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르 센 동화 - 창작동화 편]
어느 날 무더운 여름이었다. 새벽부터 일하던 개미는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나무 가지에 앉아 열심히 노래를 하던 베짱이는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엔 개미 한 마리가 쉬고 있는 것이다. 베짱이는 개미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개미야! 날씨가 무덥지?"
나무 위를 쳐다본 개미는 대답을 했다.
"응? 베짱이 너였구나? 시원한 노래를 불러주던 이가 누군가 했어?"
"여기 나무 가지로 올라와봐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응? 거기에는 바람이 불어오니?"
"그럼! 바람만 불어오는 게 아니야. 경치도 좋단다."
개미는 베짱이 말에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고 베짱이 옆에 앉았다. 정말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와~ 참 시원하구나. 경치도 좋은데… 하지만…"
"왜? 무슨 일이 있어?"
"아니, 나는 이러고만 있을 수 없어! 일을 해야 하거든…"
"왜? 오늘 같은 더운 날에는 좀 쉬면서 일해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 가족은 엄청 큰 대가족이거든… 그들을 모두 먹여야 할 음식을 장만해야 하거든…"
"가족이 얼마나 되는데?"
"글쎄? 아마도 수 만 명은 될 거야. 우리 큰 엄마는 날마다 우리 형제들을 낳거든…"
"우와~ 대단하구나? 그렇게 많은 식구들이 살 집도 어마어마하겠구나?"
"그럼~ 집 안에는 많은 방들이 있고 먹을 식량을 둘 창고도 엄청 많지."
"대단하다! 한번 가보고 싶구나?"
"그래! 언제든지 찾아와! 구경시켜 줄게."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개미는 나무 가지에서 떨어졌다. 베짱이는 날아가 버렸다.
다음 날 개미는 다시 나무 그늘에 와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에 베짱이가 날아와 개미 옆에 앉았다.
"오랜만이다."
베짱이는 개미에게 말을 걸었다. 개미도 반갑다고 했다. 그리고 개미는 일하러 가려고 일어섰다. 베짱이는 개미 뒤를 따라갔다. 뜨거운 바람이 땅을 훑으며 지나가자 먼지가 일어났다. 베짱이는 후다닥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왔다. 개미는 개의치 않은 듯이 걸어갔다. 베짱이는 하루 종일 개미와 함께 있었다. 무거운 식량을 물고 가는 개미 뒤를 베짱이는 따라갔다. 개미집에 다가오자 개미는 베짱이에게 말했다.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겠니?"
"응? 들어가 볼까?"
베짱이는 개미의 인도를 따라 개미집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어두워 베짱이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걱정 마! 내가 꼭 잡고 안내할 테니 잘 따라와!"
베짱이는 개미의 손을 꼭 잡고 따라갔다. 이 길로 가다가 저 길로 가고 한참 갔을까? 베짱이는 전혀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깜깜한데 어떻게 살겠니? 보여야지…"
"우리는 잘 보여! 넌 눈이 나쁜 거 아냐?"
"안 되겠어! 난 나가야겠어! 너무 무섭고 힘들다."
베짱이는 나가게 해달라고 개미에게 독촉했다. 개미는 할 수없이 베짱이를 다시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베짱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크게 날갯짓을 했다.
"이봐! 개미야~ 넌 어떻게 그런 집에서 사니? 아무리 집이 크면 뭐하냐? 앞을 볼 수가 없는데 말이야!"
"하하~ 우리 개미들은 얼마든지 잘 보여! 너야말로 좋은 눈을 갖지 못했구나!"
"뭔 소리야~ 내 눈이 어땠어? 높이 날아도 땅 아래를 다 볼 수 있거든. 너야 말로 이상한 눈을 가졌구나."
베짱이는 날개를 펴고는 훨훨 하늘 높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