치를 채고는 고개로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곧바로 세 사람은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 광일의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한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오늘은 애들이, 아니 손자와 하늘과 강인이가 침실에서 함께 나오네요. 꼭 아이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못 들었어? 오리 세 마리가 꽥꽥하며 나오는 걸~”

“오리라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셔요. 전 착각을 했어요. 제가 세 자식을 키우는 줄로 말에요.”

“뭐, 그런 셈이지~ 이제 우리도 정상으로 가정을 꾸리게 된 듯싶네.”

“그럼, 얼마나 좋아요.”


하늘의 어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늘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하늘의 아버지는 알고 있을까? 사실 하늘의 아버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기쁜 날을 먼저 생각하신 것이었다.

잠시 후에 룸 전화벨이 울렸다. 강인은 곧바로 룸 수화기를 들었다. 식당에 특실에 하늘의 생일을 위한 파티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전화였다. 자세한 내용을 다 들은 강인은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광일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말하고는 하늘에게 생일 선물로 준비한 예쁜 옷을 입히고는 뒤따라 식당으로 내려갔다.

강인 와 하늘이 식당 특실에 이르자 직원들 몇 분이 입구에서 두 분을 맞아 주면서 특실의 문까지 열어주었다. 두 분이 특실 안으로 들어서자 입구 안쪽에 있던 파티차림의 직원이 폭죽을 터트려주었다. 그리고 특실에 앉아 있던 광일이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박수를 쳤다. 하지만 하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단지 하늘은 그때, 결혼식 날에 맡았던 화약 냄새를 맡았다. 하늘은 강인의 팔을 힘껏 당겼다. 하늘은 강인을 향해 쳐다보면서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이 말이다. 물론 하늘이도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자 강인은 주머니에서 점자판을 꺼내어 간단하게 말했다.


“오늘이 당신 생일이잖아~”

“아니, 이 냄새가 뭐냐고?”

“응, 폭죽이야! 당신을 축하하는 거지.”


그때서야 하늘은 오늘이 결혼식 하던 때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강인의 도움으로 파티 석에 앉았다. 그러자 직원이 파티테이블에 있는 각자의 와인 잔에 부드러운 포도주를 따라주었다. 강인은 잔을 하늘의 손에 지워주면서 점자판으로 말했다.


“우리 당신을 축하는 거야. 잔을 높이 들고…….”


하늘은 강인의 도움으로 포도 잔을 높이 들었다. 식구들 모두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광일의 할아버지가 짧게 축복기도를 했다. 그리고는 그 축복의 잔을 서로 원샷을 했다. 왜 원샷을 해야 하는지를 강인가 일전에 말해주었었다. 축복의 잔은 다 마셔야 한다고, 그래야 축복이 하나도 흘리게 되지 않거든 하고 말이다. 그리고 식사를 하기 전에 먼저 생일케이크에 아들인 광일이가 촛불을 켰다. 사실은 제일 웃어른이, 아니 낳아주신 분이 촛불을 켜주는 것이 옳은 일이나, 오늘은 하늘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 광일이가 하기로 했다. 그리고 생일축가를 불렀으나 하늘은 듣지도 못하고 말할 수도 없기에 잠잠히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힘차게 생일노래를 불렀다. 그러고 나서 하늘에게 케이크를 자르라고 강인이가 케이크 칼을 하늘에 손에 지워주고는 함께 케이크를 잘랐다. 그리고 강인은 각자의 접시에 케이크를 담아주었다. 각자 하늘의 생일케이크 조각을 조금씩 맛보고는 곧이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식사를 하도록 도와주었다.

하늘이를 위한 생일 식사 메뉴는 무엇들이 있었을까? 제주도에서 맞은 하늘의 생일이었다. 그러므로 해물음식을 주 메뉴로 준비를 하였다. 특별히 하늘에게 바다의 이야기를 강인과 아들 광일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었다. 먼저 바다의 싱싱한 해물로는 해삼과 멍게와 오징어 그리고 고등어 등의 물 회이었다. 다음은 전복죽과 갈치구이, 옥돔구이, 양념게장 그리고 보말국 등등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하늘이 가장 좋아하는 신선한 제주도 킹크랩, 랍스터가 있었다.

하늘의 생일파티 식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알뜰하게 모두들 즐겼다. 그리고 나중에 후식으로 다시 케일과 제주도의 특산물인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황금향, 그리고 천혜향, 제주산 애플망고 등을 포함한 야채샐러드와 함께 나왔다. 그리고 하늘이가 먹고 싶다던 제주 감귤주스와 커피를 함께 하였다.

