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광일의 대학교 정원에서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Sep 29. 2023
[어둠의 사십 년]
29. 광일의 대학교 정원에서
하늘은 참으로 높고 푸르렀다. 구름들도 멀리 하늘을 걷는다. 어느덧 가을이 왔다보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건물이 있는 정원에는 단풍들이 만발하여 정원의 잔디마다 단풍잎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은 부모님과 함께 연세병원을 다녀와서는 광일이가 다니는 연세대학교 정원에 오고 싶어 했었다. 그래서 하늘은 눈앞에 보이는 사회복지학과 건물 앞에 정원에 와 벤치에 부모님과 함께 앉아 있었다.
가을바람에 낙엽들이 하나 둘 나무에서 떨어져 내렸다. 다행하게도 앞을 볼 수 없는 하늘에게는 떨어지는 낙엽은 보지 못했다. 하늘은 가을바람이 자신의 얼굴을 스쳐가는 느낌에서 가을이 온 줄을 알고 있었다.
하늘은 바로 앞에 낙엽 하나가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것을 알고, 그 낙엽을 손으로 요리조리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랬었지, 당신이 내게 이 낙엽을 주었었지. 이 낙엽은 은행나무 잎이라고 말했었지. 노란색일 거야. 그랬어. 낙엽이 결이 있고, 질긴 편이야.’
하늘은 혼자 중얼거리며 은행잎을 가만히 자신의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살금살금 은행잎 낙엽을 만지고 있었다. 옆에서 이를 본 하늘의 어머니는 강인이를 떠올리며 주변을 살폈다. 마침 손이 닿는 곳에 다른 낙엽이 있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허리를 구부리어 그 낙엽을 하나 집어서는 하늘의 손에 지워주었다. 하늘은 어머니가 주신 낙엽을 만지더니 이번에는 그 낙엽을 얼굴에 살짝 대고는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이것은 냄새가 없어. 그리고 모양이 복잡해. 이것은 단풍잎이라고 했지. 색깔은 붉은색이었던가? 그래 맞아. 붉은 단풍이라고 그랬어.’
하늘은 이렇게 단풍잎들을 만지면서 강인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강인이와 공원을 거닐며 나무들에 대해서 말해주었던 것들을 하늘은 되새기고 있었다. 다시 가을바람이 불어와 하늘의 머리카락을 흩으렷다. 하늘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하늘은 바람을 잡으려는 듯이 손을 뻗어서 휘저었다. 그리고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하늘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하늘의 아버지는 오늘은 일이 없어서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모처럼 하늘이가 병원에 가는 날에 따라오셨다. 하늘의 어머니는 하늘의 아버지인 남편의 손을 잡으면서 이렇게 말을 하였다.
“여보, 고마워요. 오늘 쉬는 날인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당신과 하늘이랑 이렇게 나들이 나온 게 얼마 만인가요.”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이군요. 하늘이 어릴 적에는 그래도 가끔은 공원에도 가고 그랬었지. 그동안 당신이 많이 고생을 했군. 고마우이.”
“뭐, 제가 고생하긴요. 다 하나님이 이끌어주신 덕분이지요. 전 하늘이와 함께 있을 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많았어요. 이 아이가 어찌 그렇게 평온할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도 그랬다오. 아침마다 하늘이 바라보면, 마음이 왜 그리 편안해지는지 몰라요. 그래서 난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을 하고 했다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요. 착한 광일을 주셔서 하늘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지금도 이렇게 하늘이랑 광일이가 다니는 대학교의 정원에 앉아 있는 것만도 꿈만 같아요.”
“광일이……. 참 착하지. 어쩜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잘 챙겨주는지 볼 때마다 놀라고 감사했다오. 이런 손자를 하나님이 주셨구나 하는 감사함을 아침마다 한다오. 벌써 광일이는 대학교 2학년이 되었네.”
“네, 이 학교에 들어온 지 벌써 2년이 지났어요. 광일이가 태어나기 전에 하늘이가 임신 중에 여기 이 학교에 온 적이 생각이 나요. 어떻게 이 학교에 광일이가 다니게 되었는지……. 참 신기해요.”
