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생각]
마음이 우울할 때는 마치 내가 물속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우울에 허무가 더해지면 빛조차 들지 않는 깊은 곳까지 천천히 가라앉는다. 이 순간에 의지를 불태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나는 지금 물 속이니까.
때때로 무엇인지 모를 것을 찾다가 의미 없는 행동이라며 씁쓸해했다가 무엇인가 어렴풋 한 기억 한 조각이라도 찾으면 그 기억에 푹 빠지기도 했다. 또 때때로 이게 다 무엇인가 싶었다. 어떤 기억은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으로도 괴로워 고개를 가로저으며 지겨운 기억이라며 잊으려 애쓰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는 물과 닮아갔다. 먹먹하고 눅눅한 것이 몸에 스며들어서 몸이라는 무게마저 버거운 감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한 번씩 몸을 움직였다. 거창한 목표, 기대감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조금 차오른 에너지를 이럴 때 쏟아 붙고는 했다.
어느 지점이 되어서야 이런저런 마음이 다 정리되고 이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되었다. 그게 새로운 나라는 거였겠지만 그게 영화에서 자주 그려지는 인물들의 성장 이후 오는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게는 그리 기쁜 건 아니었다. 조금은 씁쓸하고 낯설었다.
그래도 마음의 짐 같은 걸 덜어내긴 했으니 조금 가뿐한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울은 물이라서 쓸려나갔다가도 언제가 다시 되돌아오기도 했다. 처음에는 끝이 느껴지지 않는 그 순환의 고리가 당혹스러웠으나, 그나마 다행은 내게 정리할 시간을 내어주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떠나갔다.
왜 다 품 안에 들고 있으려고 했을까. 이 마음도 왔다가 갈 수도 있는데.
선택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선택의 어려움이 생기는 세상에 살아서인지, 이것도 저것도 중요하다고만 배워서인지 나는 엉성한 것마저도 마음 안에 꼭 쥐어두고는 내려놓을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거 같다. 무거우면 손에 쥔 걸 내려놓아도 괜찮은데. 머릿속으로 찰랑찰랑 빛을 내며 움직이는 물결이 떠올랐다. 한 곳에 묶어두었던 마음을 떠나보냈다가 언젠가 오면 오는 대로 왔구나 하는 연습이 내게 필요했다.
마음이 힘들거나 문득 떠오른 기억들로 또 하염없이 떠밀려갈 것 같을 때 흘러가는 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마음도, 기억도 그로 인한 잡생각들까지도 흘러가라고.
물이 무서워 허우적거릴수록 몸은 가라앉는다. 반대로 몸에 힘을 빼고 누우면 두둥실 떠오른다. 마음도 그런 것 같다. 매 순간 태어나 출렁이는 마음에서 헤엄치는 게 인간인지도 모른다. 일부러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물에 비유하는 것이 많은 건 마음도 수영하는 법을 배워야 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