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쌍둥이 별 ( 건간쌍둥성)
[맴 할아버지의 동화 편]
by trustwons Oct 18. 2023
신라의 쌍둥이 별 ( 건간쌍둥성)
어느덧 가을은 물러가고 십일월 초겨울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느티나무의 잎들은 다 떨어지고 나무줄기만 주렁주렁 매달려서 꿈틀대고 있었다.
동찬이와 소향은 일찍이 느티나무 정자에 와 있었다. 소향의 무릎 위에는 홍시감이 가득 있는 대나무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오빠! 맴 할아버지, 언제 오셔?”
“글쎄, 웬일일까? 맴 할아버지는 항상 일찍 오시던데…….”
“오빠! 저기 오신다.”
소향이는 맴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오시는 걸 보았다. 동찬은 맴 할아버지를 보자 팔짱을 끼고는 할아버지 흉내를 내면서 다리를 꼬았다. 맴 할아버지는 천천히 걸어오시고 계셨다. 그러자 소향이가 벌떡 일어나 맴 할아버지께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손에 든 바구니를 맴 할아버지께 보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맴 할아버지~ 몸이 안 좋아? 힘이 없어 보여요.”
“오~ 소향이구나! 일찍도 왔네? 괜찮아~ 늙어서 그런단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 드리려고 가져왔어. 홍시감이에요.”
“허허, 우리 착한 향이지~ 고맙다. 고마워~”
소향이는 맴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어험, 이제 오면 어떡하나~ 짐 몇 신데…….”
“이놈 봐라! 버릇이 없구먼, 소향을 닮아봐!”
맴 할아버지는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거꾸로 돌려 잡더니 동찬이의 머리를 한방 먹였다.
“아야! 머리 나빠지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고놈, 똥찬이 이놈! 이미 나빠진 머린걸.”
맴 할아버지는 그러면서 씩 웃으시고는 동찬이 옆에 가 앉았다. 소향이도 할아버지 옆에 바싹 앉았다. 그리고는 홍시 하나를 치마에 쓰윽 닦고는 맴 할아버지께 내밀었다.
“할아버지~ 이거 드셔요.”
“허허, 고마워~ 향이는 어쩜 그렇게도 예쁠까?”
“흥, 홍시를 주니깐 아부하시네요?”
“좀 배워~ 베푸는 마음은 천사의 마음인 거야!”
“할아버지! 그럼 난 천사?”
“암, 천사지~ 아주 예쁜 천사지!”
“봤지? 난 천사야~ 천사!”
“일전에 내가 배를 드렸잖아요? 할아버지께.”
“그럼, 알지~ 맛있었지! 오늘은 없냐?”
“향이가 가져왔잖아요! 욕심쟁이 할아버지네?”
“고놈 봐라~ 내가 언제 공짜로 먹었냐? 옛날이야기 해 주잖아~”
“그럼, 오늘은 꼭 쌍둥이 별 이야기를 해주는 거죠?”
“신라의 쌍둥이 별이라고 했어! 오빠.”
“역시 소향이가 똑똑하구먼. 그래, 신라의 쌍둥이 별 이야기라…….”
동찬이와 소향이는 맴 할아버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이야기의 시작을 기다렸다. 갑자기 맴 할아버지는 소향이가 가져온 바구니에서 홍시를 하나씩 꺼내어서는 동찬이와 소향이 손에 쥐어주었다.
“서둘지 말고, 홍시를 먹고 시작하자!”
“전 집에서 많이 먹었어요. 할아버지~”
“저도요!”
“그래도 소향이의 성의인데, 하나는 먹어주어야지~”
맴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시고는 홍시를 한 입 먹었다.
“자, 자, 너희도 먹어! 홍시가 울겠다!”
“알았어요.”
동찬이도 소향이도 홍시를 먹기 시작을 했다.
“참 홍시가 맛있구나! 그렇지?”
“우리 엄마가 시골에서 직접 따오셨어요.”
“그래? 시골 어디?”
“정읍이에요.”
“정읍이면, 전라북도 정읍을 말하는 거지?”
“네, 우리 엄마의 고향이에요.”
“동찬이네는 고향이 어디지?”
“다 아시면서 물어보셔요? 이북이요!”
“아따, 성질부리 긴……. 쯧쯧. 그립겠구나?”
“아뇨! 제가 웨 그리워요? 전 서울이에요.”
“알고 있다. 여기가 네가 태어난 곳이지~”
“언제 이야기해 줄 거예요?”
“알았다. 이제 시작할게~”
「그 당시에 한반도에는 세 나라가 있었지.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신라가 있었지. 사실 한반도에는 백제가 제일 먼저 생겼단다. 그리고 고구려 다음은 신라였지. 하지만 신라는 점점 강성해갔지.」
“소향이 무슨 말인지 알겠니?”
“네, 저 5학년이에요. 다 알아요. 책에서 읽었거든요.”
