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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마흔 번째 마지막 생일

[인생소설(이하늘의 인생론)]

by trustwons

[어둠의 사십 년]

32. 마흔 번째 마지막 생일


오월의 햇살, 하늘이와 강인이 자고 있는 방에는 창가로부터 스며들어와 두 사람의 얼굴에 내려와 앉았다. 먼저 눈을 뜬 강인은 지그시 햇살을 눈에 담으며 팔을 내밀어 자고 있는 하늘의 머리베개를 해주었다. 하늘은 아무 반응이 없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 같았다. 강인은 그런 하늘의 자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더니만 천장을 향해 바라보면서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나에게 소중한 아내의 생일이 오늘인데, 내 마음은 어찌 된 일인지 무겁기만 할까? 참, 우리 하늘은 오늘이 자신의 생일인 줄 알고 있을까? 자는 모습이 참으로 곱고 평안해 보이네.’


강인은 다시 자는 하늘의 모습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햇살이 하늘의 얼굴을 비추어주니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내와의 생활이 이십 년이 되었구나. 좀 더 사랑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나의 항공운항 일정에만 신경을 써왔구나. 어머님이 생전에 계실 때에도 난 내 일에만 관심을 쏟아왔었어. 그렇게 암으로 고생을 하시다가 홀로 가셔야 했던 어머니……. 끝내 아버지의 소식을 없었고, 아들 하나를 위해 그토록 힘들게 살아오셨지. 이제 생각해 보니 난 어머니를 위해 해드린 것이 없었구나. 이제라도 어머니 대신에 내 아내를 위해서는 섭섭하지 않도록 관심을 더 써야겠지. 나에게 섭섭하지 않게 말이야.’


강인이가 천장만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늘은 뭐가 그리 좋은지 가끔은 자는 얼굴에서 미소 짓는 모습을 강인은 발견을 하였다.


‘아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무슨 꿈을 꿀까? 좋은 꿈을 꾸는 거겠지.’


강인은 아내의 행복한 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내의 머리를 베개 해준 팔을 고쳐 다시 아내의 머리를 팔베개하여 주었다. 이때에 하늘은 자신의 머리에 강인의 팔이 놓여있음을 알고는 더욱 고쳐 강인의 팔을 당겨서 머리베개를 했다. 이를 본 강인은 미소를 짓고는 다른 팔을 내밀어 아내의 얼굴을 감쌌다. 그러자 하늘은 강인의 가슴속으로 속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서로 한동안 그러고 있었다.

봄 햇살은 더욱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하는 듯 강하게 방안을 비췄다. 햇살에 의해 방안에 온기가 가득해졌다. 강인은 팔을 풀고 하늘이랑 창밖을 바라보았다. 살랑 부는 봄바람에 창가에 보이는 나무끝자락들이 얼씨구 하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하늘이와 강인은 서로 마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하지만 하늘은 강인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강인의 가슴에서 웃음을 느꼈던 것이었다.

그때에 방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강인이만 그 노크소리를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강인에게 바싹 붙어서는 창밖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방문이 살짝 열리고는 광일의 얼굴이 반쯤 들이밀어서는 방안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자 강인은 하늘의 머리를 베개 해준 팔을 빼고는 약간 몸을 일으켜 손짓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어린아이도 아닌 다 큰 성인이 된 광일은 어린아이처럼 싱긋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몇 신데, 침대에 누워있어요?”

“엄마는 아직 밤이잖아~ 그런데 나만 일어나 수가 없지.”

“엄마는 언제나 밤이죠. 아빤 아니잖아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알다마다. 엄마 생일이지~”

“어떻게 할 건데요? 할머니는 벌써 아침식사로 미역국을 해 놓으셨어요.”

“우리 모두 미역국 먹는 거지? 어떤 미역국일까?”

“오늘은 해물미역국이래요. 엄마가 요즘은 바다음식을 좋아한다나요?”

“나도 그래, 바다음식 좋아해!”

“아빠는 항상 엄마랑 똑같이 그러시면서…….”

“당연한 거 아니니? 부부이신일체란 거 모르지?”

“제가 어린애예요? 성경에도 부모를 떠나 남자는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게 된다고요.”

“그래, 우리 광일은 언제 어떤 여자와 한 몸을 이룰까?”

“염려 마세요. 전 점찍어놓은 여자가 있거든요~”

“뭐시라? 누구?”

