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그건 연예인병 아닌가?
점점 상태가 더 나빠졌다. 휴학한 기간에 걷는 것이 힘들고 숨 쉬는 게 어렵다고 느낄 때쯤 자다가 깨기를 수십 번 깨어났다. 구토감이 일었다. 너무너무 두려웠다. 미국에서야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토를 했다면 내 정신은 너무 또렷했고 토가 올라올 듯 말 듯 일렁거리는 몸이 너무 무서웠다. 감각이 예민해지자 벽에 걸린 시계가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 또렷하게 느껴졌다. 부담감에 식은땀도 줄줄 흘렀다. 변기를 붙잡는 법도 모르는 데 내 속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20대가 되기 전에 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나름 튼튼한 신체를 가졌던 사람인지라 이 모든 게 너무 갑자기 일어나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음을 다잡고 변기를 붙잡아 보기도 했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 온갖 예민한 감각을 다 느낀 후에야 게워냈다.
좀 더러운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말해보자면 쏟아지듯 나오는 토를 하면 코에서도 토가 흘러나올 수 있었다. 물론 안다고 해서 나오고 있는 토를 멈출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잘못된 출구로 진입했다는 점만 정보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한 번에 시원하게 끝나지 않았다. 입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란 걸 알고서 다음 날 토를 하게 되었을 때는 더 겁이 났다. 이건 해봤다고 익숙해지는 게 아니었다. 코로 나올지 복불복이지만 다 떠나서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고 난 후에는 초조한 마음에 거실을 서성거렸다. 물론 토하기 1초 전이면 어김없이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빨리 갔으면 좋았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무한한 신뢰를 가진 젊음이라는 건강 보증수표에 나도, 몇몇 방문했던 병원에서도 진실을 비껴갔다. 간혹 지금도 엄마와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참 이상하지? 그래도 병원에 왔는데 한번 보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근데 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젊은 사람이라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면 괜찮은 거 같긴 했어. 근데 그러면 미국 간다고 학교 앞 병원에서 건강검진한 거에서는 왜 아무 말이 없었을까?"
"그 정도의 검진은 아니었나 봐. 기초적인 부분을 검사한 거지. 문제가 있으면 이것저것 검사를 더 하니까. 아니면 그날은 수치가 정상수치에 속해 있었을 수도?"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알 길이 없는 일을 결국 똑같은 결과의 생각으로 끝나도 묘한 의문은 쉬이 가라앉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이 대화는 그날의 충격을 시간이라는 품을 들여 토닥이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확장이전이 끝난 으리으리한 병원에서 나는 목에 초음파를 하고 신장을 재고 피를 뽑는 등 검사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는 그간 겪었던 일들까지 다 이야기하고 나자 병을 확정받았다. 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었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로 내가 나를 공격하는 병이란다. 수치가 높은 상태로 여기서 더 갔으면 병으로 인해 눈이 튀어나오는 일도 일어날 뻔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병원에서는 약간 어벙벙해서 네라는 단답의 답변을 시원하게 하고 와서는 괜히 거울 앞에 앉아 눈을 요리조리 쳐다보고 손을 얹어 눈의 돌출 정도를 어림해보기도 했다.
이 단어를 접한 건 몇몇 연예인들이 겪은 병이라는 것이었다.
'밤낮없이 일하고 잠자는 시간이 제각각으로 바쁜 연예인들이 몸 상태가 나빠져서 걸리는구나.'
의문이라면 연예인들처럼 일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걸릴 줄은 몰랐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으로 증상이 뭔지 약을 얼마만큼 먹어야 하는지 들었지만 더 자세한 이유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폭풍검색을 했다. 영상도 찾아보고 블로그 글도 검색해 봤다. 심한 상태의 연예인은 병에 걸리기 전과 후에 차이가 보이기도 했다.
연예인=갑상선기능항진증=별=나
'아, 나는 별들이 걸린 것과 똑같은 것에 걸렸으니 나는 대단한 사람인가 봐.'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생각의 흐름이 그렇게 흘렀다. 어쩌면 그러려고 애쓴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모두가 입을 모아 빛나는 20대라고 하는 시간에 나는 젊음이라는 것에 모든 걸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걸 첫 증상발현일로부터 약을 끊은 지금까지 약 10년이라는 시간이라는 품을 들여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