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생각을 담다 4편]
어느 날, 한 나그네가 우연히 그 어촌마을을 지나가다가 노인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보게 되었다.
“.........”
나그네가 호기심을 못 참고 길을 가던 한 청년에게 그 노인의 사연을 물었다.
“워낙 오래된 이야기여서 잘은 모르지만, 저분은 우리 어촌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분을 본받으려고 노력하지요.”
“그럼 저 이마의 글씨는?”
청년이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아마 ‘성자(Saint)'의 약자임에 틀림없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느낌/ 김하의 글에서>
두 형제가 남의 배(船)를 몰래 훔쳐 팔다가 들켰으나, 사형을 면하고 이마에 배도둑(Ship Thief)의 약자(ST)를 찍혀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형은 이마의 글자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죽고, 동생은 평생 ‘죄과를 받으리라’는 마음으로 마을을 떠나지 않고 봉사를 하며 살아온 노인이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그의 죄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의 헌신적인 생활을 본받기를 원했다. 아무도 그의 이마의 글자에 뜻이 배도둑이라는 것을 잊어버렸고, 그의 헌신된 삶에서 받은 뜻으로 성자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이처럼 어느 누구도 선을 행하면 절로 성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악한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참으로 잔잔히 울려오는 이야기인 듯하다. 어찌 보면, 죄 없다 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있다. ‘난 죄가 없어!’, ‘난 죄지은 적 없어!’ 이처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치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성공했다는 사람, 권력을 가진 자, 유명해진 인간 등등……. 이처럼 포장된 인간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죄가 없다고나 죄짓지 않는다고 말이다. 특히 부모가 자식 앞에서,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말한다. 언제나 아이들은 죄인이요. 가난한 자나 무식한 자도 죄인이 된다.
또한 문명이 발달한 나라나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또는 특별한 존재가 된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자신들이 의롭다고 말한다. 무슨? 문명의 가치, 학식의 가치, 신분의 가치....... 이러한 가치를 선하고 의로운 것으로 인식하도록 가르치면서 순종과 복종을 은근히 강조한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선을 포장하여 악을 키우고, 의를 가장하여 악행을 즐긴다. 무식은 죄요, 빈곤은 죄요, 천민은 죄라고 생각하게 되어, 배우고 소유하고 지배하고자 노예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배도둑인 두 형제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형은 죄책감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고 죽고, 동생은 속죄하는 길을 걸었다. 이것이 인간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이런 근본조차 없는 인수(人獸)들이 세상을 날뛰고, 활개를 치니, 어찌 세상사 태평(太平)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만 살아도 세상 사람들은 성자라고 말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죄가 크고, 중해도 하늘 아래에서는 매일반이지 않겠는가? 가장 악한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거짓을 말하고, 개인의 자유와 인격을 빼앗고, 파괴하는 자들이 아닌가?
치매로 인해 제대로 사람구실을 못한다 하여도 그의 이성이 파괴되었을 뿐이지, 그의 영혼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가? 그러므로 치매로 사람구실을 못한다고 해서 짐승처럼 취급하거나 하찮게 여겨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반드시 하늘로부터 저주를 받거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짐승도 그들끼리 멸시하지 않는데, 어찌 이성을 가진 인간이 인간을 멸시하는가? 그것이 근본적 악인 것이다.
나는 보았다. 치매 초기인 남편을 방문한 부인의 친구가 그 남편에게 술집 마담처럼 매우 깍듯이 예를 보이며 구십도로 절하며 왕처럼 대접을 하니, 치매로 혼란스런 남편은 그훗날에 아내를 함부로 대한다고 폭력을 했다. 그러자 즉각 경찰을 불러 끌고갔다. 그후에 치매로 병원으로 후송후에 요양원에 강제 수용시켰다. 결국 치매로 남편은 집에 돌아기지 못하고 말았다. 이는 치매로 이성이 손상되어 결국 실수를 하게 만든 악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