“그래? 역시 똑똑해!”
「그리고 남해에 작은 나라가 이미 있었지. 가야라는 나라였지. 신라가 제일 먼저 조그만 나라 가야를 합병을 했단다. 그리고는 백제를 점령하고, 나중에 고구려를 차지하게 되었지. 그때가 기원후 676년이었을 거야. 통일신라가 탄생한 거지.」
“할아버지! 우린 역사공부하려는 거 아니에요!”
“아, 그래? 미안~ 이제 시작하려는 거였지.”
「한반도에서 신라가 통일이 된 후에 있었던 전설적 이야기지. 태백산맥을 끼고 동해바다를 바라보이는 어느 산골짝에서 말이다. 쌍둥이가 태어났단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기의 엄마는 쌍둥이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지. 그 당시에는 쌍둥이란 천하게 생각을 했단다. 그리고 아기 엄마는 너무 힘들었지. 아기 둘을 낳으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니? 그것도 산골짝에 사는 젊은 부부가 말이다. 다행히 산파역할을 해주는 노파가 있었단다. 그 노파의 덕분에 아기는 무사했지.
그런데 쌍둥이 아빠는 말 못 하는 벙어리였단다. 쌍둥이 아기를 벙어리 아빠가 홀로 키워야 했었지. 산파였던 노파는 엄마는 죽고 쌍둥이를 겨우 살려냈는데, 이상하게도 아기가 울지를 않는 거야. 처음에는 죽었나 했었지. 그래도 따뜻한 물로 피부를 씻어내는데, 쌍둥이 아기의 눈동자가 말똥말똥한 거야. 그래서 노파는 아기가 살았구나 하는 걸 알았지. 그리고는 노파는 쌍둥이 아빠에게 아기를 건네주고는 말없이 떠났어.」
“그럼, 쌍둥이 아기는 아빠가 키웠겠네요?”
“그렇게 됐지. 자 들어봐~”
「쌍둥이 아빠는 아기를 어떻게 키웠을까? 산골짝에서 쌍둥이 아빠는 염소랑 닭이랑 돼지를 키우고 있었지. 아빠는 아기를 위해 염소의 젖을 잘 끓여서 쌍둥이에게 먹였던 거지. 결국 쌍둥이는 염소젖을 먹고 자란 셈이지. 그런데 놀랍게도 쌍둥이들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랐어. 역시 염소젖이 좋긴 좋은가 봐. 그런데 나중에 아빠는 알게 되었지. 쌍둥이도 말을 못 한다는 것을 말이야. 즉 벙어리였던 거야.
그러니 쌍둥이의 이름도 잊어버린 거였어.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었거든. 원래 쌍둥이 이름은 노파가 지워주었지. 뭐라더라. 그렇지. 하늘 건(漧) 그리고 빛날 간(婜)이었지. 성은 알려지지 않았지. 하지만 쌍둥이 아빠가 벙어리이니깐 쌍둥이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지. 결국 쌍둥이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만 거야. 그래도 쌍둥이는 매우 강하게 잘 자랐어.
얼마나 용맹했는지 모른다. 산속에서만 살아왔으니, 들짐승 못지않게 산을 날고뛰고 그랬었지. 어느 날 쌍둥이는 멧돼지를 잡아온 거야. 그 당시에는 산에는 짐승들이 많았지. 그뿐만 아니라 아빠를 따라 산에서 내려오면 바로 동해바다가 보이거든, 아빠는 종종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오곤 했었지. 이제는 쌍둥이까지 합세해서 고기를 잡으니, 얼마나 많은 고기를 잡았겠니? 그걸 시장에 팔아서는 쌀도 사고 여러 가지 필요한 것들을 사 오고 그랬었지.
산 아래 마을에서는 쌍둥이에 대해 소문이 자자했었지. 얼마나 용맹했는지 모른단다. 동해바다에는 가끔 왜놈의 배들이 오곤 했었단다. 그리고는 마을 어부들이 잡은 고기들을 몽땅 뺏어가곤 했었지. 그래서 마을 어부들은 왜놈의 배가 보이면 줄행랑을 하는 거야. 왜냐하면 잡아놓은 것까지 빼앗기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고기를 잡을 수가 없는 거야. 그 당시에는 신라와 왜놈의 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친하게 나눠주며 지냈었는데, 가끔 못된 왜놈들이 있어서 바닷가에 사는 마을을 습격해서 식량들을 뺏어가는 거였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쌍둥이들이 아빠 없이 둘이서 고기를 잡고 있었던 거였어. 그때에 왜놈의 배들이 나타나 마을어부들의 배를 습격해서는 잡은 물고기들을 몽땅 뺏어가는 거였지. 역시 쌍둥이의 배에서도 잡은 물고기들을 뺏어갔지.
