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사회초년생은 열정이 만땅입니다
일을 배우면서 하는 모든 시행착오와 실수들이 존재해서 아직 놓지 못한 완벽주의에 이따금 눈썹을 찡그리기를 몇 번 했었다. 할 일은 태산이고 일은 쳐내면 또 새로운 일들이 물밀듯 들어와 특유의 버거움에 한숨이 나오기도 했고, 급작스레 시간제한이 걸린 일이 들어와 하루 일정을 온통 흔들어 놓기도 해서 부담감에 한 껏 예민해지기도 했으나 결국, 끝을 낼 수 있었다. 매번 허덕이는 업무였지만 업무는 늘 많고 쳐내기 버거운 것이라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면 일 그 자체는 더 이상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회초년생다운 열정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때에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가득했다.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할당받은 업무 외에도 나 스스로 생각하고 필요한 것들을 제작했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 일어난 문제들에 대한 데이터들을 업무가 끝나기 전에 정리해서 앞으로 필요할 것들을 생각하고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들어냈다. 그 결과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안내서가 되기도 했고 보다 효율적인 일정조율을 돕는 플래너가 되기도 했으며 콘텐츠 학습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한 교육용 PPT 템플릿이 되기도 했다. 그걸 쓰고 좋았다는 후기를 듣거나 이전보다 감소한 전화업무량을 확인했을 때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나는 사회초년생 치고 근사한 일을 스스로 생각해 제작해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였다는 것에 나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대견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 아주 근사한 사람이었구나."
내가 나를 오롯이 인정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한국 특유의 성향을 생각하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늘 모자란 점과 아쉬운 점들만 생각에 맴돌았기에 괴로웠다. 머릿속은 온통 보완 방법에 매달렸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만들어 내고 나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업데이트를 주기적으로 해서 이전 결과물보다 좀 더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핵심은 누가 날 알아주려나 하는 기대감이 아니라 타당한 데이터를 통한 필요할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이 늘 기준이 되어주었다.
"코로나로 업무마비가 올 정도였는데 언제 이런 걸 만들어냈어."
"그냥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들었습니다."
콕 집어 나의 노력을 바라봐준 분도 계셨다. 그때 나는 그분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건넸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기쁨, 대견함 같은 게 눈빛에서 빛나던 그 순간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분이 자료를 바라볼 때 그분의 눈을 쳐다본 건 조금 씁쓸한 이유가 섞여있었다. 회사에서는 좋은 말도 표정을 보면 이게 빈말이라는 것이나, 당장에 내게서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포장된 표정들을 보고 나면 진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다음을 위한 방어를 위해 제일 먼저 작동한 레이더이기도 했다.
사회생활에서 일로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나름의 최악의 것들을 뒤집을만한 최고의 것, 때 묻지 않은 말투와 표정, 진중하게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을 늘 바랐다. 좋은 점들보다 안 좋은 점들에 잘 흔들렸다. 당장에 어떤 사건에 대하여 든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생각보다 늘 앞서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은 너무나 쉽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인내심이든 무슨 마음이든 다 꺼내어 쓰고 나면 긍정은 부정을 온몸으로 견디며 위로 올라가 붙잡아야 하는 것이었고 매번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매번 긍정 쪽으로 향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 되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볼 수 있는 못 되고 못 난 사람들을 닮고 싶지 않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부정은 긍정보다 쉬운 선택이라는 것을 알기에 너무 손쉽게 부정적인 것을 학습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예민함을 한 껏 쏟아냈고 경계했다.
시간이 흘러 내 터질 듯한 고민은 함께 일한 근사한 선생님들과의 대화에 올랐다. 사실, 모두가 같은 생각에 고민하고 흔들리고 있었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곳에서의 장점과 단점 중 장점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디오북 녹음&편집: Pabe
배경음악: Youtube Music, The Gentlemen-Div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