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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농구 시합을 하다

[소라 섬 소녀 이야기]

by trustwons

35. 농구시합을 하다



소녀가 자고 있는 방의 창문으로 햇빛이 가득 비쳤다. 소녀는 눈이 부신 듯 손등으로 눈을 가렸다. 그리고는 돌아누웠다. 할머니는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식사를 다 준비되어 마루 식탁 위에 차려져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소녀를 깨우려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마루에 걸쳐 앉은 채로 담장 위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갈매기들도 소녀가 일어나지 않은 걸 알았는지 담장을 넘어오지 않고 담장 밖에서 울지도 않고 맴돌며 날고 있었다.

소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창문 쪽으로 돌아누워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갈매기 한 마리가 창틀에 와 앉았다. 그리고는 갈매기는 안쪽을 들여다보듯이 머리를 쑥 안으로 내밀었다가 당겼다가 그랬다. 소녀는 창틀에 앉아 머리를 밀었다 들었다 하는 갈매기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는 왜 그러고 있니?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아니면 가만있지 그래~”


갈매기는 소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휙 날아 들어와 소녀의 옆에 와 앉았다. 소녀는 갈매기의 등을 손으로 쓸어주었다. 갈매기는 소녀 앞을 몇 걸음 하다가 창문 밖으로 날아갔다. 그때에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담장 위에 조르르 앉아 있는 갈매기를 바라보았다. 소녀가 손짓을 하자 담장 위에 앉아 있던 갈매기들이 우르르 날아와 소녀에게 인사를 했다. 소녀가 창문 밖으로 목을 길게 내밀고는 주변을 살피다가 할머니가 마루에 걸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녀는 황급히 방을 나와서는 할머니를 덮쳤다.


“할머니, 미안, 미안~”

“일어났니? 어제 많이 긴장한 모양이구나~”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어 소녀가 기대고 있는데도 또박또박 글을 써서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할머니! 미안해요~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줄 몰랐어.”


할머니는 괜찮다는 듯이 소녀의 손을 꼭 잡아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도 할머니를 따라 일어났다. 할머니는 다 식은 국들을 다시 데우고 소녀와 함께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소녀는 설거지를 하고는 커피 잔을 들고 와 할머니 옆에 앉아서 할머니와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담장 위에 조르르 앉아 있던 갈매기들은 언제 떠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갈매기들이 저기 담장 위에 있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 좌우로 머리를 돌리면서 살피었다. 소녀가 얼마나 늦게 일어나 아침식사를 했는지 해가 지붕 위에 와 있었다. 햇볕이 마루턱에 걸려 버티고 있었다.


“할머니, 벌써 해가 우리 머리 위에 왔어요. 오늘은 좀 쉴까?”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소녀는 마루턱에 걸쳐 앉은 채로 무릎 위에 팔을 고이고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마당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에 마당을 땅강아지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 지났다. 소녀는 땅강아지를 발견하자 벌떡 일어나 땅강아지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소녀의 행동보다 땅강아지의 속도가 더 빨랐다. 땅강아지는 장독대 돌 사이로 숨어버렸다. 소녀는 장독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하다가 포기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녀는 미술도구들을 들고 나왔다. 할머니는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할머니는 소녀를 따라나섰다. 소녀는 할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할머니, 오늘 같이 갈까? 나 엄마 동굴로 갈 거야!”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리고 소녀와 할머니는 엄마 동굴로 갔다. 동굴 안에는 참 포근하였다. 오전에 해가 찾아와 동굴을 데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해도 바위산 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더는 햇볕으로 동굴 안을 채워줄 수가 없다. 소녀는 동굴의 등불을 켰다. 그리고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소파에 앉아서 스케치북을 열었다. 푸른 바다 위에는 갈매기들이 한두 마리 날아가고 있었다. 탁 트인 바다 위에는 작은 어선들이 있었다. 소녀는 스케치 위에 선을 하나 쓰윽 그었다.

할머니는 소녀가 동굴 입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동굴 안을 이리저리 살피며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에 할머니는 나무 상자 속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딸의 수영복이었다. 할머니는 나무상자에 걸쳐 앉아서는 딸의 수영복을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딸이 육지로 떠나가기 전까지는 나와 함께 바닷속을 헤치고 다녔지. 참 수영도 잘했었는데…….’


할머니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동굴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너무 할머니가 조용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 뭐해?”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는 손에 들고 있는 수영복을 소녀에게 보였다.


“그거 엄마 수영복이잖아~”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소녀는 그림도구를 소파 위에 내려놓고는 할머니에게 갔다. 그리고 할머니처럼 나무상자에 걸쳐 앉았다.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어 뭐라고 쓰고는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네 엄마는 어릴 적부터 수영을 참 잘했단다.”