“다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신 거지. 참 좋은 학교라오. 미국 선교사가 세운 학교가 아닌가? 하나님을 믿는 분이 세운 학교인거지.”
“맞아요. 학교가 참 아름다워요. 여기 우리가 앉아 있는 곳도 아름답잖아요. 이렇게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아요. 마치 우리 집 정원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하늘이랑 여기 자주 오는 거였군. 오늘은 하늘도 아름답네.”
“요즘 하늘이가 자주 기력이 없어 보여요. 자주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요.”
“당신이 하늘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깐 하늘이 건강을 잘 살펴보아요. 나도 될 수 있으면 쉬는 날을 많이 갖도록 해야겠어. 의사 선생님도 하늘에게 특별한 증상은 없다고 하지 않아요.”
“하늘의 건강을 좀 챙겨야겠어요. 보약이라도 먹였으면 해요.”
“그래, 광일 아빠가 오면 함께 의논해 보도록 합시다. 함께 한방병원에 가보도록 합시다.”
“한방병원은 경희한방병원이 최고라고 하던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광일의 아빠와 상의합시다.”
하늘의 부모님이 서로 대화를 하는 동안 하늘은 혼자서 뭘 그리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하늘은 하늘에 구름을 바라보았을까? 아니면 하늘에 날아가는 새? 아니면 비행기? 하여간 하늘이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하늘을 열심히 바라보는 것처럼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본 하늘의 어머니는 하늘의 아버지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여보, 하늘이를 보세요. 혼자서 뭘 그러고 있는지. 하늘을 계속 바라보면서 몸을 좌우로 흔들하고 있네요.”
“음. 하늘인 하늘만의 세계가 있는 거겠지. 얼마나 답답할까? 앞을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들을 수도 없으니 말이야.”
“그래도 보세요. 얼마나 행복해하는지요. 저 얼굴을 봐요!”
“그러니 우리도 저 아이 때문에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됐겠어!”
“네, 하늘이는 이 세상을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의 세상을 알고 있겠죠? 전 감사해요. 하늘이가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는 게.”
“다 당신의 믿음이었어. 타지에 왔어도 그토록 임신 중에도 성경을 소리 내어 읽고 찬양도 하고 할 때마다 옆에서 나도 힘이 되었지.”
“이제는 제가 하늘의 믿음으로 힘을 얻어요. 지금 하늘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어찌 알겠소. 그래도 저렇게 행복해하는 모습만도 우리도 기쁘지 않소.”
“네. 그래요. 그래도 궁금하기도 해요.”
하늘의 어머니는 점자판을 꺼내어 하늘에게 말을 했다.
“하늘아, 무슨 생각을 하니?”
“광일이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 오자고 했구나.”
“네, 대학교가 뭘까요? 뭘 배울까요?”
“궁금하구나? 넌 학교에 가본 적이 없지.”
“학교? 어떻게 생겼을까요? 아이들이 많았어요.”
“광일이를 생각하면 되겠다. 선생님도 만났었지?”
“아~ 선생님! 참 좋은 분들이셔요. 뭘 가르칠까요?”
“넌 뭐가 궁금하지?”
“나, 내가 누굴까? 나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강인은? 광일이도 보고 싶어요.”
“미안하다. 널 이렇게 돼서......”
“엄마! 미안해하지 마세요. 난 엄마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나도 네가 있어서 감사하단다.”
“지금 저는 행복해요. 내 곁에는 엄마, 아빠, 광일이 그리고 강인 씨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다행이구나. 너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단다.”
“저도요. 나에게는 유일한 분이시지요.”
“그런데, 요즘 네가 기운이 없어 보인단다.”
“네 알아요. 요즘은 자주 주님을 뵈어요.”
“주님을?”
“네.”
하늘이 어머니는 옆에 계신 하늘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하늘이가 요즘은 주님을 자주 뵌다고 그러네요?”
“......”
“뭘, 말 좀 해봐요?”