“비밀~ 어서 일어나셔요.”


이렇게 강인이와 광일가 서로 대화를 하고 있을 때에 하늘은 강인의 가슴으로 대화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대화의 내용을 아는 듯이 말이다. 사실 광일은 아빠에 대해 질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어서 일어나시라고 독촉을 하였던 것이다. 광일은 침대의 엄마 쪽으로 다가와서는 무릎을 구부리고서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엄마의 손에 입술을 대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오늘이 엄마의 생일이야~ 엄마 사랑해!”


하늘은 자신의 손등에서 광일의 입술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대박! 하늘은 광일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하늘은 몸을 광일 쪽으로 돌리고는 다른 손으로 광일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광일은 재빨리 자신의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늘은 광일의 손을 잡자 바로 자신의 입술에 대고는 입맞춤을 하였다. 그리고 하늘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자 강인이도 함께 상체를 일으켜 하늘의 뒤에 앉았다. 광일은 엄마의 손을 잡고 침대에서 내려오게 하여 방문으로 함께 걸어갔다. 하늘은 잠옷 바람으로 광일에 손에 이끌려 걸었다. 침대에 홀로 남긴 강인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서 내려와 하늘의 뒤를 따라갔다. 역시 강인이도 잠옷차림이었다.

광일의 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온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계신 광일이 할아버지와 식탁에 계신 할머니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아니? 오리들이 나오듯이 줄줄이 나오셔?”


광일이 할머니가 미소가 가득한 채로 말을 했다. 하늘은 듣지 못했지만 강인이와 광일이도 밝은 미소를 지으며 할아버지께와 할머니께 인사를 했다.


“허허, 인사를 한 건지 오리같이 머리가 왔다 갔다 한 건지……. 모르겠네?”

“할아버지! 아침인사잖아요? 뭔 오리에요.”

“농담이야, 농담!”


할아버지는 정색을 하면서 소파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고 식탁으로 오셨다. 광일이도 엄마와 아빠를 끌고 식탁으로 갔다. 하늘이와 강인이는 잠옷차림으로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할머니는 차려놓은 음식들과 따끈한 해물미역국을 차례로 놓으면서 말했다.


“자~ 우리 하늘이 생일상입니다. 맛있게들 드셔요.”

“와~ 해물미역국이다!”


강인이와 광일이는 몰랐던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광일이 할아버지도 놀라는 척하며 눈을 크게 뜨시고 음식들을 이리저리 살피듯 행동을 취하였다. 할머니는 얼굴에 힘을 주면서 눈총을 쏘았다. 그러자 강인이가 하늘에게 점자판으로 말을 했다.


“여보, 해물미역국이야! 당신 생일상~ 축하해!”

“알아요. 어제 어머니가 말해주었어요. 고마워요!”


모두 식탁주위에 둘러앉아 서로 손을 잡고 아침식사 기도를 광일이 할아버지가 대표로 했다. 자리는 이렇게 앉았다. 할아버지 옆에 하늘이, 강인이, 광일이, 그리고 할머니가 앉았다. 하늘은 광일이 할아버지, 아버지의 기도소리를 손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떤 기도를 하였는지는 하늘은 전혀 들을 수 없었지만, 자신을 위해 기도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즐거운 아침식사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들 하였다. 비록 늦은 시간이지만, 다행히도 강인이는 공항에 출근을 연차로 휴무를 해 놓았고, 광일이도 YS 대학교 창립 기간으로써 대부분 휴강을 하였다. 그리고 광일이 할아버지는 오늘은 쉬기로 하셨다. 그래서 모처럼 여유롭게 온 가족이 늦은 아침식사였지만 여유롭게 즐겁게 맛있게 하늘의 생일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온 가족이 식사를 다 마치고는 숭늉까지 먹고는 거실의 탁자 주변에 모여 앉았다. 광일이가 엄마를 위해 미니케이크를 탁자 위에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광일이 할머니는 강인이가 해외에서 사 온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가져와, 그것으로 커피를 내려 가져와 탁자 위에 놓았다. 그 커피는 바로 하와이 코나 커피인 것이다. 강인은 하늘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항공운행 중에 현지에서 최고로 좋다는 커피를 사 오곤 했었다. 정말 좋은 커피 맛은 개인취향에 따라 선호하겠지만, 커피나 녹차에 있어서는 맛과 향기는 다섯 가지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 다섯 가지의 맛이란 단맛(Sweetness), 신맛(Acidity), 쓴맛(Bitterness), 그리고 향(Aroma)과 바디(Body)로 커피의 맛을 즐긴다. 한편 녹차인 경우에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떫은맛 등으로 다섯 가지의 맛을 즐긴다.