“나도 수영 잘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메모지에 뭐라고 써서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네 엄마의 딸이지. 너는 꼭 엄마를 닮았어!”

“그래? 정말?”


소녀는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할머니도 소녀를 껴안으면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소녀는 소파에 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나무상자 안을 잘 정리하고는 뚜껑을 닫았다. 그리고 새로 꾸민 가구들을 하나하나를 할머니는 살피고 있었다.

그때에 동굴 아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동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자매 섬에 있는 교회의 중등부 친구들이 여러 명이 왔다.


“여기 찾아오느라 힘들었다. 이런 멋진 동굴이 있는 줄 몰랐네?”

“어머, 내가 말해주지 않았었나? 미안해~ 어서 올라와!”

“와~ 여긴 더 멋있다!”


맨 앞장서서 올라온 남자 친구가 동굴의 내부시설이 되어있는 것을 보자 감탄을 했다. 친구들도 우르르 올라왔다.


“생각보다 넓다!”

“이런 곳을 언제 꾸며놓은 거야?”


소녀의 중등부 친구들은 여기저기 살피랴 정신이 없었다.


“바닥에 앉아야겠다. 의자가 충분치 않아서 말이야.”


소녀는 친구들이 앉을 수 있도록 물건들을 치웠다. 그리고 커피포트를 끓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소녀에게 손짓을 하며 내려간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동굴을 내려와 집으로 갔다.


“그림을 그리고 있었구나.”

“응, 바다를 그리는 거야.”

“여긴 보이는 게 바다뿐이지……. 추상화를 그려 봐? 뭐라더라 초현실주의 그림이라던가?”

“뭐? 추상화?”

“있잖아~ 생각대로 막 그리는 거지.”

“난, 허망한 것을 그리고 싶지 않아~”

“어떻든~”

“왜 온 거야?”

“아참, 너랑 농구하자고 온 거야.”

“농구? 지금?”

“그래~”

“그러자~ 그림에 별 내키지 않았어.”

“가자!”


소녀는 친구들이랑 함께 동굴을 내려와 부두 쪽으로 갔다. 이미 부두에는 최 집사의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소녀는 할머니에게 교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그리고 최 집사의 배를 타고 친구들이랑 함께 자매 섬으로 갔다. 교회 마당에는 몇몇 친구들이 농구를 하고 있었다.

교회 마당에는 중등부 친구들이 남녀를 포함해서 모두 아홉 명이 있었다. 그리고 소녀를 포함해서 모두 열 명이 되었다. 다섯 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농구시합을 하기로 했다. 놀랍게도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농구를 잘한다. 아마도 농구만 했다 보다 할 정도였다. 그런데 소녀도 혼자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했는지 농구공을 골대에 잘 넣었다. 친구들이 놀라워했다.


“너,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어? 잘하네~”

“뭘? 너희들이 더 잘하잖아~”

“넌 공을 골대에 너무 잘 넣어~ 정말이야!”

“사실 농구에 대해서 잘 몰라! 인터넷으로 보고 주로 공을 넣는 것을 많이 했지.”

“그래? 어디 다시 테스트해볼까?”


친구들이 소녀에게 농구공을 주면서 농구골대에서 좀 멀리 있는 곳에서 넣으라고 했다. 소녀는 집중해서 농구공을 던졌다. 농구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농구골대 속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좀 더 멀리서 던지게 했다. 역시 소녀는 농구공을 넣고야 말았다. 친구들은 경탄을 했다. 소녀는 친구들이 놀라워하자 이번에는 뒤돌아서서 공을 넣었다.


“와~ 대단한데.”


친구들이 소녀를 둘러서서는 칭찬이 대단했다. 소녀는 민망했다. 그렇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소녀는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농구시합은 끝나고 나니 섬 목사님이 오셔서 저녁을 먹으라고 하셨다. 소녀와 친구들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몇 분의 여 집사님들이 오셔서 수제비를 해주셨다. 소녀는 친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앉아 있는데 목사님이 오셔서 소녀에게 말씀을 하셨다.


“어제는 수고했어요. 많은 분들이 너에 대해 칭찬을 많이 했단다.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면 음대를 나온 분들처럼 잘할 수 있을 거란다.”

“어떻게요? 전 할머니와 떨어져선 아무것도 못해요.”

“그래 너의 기특한 마음을 누가 모르겠니?”

“전 욕심 없어요. 그냥 제 나름대로 하는 걸로 만족해요.”

“음, 우리 금소라는 볼수록 놀라워~ 정말 하나님의 자녀야!”

“저 이만 집에 갈래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소녀는 최 집사의 배를 타고 소라 섬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홀로 방 안에서 텔레비전(TV)을 보고 계셨다.


“할머니, 식사했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소녀는 할머니 옆으로 바싹 다가갔다. 그리고 할머니의 팔을 껴안고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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