그런데 놀랍게도, 쌍둥이들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고, 왜놈의 배를 쫓아간 거야. 물론 왜놈의 배는 쌍둥이의 배보다는 훨씬 큰 배였거든, 왜놈들은 쌍둥이의 배가 조그마하니깐 우습게 보고 무시한 거야. 그런데 잠시 후에 왜놈의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거야. 왜놈들은 놀라 호들갑이었지. 하지만 왜놈의 배가 가라앉자 왜놈들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모두 물에 빠져 죽어버렸지. 이 장면을 멀리서 본 마을 어부들은 환호성을 질렀어. 쌍둥이는 작은 배를 타고 유유히 돌아온 거였지.
나중에 마을 어부들이 몰려와 쌍둥이들에게 물었어. 어떻게 한 거냐고 말이야. 그랬더니 쌍둥이들은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고 말했어.」
“어떻게 했는데요?”
“들어봐! 아주 영리하지~ 용맹한 쌍둥이라고 하지 않았어.”
「쌍둥이의 배는 노 젓는 작은 배였으니깐 왜놈들이 무시했던 거지. 그런데 쌍둥이는 도끼를 들고 물에 뛰어들어서는 왜놈의 배 밑으로 간 거였지. 그리고 배 밑을 구멍을 내버린 거였어. 어떤 때는 여러 척의 왜놈의 배가 있을 때에는 쌍둥이는 자신의 작은 배를 뒤집어서는 그 속에서 숨을 쉬면서 접근을 했던 거지. 그리고는 왜놈의 배 밑으로 내려가서는 구멍을 내버린 거야. 그러니 왜놈의 배는 바로 물에 잠기지 않고 천천히 물에 잠기는 거지. 그때는 이미 쌍둥이 배는 멀리 도망간 후였거든. 놀랍지?」
“네, 쌍둥이는 수영을 잘하나 봐요?”
“그렇지, 수영만 잘하는 게 아니야. 무술에도 뛰어났지. 멧돼지를 어떻게 잡았겠니?”
“그게 궁금했어요.”
“소향이도 궁금한 거 있니?”
“없어요. 재밌긴 한데……. 여자는 안 나와요?”
“그렇구나, 소향인 여자지? 오늘은 미안해요. 자, 그럼…….”
「이제는 마을 어부들이 고기잡이에 두려움이 없어졌지. 쌍둥이가 도와주니깐. 그런데 이런 사실이 소문으로 관가에 알려지고 말았지. 그런데 놀랍게도 관아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뒤에서 지원을 해주었지. 즉 동해바다의 수경비로 말이야. 그 당시에는 특별히 백성들을 지켜주는 일에는 좀 소홀이 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동해바다는 너무나 넓고 크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지. 하지만 쌍둥이 덕분에 마을 어부들은 마음 놓고 고기잡이를 할 수가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에, 세월이 많이 흘러갔지. 쌍둥이 아빠가 세상을 떠난 거야. 그러자 쌍둥이는 한동안 산골짝에만 틀어박혀 지내더니, 갑자기 마을에 내려와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 작은 배를 타고는 동해바다로 떠나간 거야. 저 멀리 동해 끝으로 말이야. 그러자 마을 어부들은 불안하기 시작했던 것이지. 그런데 놀랍게도 어두워져 갈 때에 동해에 초승달이 뜨는 날에는 마치 초승달을 쪽배로 오는 쌍둥이별이 보이기 시작한 거였어. 그 후로는 마을 어부들이 두려움이 사라지고 당당하게 고기잡이를 할 수가 있었던 거지.
이 소문이 마을에서 마을로 퍼져나가고 어부들은 고기잡이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가 있었던 거였단다. 그 별의 이름을 뭐라고 하는 줄 아니? 건간(乾婜-하늘에 빛나는 쌍둥이별)이라 불렀던 거야.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는 아니야. 마을의 어부들이 초승달에 ‘건간 쌍둥성’이 가끔은 나타난다고 말하면서 그날에는 고기잡이가 잘된다는 것이었지.」
“어때? 재밌는 이야기잖니?”
“재밌어요. 그런 비슷한 전설이야기는 많아요. 서양에도 많고요.”
“그래, 옛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지. 소향인 재미없었겠네?”
“아니요. 재밌었어요. 다음엔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래, 생각해 보자!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또 보자!”
“맴 할아버지! 가시게요?”
“오냐, 할머니가 보자고 하는구나!”
“할머니도 보고 싶어요? 맴 할아버지~”
“그래, 소향아~ 우리 집에 놀러 오렴!”
“전요?”
“너도 와!”
“맴맴 할아버지~ 조심히 다녀가셔요! 오늘 이야기 감사합니다.”
“그래, 다음에 보자!”
맴 할아버지는 동찬이와 소향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소향이가 가져온 홍시바구니를 들고는 천천히 걸어가셨다. 잠시 후에 동찬이도 소향이를 자전거에 태우고는 마을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