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생각]
이것도 저것도 다 내 것이 아니다. 사람은 오롯이 자신의 몸뚱이 하나의 상태로 이 세상에 태어나 다시 홀로 간다. 그걸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적용해 보는 행동파였다면 스트레스 관리가 수월했을 수도 있다. 아직 어린것인지 성자가 되지는 못할 상인지, 못되게 군 사람까지 용서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사실, 인간다움 안에 있는 정도도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지금의 내가 이해한 것은 세상은 흑과 백, 빛과 어둠처럼 이분법적인 것이 아니라 스텔라장의 <빌런>이라는 곡처럼 세상에는 흑과 백 사이 어느 것 하나 이쪽이라고 분리할 수 없이 수많은 무채색이 존재한다는 것, 그걸 빗대어 사람을 본다면 완벽히 선하고 악한 사람은 없다는 것 정도였다. 이렇게 반듯하고 이성적인 생각을 정리하고 있노라면 반문하듯, 이전에 마주했던 것들이 종종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서 한껏 지겨워한 후 눈을 뜬다. 이 행동은 사실 내가 괴로웠던 이전 기억들이 떠오를 때면 나를 지기키 위한 내 몸의 반사신경과 같다.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검은색 화면이 마치 생각이 꺼졌다는 인상을 갖게 된 탓인가 싶다.
생각은 모두 내 것일까? 내 뇌가 보여주는 것들은 각종 걱정거리, 고민과 불안에 의해 파생될 수 있는 것들은 가정하는 것일 뿐 실제로 일어날지 아닐지는 모를 생각들이었다. 일어날지 아닐지 모를 생각에 불안에 휩싸여 불안해했고 초조해했다. 그러다 생각하면 당연하다는 듯 불안한 상태에 빠지는 행동반복에 의문이 들어, 이것저것 찾아보니 뇌는 이전부터 인간들이 생존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도록 알람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아, 얘는 할 일을 착실히 할 뿐이구나.'
이게 뇌의 활동에 대한 인상이었다. 현재 불안으로 여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타격을 크게 받은 것도 맞고 알람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용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도 잘 알지만(-물론 나도 그렇다) 이 시스템은 다변화되고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나를 위해 최선의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내가 받은 느낌은 그랬다.
지금의 내가 내릴 수 있는 답변은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 내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생각은 머릿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둥둥 떠다닌다. 그중 하나의 생각에 몰입하면 너무나도 쉽게 그것이 내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다들 비슷한 구조로 고민에 빠지지 않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너무 익숙했기에 모든 것이 다 내 생각이라고 확신해서 나를 더 괴롭게 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내 생각이라 이리저리 다니며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이 가장 이성적으로 결단을 내리는 거라며, 어른의 행동이라며 갖가지 이유를 내게 들이밀면서 모든 것을 붙잡고 있었다.
진지한 생각이라고 부르며 불안을 붙잡는 행동에 빠지지 말자. 생각을 하고 있는 도중에 세 발자국 뒤로 가 생각을 입체적으로 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이걸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 아닌지. 이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이었고 이 정도 깊이까지 볼 필요가 있는지.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지 아니면 차례차례 관람하는 미술작품처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지.
내 뇌는 불안, 위기, 위협 등에 대해 반응해서 적절히 예시사항을 나한테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까지나 이것도 내가 붙잡는 거지. 기호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내가 허용한 상상이다. 포토샵처럼 레이어가 있어 실제로 거리가 더 있는 상황임을 인지하는 연습이 지금의 내한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