강인은 커피를 좋아하는 하늘이를 위해 이왕 좋은 커피를 마시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커피의 모든 맛을 알게 하고 싶었다. 오늘 하늘이 생일날에는 더욱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싶었던 강인은 어제 귀국길에 하와이 코나 커피를 사 온 것이었다. 비록 세상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하늘에게는 유일하게도 맛과 냄새를 누구보다도 아주 세미하게 느끼고 구별할 줄을 안다. 그러한 하늘에게 최대한의 커피를 생일날이 아니어도 항상 주고 싶었던 것이 강인의 따듯한 사랑인 것이다.

거실에 있는 탁자 주변에 소파에 그리고 의자에 둘러앉은 식구들은 광일이 할머니인 하늘의 어머니께서 직접 케이크에 촛불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서로 손에 손을 잡고는 하늘의 마지막 생일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손에 손으로 전해지는 축하의 노래가 하늘에게도 전해졌다. 하늘이도 함께 불렀다.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하늘의 입술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축하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늘의 어머니가 하늘을 안아주었고, 다음은 하늘의 아버지가, 다음은 강인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일이가 하늘이를 안았다. 광일은 마지막여서 더 오래 엄마를 품어 안고 있을 수가 있었다. 하늘이는 안아주는 식구들의 얼굴의 볼에 입맞춤으로 보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축하가 끝나고 하늘이가 광일이와 함께 케이크를 잘라서는 예쁜 접시에 담아 식구들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렇게 하늘의 마흔 번째의 생일을 축하고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을 때에 놀랍게도 창가에는 비둘기들이 모여와 앉아 있었다. 하늘의 어머니는 이를 목격하고는 손짓을 하여 모두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하늘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가서 비둘기를 위한 먹이를 가져다 창가에 살며시 내밀어 주었다. 비둘기들은 질서 정연하게 먹이를 먹으며 창가로 날갯짓을 하며 살짝 날았다가 내려와 다시 먹이를 먹는 것이었다. 이러한 광경을 본 광일이는 급히 점자판으로 엄마에게 이 모습에 대해 말해주었다.


“엄마, 엄마, 비둘기들이 엄마생일을 축하해!”

“비둘기? 음, 주님이 보내셨구나!”

“주님이?”

“응, 예수님도 세례를 받은 후에 비둘기처럼…….”

“그건, 성령님이시잖아~”

“우리에겐 늘 성령이 함께 계서~ 그러니 성령이 또 오실 필요 없지.”

“그러네! 엄마, 엄마생일이 이게 마지막이야?”


하늘은 광일의 질문에 움찔했다. 그리고는 잠시 머뭇하더니 광일에게 점자판으로 말했다.


“광일아! 우린 잠시 헤어질 뿐이야.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오늘 엄마 뭐 하고 싶어?”

“나? 바닷가에 가보고 싶구나!”

“내가 아빠에게 말해 볼게!”


광일은 곧바로 아빠 강인에로 다가가 말했다.


“아빠, 아버지!”

“아니? 웬일이냐? 아버지라니?”

“부탁이 있어요.”

“뭘?”

“엄마가 바닷가에 가고 싶데요. 우리 동해바다로 가요!”

“음, 좋아! 지금 가자~”


그렇게 말하고는 강인은 광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하늘의 마음을 전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쾌히 승낙을 했다. 광일은 엄마에게 점자판으로 아빠의 뜻을 전해주었다. 그러자 하늘은 얼굴이 밝아졌다.

광일의 식구들은 간단하게 차림을 하고는 강인의 자동차로 아파트 집을 떠나 강원도 속초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강인의 승용차는 중형인 소나타였기에 다섯 명이 타기에는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강인가 운전을 하고, 그 옆에는 광일이 타고, 뒷좌석에는 하늘이와 하늘의 부모가 함께 탔다.

