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소리 없는 아우성

[어른이도 찡찡대고 싶어요] 공기로 흩어질 말

by Pabe
인간관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아유, 우리 선생님 저 A와 B사이에서 힘들겠다."

입사 초반 한 선생님의 말을 듣고 너무 의아하여 품어두었던 말이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유독 빛나던 그 말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 위에 뜨는 기름처럼 시간이 지나도 그 말은 섞이지 않고 존재를 뽐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모두 비우고 나 혼자 있었을 때 선생님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신경전이 있어 그 사이에 들어온 사람이 힘들 것 같아 안타까움에 한 말이었다.


말의 뜻은 알겠지만 의문이 드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었다.

"둘이 잠시 이야기할 게 있으니까 문 닫고 나가 있어봐."

하루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부서에 가니 나가 있으라고 하며 둘이 이야기할 때도 있었기에 오히려 맨 마지막에 들어온 나를 경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의문 투성이었다. 역시 사람 3명이서 짝을 만든다면 한 명은 홀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별 수는 없었다. 모르는 것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렇게 큰 영향이랄 것도 없었기에 삐그덕 대는 모습에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맡은 일을 할 뿐이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신경전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많았다. B는 내게 A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건네며 한풀이를 했다. A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이 부서에 먼저 들어와 일했던 B는 경력이 많은 A에 대한 설움이었는지 스트레스였는지 모를 말을 하루에도 여러 번 이야기해서 불편했다. 솔직히 내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내가 왜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 업무 설명을 하다가도 어느새 그 사람 이야기를 하던 그는 혼자서 끙끙 앓다가 다른 사람에게 뱉어내는 것으로 하나의 방법을 찾은 사람 같았다. 하지만 어물쩍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고 해도 그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 B가 이야기를 다시 되돌리면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이 상태가 어렵다고 한다면 어려웠다.


그때의 그 사람을 표현해보라 한다면 마치 불이 붙은 뜨거운 공을 들고 있는 사람 같았다.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다시 왼손으로 옮겨야 그 찰나에 불에서 벗어나기에, 온전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심신이 지쳐버린 사람이었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 조금씩 거리를 좁혀 그 공을 내게 건네고 있었다. 어쩌면 멈출 줄 모르고 쏟아내는 행동이 그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가 가지고 있던 무게감을 줄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와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다른 사람이 봐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한참이 지나 B가 회사를 나갔다. 그의 의지였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인수인계를 하면서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털어낸 그 사람은 짐을 덜어낸 만큼의 공간에 평온함을 담은 것 같았다. 퇴사 전, 퇴사 후라는 둘 사이의 간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생히 봤음에도 나는 그대로 자리했다.

돈을 벌 나이, 사회초년생의 사회생활에 대한 열망 등 나의 현실과 이상이 합의된 결정이었다.


그 공은 내 손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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