이와 같은 생일파티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강인이가 근무하는 대한항공사 소속된 서귀포 칼호텔에 매니저의 도움이 컸던 것이었다. 대한항공사에 근무하는 강인이와 결혼한 하늘에게는 너무나 축복된 일들이 많았다. 결혼식은 조촐하였지만, 대한항공사에서 제공하는 특별 서비스인 비즈니스 석과 하와이에서의 칼호텔에서의 특실과 호텔전용 가이드까지 안내된 일과 그리고 지금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도 특별한 서비스를 받게 된 것이었다.

어느덧 하늘의 생일파티 아침식사를 다 마치자 정오가 다 되어버렸다. 이제 남은 생일축하는 제주도 에코랜드 열차 여행이 남아 있었다. 강인은 하늘이를 데리고, 광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곶자왈 테마파크로 갔다. 칼호텔에서 제공해 준 활인요금으로 다섯 식구가 모두 합해서 5만 원으로 에코랜드 열차를 탈 수 있었다. 열차관람시간은 3시간이 걸렸다. 그중에 특히 제주의 호수길, 제주의 숲, 화산송이길, 사계절에 맞는 꽃밭 길 등을 관람을 하였었다. 하지만 이러한 멋진 풍경들을 하늘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하지만 하늘이는 작은 에코랜드 열차를 달리는 동안에 느낄 수 있었던 바람들 그리고 달리는 속도감 등에 하늘은 마냥 즐거워하였다. 지역마다 바람공기가 다름을 하늘만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호수의 바람, 숲의 바람, 꽃바람 등등 하늘은 혼자만의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중간에 푸드코트에서 제주 흑돼지고기 짬뽕을 점심으로 먹었다. 그리고 에코랜드 호수에서 오리배를 탔다. 하늘은 오리배를 강인과 함께 탔다. 그리고 광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셋이 오리배를 탔다. 하늘은 오리배를 타고 가면서 호수의 물살을 느끼도록 강인이가 해주었다. 하늘은 호수 물에 손을 담그고 달리는 오리배에서 물의 압력과 손을 미끄러져 가는 물살에 안정감을 느끼며 즐거워하였다. 아마도 하늘은 엄마의 배속에 있을 때를 기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광일의 온 가족은 엄마인 하늘의 생일파티와 여행을 즐기면서 하늘의 생일날 하루를 잘 보내었다. 그렇게 제주여행을 마치고 칼호텔로 돌아온 광일의 가족은 잠시 휴식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하늘은 강인과 함께 서귀포 해변을 맨발로 걸었다. 특히 하늘은 해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던 것이다. 가끔 바다의 물이 파도치며 하늘의 발등을 스쳐가는 느낌을 하늘은 한없이 즐거워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해변을 걷고 있을 때에 잠에서 깬 광일은 황급히 호텔 앞 서귀포해변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광일은 부모와 합류했다. 하늘은 왼손을 강인에게 맡기고 오른손은 광일의 손을 잡고는 해변을 걸었다. 가끔 바닷바람이 이들을 스쳐간다. 그러면 하늘의 긴 머리카락이 즐겁다고 바다의 파도처럼 물결친다. 모처럼 하늘은 양손에 남편과 아들의 손을 잡고는 모래사장을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하늘의 호흡이 벅차서 헉헉 되니 강인과 광일은 재밌어하며 마냥 웃으며 다시 뛰기 시작을 했다. 이렇게 하늘이가 뛰어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하늘은 언제나 집 밖을 나오면 긴장을 하며 조심스럽게 걷고 걸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늘이도 뛸 수가 있었다. 하늘이 자신도 놀라워하며 즐거웠다. 마치 하늘을 나는 기분이랄까?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는 순간을 그리고 발이 땅에 쿵하고 닿는 느낌을 하늘은 마냥 신기해하였다. 이런 모습을 잠에서 깨어나신 하늘의 부모는 창밖으로 멀리 바라볼 수가 있었다. 하늘이가 아주 어릴 적에 있었던 추억을 하늘의 부모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늘이 세 살 때에 용산 공원에서 부모의 양손을 잡고 그네 타듯이 동동 매달리며 흔들거렸던 일을 부모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저녁이 되었다. 모두 몸을 씻고 마음을 쉬고 있을 때에 룸벨이 울렸다. 강인이가 룸서비스를 부탁해 놓았던 것이었다. 호텔 직원이 저녁식사를 가져온 것이었다. 저녁메뉴로는 연돈 돈가스와 키토산이 많다는 깅이죽(게죽)이 나왔다. 그리고 호텔의 매니저가 특별히 제공해 준 제주감귤허니와인도 있었다. 광일의 식구는 오늘 하루 종일 여행에 지쳐있었다. 거기다 모처럼 해변에서 뛰고 놀았던 하늘에게는 매우 피곤해하였다. 저녁식사를 마친 광일의 가족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이 제주 공항으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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