다행스럽게도 속초에 있는 RMD 호텔에 프리미어 패밀리 룸이 하나 비어있었다. 바로 강인은 예약을 하고는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자동차로 영동고속도로를 달려서 5시간 만에 속초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강인이와 광일이가 번갈아 운전을 하면서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롭게 운전을 하였다. 평일인데도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여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이었지만, 하늘이는 마냥 즐거워하며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바람의 흐름으로 자동차의 속도를 즐기고 있었다. 사실 고속도로에서는 차 창문을 닫아야 하는데, 강인은 그러지 않았다. 조금 속도를 늦추더라도 하늘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에 강인이도 마냥 기쁘고 즐거워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드디어 속초에 도착한 광일의 가족은 예약한 RMD 호텔에 주차를 하고는 로비에서 예약확인 한 후에 프리미어 스위트 패밀리 룸으로 갔다. 룸에는 침실이 더블침대가 있는 방과 온돌방의 두 개가 있고, 거실이 하나 있었다. 광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온돌을 택하셨다. 강인과 하늘은 더블침대 방으로 정하고, 광일은 할머니 따라 온돌을 결정을 했다. 각자의 짐들을 풀고는 곧바로 호텔을 나와 방파제를 따라 빨강등대가 있는 곳으로 하늘은 광일이랑 강인의 양손을 잡고 걸었다. 그 뒤를 광일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걸었다. 아직 바닷바람은 차가운데도 하늘은 어린아이처럼 신나 해 하였다. 맞바람을 얼굴에 받으며 하늘은 가볍게 걸었다. 서서히 해가 지면서 어둠이 옅어지게 내려앉으며, 속초바다는 짙은 암청색을 띠어가고 있었다. 광일의 식구들은 호텔 주변에 멋진 바다와 대포항 원형의 모습에 매력적인 느낌을 받으며 감상을 하고 있었지만, 하늘이만은 바닷바람과 바다냄새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렇게 바닷바람을 쐬면서 일행은 대포항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인은 지인으로부터 대포항에 있는 부부횟집을 소개받았다. 그래서 사전에 저녁식사를 예약을 해 놓았던 것이었다.

부부횟집에 도착한 광일의 가족들은 예약 좌석에 자리를 잡고, 특별히 하늘을 위해 해산물을 골고루 준비해 주신 음식들이 나왔다. 다양한 생선회와 대게 찜과 매운탕 그리고 게 볶음이 나왔다. 하늘은 너무나 신기해하며 주는 대로 잘 받아먹었다. 하늘은 강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하나님께서 이렇게 맛난 것을 해놓으셨네요.”

“그래, 하나님은 참 자상하시지?”

“응, 바다에는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사네요?”

“땅 위에도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어! 아주 큰 동물과 아주 작은 동물도 있어.”

“당신은 그 동물들을 다 보았어요?”

“그럼, 다는 아니지만 보았지.”

“어디서?”

“동물원에서 봤지. 어릴 적엔 창경원에서 봤었지.”

“어릴 적에.......”


하늘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하늘에게는 ‘어릴 적’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이 어릴 적인지……. 항상 똑같은 어둠이었던 하늘에게는 구분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늘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은 하늘이 바다음식들을 즐겁게 잘 먹는 모습을 바라본 식구들, 하늘의 부모님과 남편인 강인이와 아들 광일이는 기쁘고 감사했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는 하나님께 말이다. 그리고 부부횟집에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도 감사해하였다.

나중에 부부횟집의 부부는 강인에게로부터 하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놀라며 안타까워하였다. 그러면서 언제든 먹고 싶으면 꼭 오시라고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그리고는 몇 가지의 해산물을 싸주셨다. 집에 가서 해 드시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참 고마운 분이시다.

그렇게 광일의 가족들은 저녁식사를 즐겁게 기쁘게 맛있게 먹고는 호텔로 돌아왔다. 내일은 하늘이 그토록 좋아하는 바다가 해변을 찾아 외옹치 해변으로 가기로 했다. 긴 여행을 와서 그런지 모두들 일찍이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 내일 새벽 해를 보기 위해 일찍 자기로 했던 것이었다. 물론 하늘에게는 해 뜨는 모습을 볼 수 없으니 아무 의미가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강인은 식구들에게도 좋은 기회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늘에게도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였던 것이었다.

동해바다 속초 대포항 앞바다만이 우뚝 선 RMD 호텔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으면서 하늘이가 묵고 있는 룸에 불이 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일의 새 아침을 위해서 앞바다는 잔잔한 파도만을 일으키면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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