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얼 찾고 싶은 걸까

[메모장 생각]

by Pabe
1.jpg [그림: pabe]

우울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우울이란 이름을 가진 자의 경향성이 알려지고 굳혀져 우울일까. 그게 무엇이든 먹먹하고 눅눅한 감정이다. 허무가 우울과 함께 한다면 나는 저 아래로 나를 뉘인다. 평범하게 웃고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나는 저 밑에 새우잠 자듯 비스듬히 누워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엉망진창이어도 뱉어내고 난다면 후련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이따금씩 내가 이 우울을 가질 만한 인간이도 되는가, 함부로 단어를 가져다 쓰는 게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까지 밀려왔다. 몇몇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다 보면 과연 내가 그래도 되는지에 대한 생각에 또 괴로웠다가, 또 한 번은 그들이 무슨 죄로 나와 비교 대조군이 되어야 하는가 하며 무례함의 끝을 달렸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확실히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낌새를 처음에 몰랐던 것이 아니었지만 구태여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와 같을까?"

"아니, 그때의 너와 지금의 너는 다르지."

알고 있지만 되물어본 이유가 현실감을 느끼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이전의 내가 그리워서였을까. 이전의 내가 알던 나와 극명하게 달라진 나를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건 너무 낯선 거였다. 나인데 내가 낯설다니. 너무 낯설어서 한 번씩 고개를 밖으로 빼어 나를 보고 있노라면 그건 어두컴컴했다. 너무 아래에 있는 나를 보면 형체도 불분명해서 그게 나라고 인식되기까지가 몇 날며칠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애를 쓰면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마음에 소용돌이가 치고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번개가 내렸다. 나는 그곳에서 무얼 찾겠다고 마음 한편에 있는 집 밖으로 나와 이곳저곳을 뒤젹여대었다. 지치고 버거운대도 놓을 수가 없었다. 그게 우울을 불러오고 조금 더 있으면 허무를 불러온다는 것 또한 알았지만 이곳저곳을 헤짚었다. 나 또한 내가 무얼 찾는 것인지 모른 채, 끝끝내 우울과 허무를 마주해 버려 진이 빠져버렸지만 또다시 시간이 오면 찾으러 밖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없다. 대체로 그렇다. 그래도 이따금씩 잊었던 기억이나 감정 같은 걸 찾아낼 때가 있다. 그걸 다시 깨달았을 때에는 먹먹한 마음이 그제야 비를 내린다. 나는 내가 얼마나 나를 내버려 두었는지, 얼마나 많은 부분을 허용해 주었는지를 보았다. 이만큼은 내가 해내야지. 해야지. 이걸 내어주고 저것은 꼭 지켜내야지. 입씨름도 필요하면 해야지. 그게 어른이니까. 무언가를 가늠하고 어른인 양 구는 동안에 보지 못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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