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생각]
풋내기 어른. 풋어른.
이 말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지 않을까. 모든 걸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들였다. 이게 맞는 거야. 저게 맞는 거야. 그런 말들에 나름의 사유로 신뢰를 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보내왔고 그 시간들이 필요한 때였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어수룩한 느낌은 어째서인지 지울 수가 없다. 나이만 먹고 나는 성장을 하지 않아서인 걸까. 나는 아직도 어른 같아 보이지 않다.
처음 어른이라는 나이를 마주했을 때 다들 술을 마실 수 있다며 들떠하는 모습들을 보며 술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저 신기하게 쳐다만 봤다. 그래도 떡국으로 조금 더 어른이 되길 바라던 어릴 때보다는 달라지는 것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다. 그럼에도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 하나를 그래도 생각해보라고 한다면 요 며칠 구슬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에서 카페 테이크 아웃 잔 가득 담아주는 걸 살 수 있게 된 것 정도가 나를 기쁘게 했다. 구슬 아이스크림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언니를 따라 수영장을 갔을 때 맛본 것이 가장 강렬한 만남으로 자리 잡혀있는 게 다였는 데 이제는 그걸 사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어린아이가 커서 20살이 넘었고 구슬아이스크림 특유의 식감에 기뻐한다. 어린애 같다.
이따금씩 길을 걷다 보면 길에 보이는 사람들 중 어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저 사람들도 모두 아기였을텐데. 그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린아이가 커다란 양복과 가죽가방을 들고 지하철로 들어간다. 화려한 큐빅이 박힌 옷에 화려한 무늬가 수 놓인 바지를 입고 화장을 진하게 한 아이가 지나간다. 누가 들어도 무거운 택배를 이고 지고 아이가 배달을 한다. 손님 줄 거라고 아이가 커피를 내리는 것에 정신이 없다. 자기 집 앞마당인지 어디서 인지 모를 나물을 따와 손질하고는 사용감이 있어 보이는 바구니에 정리하고 있는 아이가 길가 모퉁이에 앉아있다. 그렇게 보면 모두 모두 신기한 아이들이다.
그런데 가끔 어떤 이유로, 어떤 영상으로, 어떤 글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건 아마 내가 아직은 그것에 다다른 사람은 아니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마음을 먹어야 하기도 하고 또, 이렇게 아닌 이유를 찾아 헤매어서 인가 봐.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충만한 감정과 동시에 물에 퉁퉁 불어 터진 것 같은 내 마음이 그렇다.
아,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주고 싶었나 보다. 나는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