“여보, 주님께 맡깁시다. 그동안 하늘이도 많이 힘들었을 거요.”
“아~ 여보!”
하늘이 어머니는 갑자기 뭔가를 생각났는지 그만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하늘의 아버지는 이런 아내를 팔로 안아주면서 위로를 해주었다. 그러나 하늘은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그저 하늘만 쳐다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때에 멀리서 광일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 강의가 끝난 모양이었다. 오늘 엄마가 연세병원에 온다는 사실을 아침에 들었기에 그리고 사회복지학과 건물 쪽에 와 있다는 문자를 할머니로부터 받았던 것이었다.
광일이가 벤치 있는 쪽으로 오는 것을 본 광일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가리키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광일이 할머니도 눈물을 닦으면서 광일을 쳐다보았다. 광일은 다가오면서 먼저 말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엄마도 여기 계셨군요. 정원이 예쁘죠?”
“이제 강의는 다 끝났나?”
광일의 할아버지가 반기면서 말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하늘에게 광일가 왔다고 하늘의 어깨를 툭 쳤다. 하늘은 움찔하며 주변을 의식했다. 그러자 곧 광일이가 하늘에게 다가와 품어 안았다.
“엄마, 나 광일이야!”
하지만 하늘은 광일의 말을 듣지 못한다. 그러나 광일의 냄새로 금방 아들인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하늘은 두 팔로 광일이를 같이 품었다.
광일은 곧바로 엄마의 옆에 벤치에 다가앉았다. 그리고 할머니께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할머니, 여기 언제 와 있었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다. 좀 있었지. 여기 경치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여기 말고도 경치 좋은데 많아요. 함께 가볼까요?”
“아니, 네 엄마는 못 보잖니~ 그러지 말고 여기 잠시 앉았다 가자!”
“네. 좀 있다가 우리 학교 구내식당에 가볼까요?”
“구내식당?”
“네, 거기 음식이 맛있어요.”
“지금 점심시간이 지났잖니?”
“언제든지 먹을 수 있어요. 점심 안 하셨죠?”
“그렇긴 해.”
“병원에서 엄마를 뭐라고 해요?”
“별 얘기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데. 단지 기력이 약하고 하는구나.”
“기력이요? 왜죠? 식사는 잘하시잖아요.”
“그러기 말이다. 보약을 해 먹어야겠다.”
“엄마에게 보약을 요?”
“그래.”
“보약이면 한방병원에 가야겠네요?”
“그렇잖아도 할아버지랑 대화를 했단다. 저기 그 유명한 한방병원…….”
“경희한방병원이요?”
“그래. 거길 한번 가봤으면 해!”
“우리 엄마! 힘내요~”
광일은 엄마를 다시 안아주면서 하늘의 귀에다 대고는 말을 했다. 광일은 자주 이렇게 하늘의 귀에 대고 말하는 버릇이 있다. 하늘이도 이런 광일의 행동을 매우 좋아하고 있었다. 사실 하늘이는 어릴 적에 어머니가 그렇게 자신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늘이는 광일이와 광일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함께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가을바람을 즐겼다. 반면에 광일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는 하늘이랑 함께 대학교 정원의 가을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후, 광일은 하늘이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모시고 대학교 구내식당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함께 하였다. 사실 광일이는 마지막 강의 전에 먼저 점심식사를 했었다. 하지만 엄마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아서 또 점심식사를 하였던 것이다. 정말 연세대학교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은 맛이 있었다. 가을계절에 맞게 김치두부국이 나왔다. 그리고 잔멸치볶음과 톳양파무침, 그리고 김치와 샐러드가 나왔다. 하늘이도 광일이가 다니는 대학교내에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니 너무 기뻐하며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음식을 말끔히 먹었다. 광일의 일행은 식사를 마친 후에 연세대학교 교정을 거닐며 소화를 시키고 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 심정>
오늘의 하늘이에 대해 글을 쓰기전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참동안을 고민하고 간절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오늘로 하나님께로 가야 하나 아니면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늘이를 하늘에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하나님은 저에게 좀 더 함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감사하며 가슴이 많이 설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