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각자 고군분투 중

[메모장 생각]

by Pabe
[그림-Pabe]


연결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들이,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고 하는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내려간다. 그게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뉴스들이든 SNS에서 개개인 겪은 일들이 온갖 자극적인 얼굴을 하고 있어도 그건 그런 이유가 있노라고.


어릴 때에는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단순했다. 그 이유에 반문하면 너무나도 명확히 좋은 대학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좋은 대학은 좋은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삶은 역시 수학처럼 답이 따박따박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건 바람이었다. 사실 그렇다. 세상에 태어난 순서의 차이일 뿐 매 해마다 새로운 나를 만나고 그 나이가 되어본 것도 처음인데 삶에 명확한 답이 존재할 거라는 건 이상향을 쫓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명확한 답이 있어서 그대로 살기만 한다면 정말 정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게 이렇게 어지러운 것보다 나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는 것이 훨씬 편할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수많은 '나'들은 그 답이 하나의 예시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았기에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애써 모른 척 연기하기에는 인생에서 너무나도 큰걸 강렬하게 봐버렸다. 깨달음에서 오는 충격, 허무, 혼란은 오롯이 개인이 짊어지고 답을 새롭게 정의 내려야 한다. 지금이 그 순간 안에 존재하고 있고 그 안에 내가 있다.


시끌벅적하고 다사다난한 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복잡한 감정이 마음에 차올라 출렁거린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 채 물음표만 한가득 품어낸다. 누군가는 내게 그랬다. 이만큼 혼란하다면 정론을 말할 것이 아니라 똑같이 혼란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고. 심각성이 커질 때로 커져야 그제야 안건으로 삼는 것이 인간이라고. 일리가 있다고 머릿속에서는 이해가 되나 또 동시에 묘한 감각이 함께 한다. 어디 한쪽으로 뾰족한 감정이 아니라 애매모한 감정 덩어리들이 몽글몽글 거릴 뿐 이 이상 혹은 이 이하의 운동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 걸까. 되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할까. 있기는 했으나 지금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무언가 꼭 되어야 하는 걸까. 다양한 방향에서 생각들이 뿜어져 올라온다. 답은 없다.


나는 과연 어떤 답을 내리게 될까.

나는 알을 잘 깨고 나왔을까, 깨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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