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정서 Jan 02. 2024

스물한 살 과외이야기와 고객분석

스타트업 기초 4편-고객과 사용자는 다르다

[스물한 살의 과외 이야기]

스물한 살의 일이었다.

나는 지겨웠던 수험 생활을 끝나고 과외를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를 정시 원서로 쓴 상태였고 1차를 붙었었던 만큼 나름대로 가르치는 것에 흥미가 많았다. 나는 과외를 구하기 위해 구인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이력, 대학, 나이를 위주로 구인글을 썼었다. 그러나 치열한 과외시장에서 나의 글은 어떠한 학부모의 심금도 울리지 못했다.

그렇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하고 있을 때쯤 나는 글의 형식을 바꿔보기로 했다.

장문으로 글을 썼지만 대충 이러한 형식이었다.

"저는 전교 230등에서 3~4등까지 올린 경험이 있어요. 애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도 잘 풀리지 않는 기분을 저는 알아요. 저도 하위권이었기 때문이에요. 그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고,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잘 알지 못해서이고 동기가 부족해서예요"라는 말을 구구절절하게 썼다. 마지막에는 감동적인 멘트 한 줄까지 잊지

않았다. 그러자 갑자기 학부모들에게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내 솔루션에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린 탓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한 달 만에 고3과외생 3명을 맡게 되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승승장구해서 끝까지 모두 함께 했었으면 좋았겠지만, 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은 한 달 만에 등급이 5등급에서 2등급까지 올라서 나와 수능을 끝날 때까지 함께했다. 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내 솔루션의 사용자인 그 세명은 모두 공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는 가지고 있지만, 그 의지가 크지 않았다. 실은 심리적인 의무감이 더 컸을 것이다. 그들은 학생으로서 과외 선생인 나에게 잘 가르치는 능력도 물론 기대했겠지만 적당한 유머감각, 재미, 쉬운 난이도 등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외를 맡은 시점엔 수능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다가

노베이스 상태여서 내 마음은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많은 양의 과제를 내주었다. 그렇게 두 명은 빠르게 나가떨어졌다. 내가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니즈만을 생각하고 실제로 내 솔루션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탓이었다.


[고객과 사용자는 다르다]

위의 과외이야기에서 보았듯이 고객과 사용자의 니즈는 다르다.

이는 과외뿐 아니라 물건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유무형의 시장에서 적용된다.

고객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돈을 내는 사람이다.

사용자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고객과 사용자가 동일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무더운 여름날 마트에서 물을 사 먹는 경우) 위의 과외 이야기의 경우와 같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반드시 고객과 사용자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고객만을 고려하거나 사용자만을 고려하다가 망했다.

군대에서 나온 비빔소스도 이러한 경우다. (낮은 단가, 높은 보관성으로 군대 측의 마음은 사로잡았지만, 병사들의 마음은..) 사실 요즘 군대엔 비빔소스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비빔소스 이야기 아니, 나의 과외 이야기로 다시 한번 고객과 사용자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