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①

[메모장 생각] 엉뚱한 생각

by Pabe
3.jpg [그림: Pabe]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이 마음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근접하다고 할 수 있는 문장하나 쓴다면 이것이겠다. 가장 큰 반감이 나올 수 있다. 내 가족, 친구, 지인들 모두 인간이고 하물며 너 자신도 인간인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냐는 질문. 그런데 이 질문의 방향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에서 온다. 그러면 또 누군가는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한 타인이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쎄, 그것 또한 답이 아니다. 어째서 이 엉뚱하기만 한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걸까. 이것도 알 수가 없다.


대단한 위인들의 삶을 찾아보면 조금 다를까?

위인들이 했던 명언들은 나도 근사하다고 생각했었다. 영화 속 위인의 모습을 보면 마치 나도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인생의 방향에 대하여 깊은 고찰을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 이유는 해당 시대 속에 있는 인물의 모습과 말과 상황과 배경음악이 그 모든 걸 고취시키기 충분해서였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약간 뿌듯한 마음. 그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명언을 한번 써보기도 하고 행동으로 옮겨봐도 달라질 건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고 명언도 나의 인생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명언은 그 말을 뱉은 사람이 한평생을 붙잡고 살았던 문구였기에 나한테는 맞지 않았던 거였다.


그런데 그 정도로 그칠 수 있는 문제였을까?

유튜브에서 위인들의 이면에 대하여 설명하는 동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위인이기에 특별히 더 대단한 인성을 갖추고 있을 거라는 무의식과 충돌하여 간극이 커진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어디까지나 업(業)에 대한 적(績)이니 한 개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업적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하다.


잠에 대한 뇌과학적 견해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알게 된 하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한 위인은 잠을 길게 자는 롱 슬리퍼였지만 한국에서 잠이란 적게 자고 일을 많이 할수록 미덕이기에 위인전에서는 해당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반짝하고 나왔다. 어째서 이런 이야기는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되는 걸까. 무언가를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내 잘못일까? 아니면 밝혀지기까지 시간의 차이를 두고 늦게 따라오는 그런 거였을까 또 아니면 시대가 그런 이야기를 원치 않는 탓일까.


신기한 점은 내가 어떤 환경과 어려움에 놓여있어도 위인들은 그 나름의 이야기를 들고 와 이야기를 건네왔다. 어쩌면 그리도 내 마음에 와닿는 말을 전하는 걸까. 그는 마치 나를 알기라도 하는 듯이 시기적절하게 찾아와 가장 필요한 말을 보여준다. 과연 그건 정말 그일까. 그의 말은 어디에서 온 건가.


나는 진짜 그들의 삶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날에 무슨 일을 계기로 느낀 감정에 빠진 그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하나의 파편에 지나지 않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마치 소설 같았다. 어린 내가 본 책 속 인물은 그저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편집된 신의 형상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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