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설늙은이] 나아가기 위해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나로 받아드리는 지점이 비슷하게 놓인 뇌 구조를 보며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절제없는 감정을 쏟아내었기에 조금은 둘러 갈 필요가 있었다. 이 생각이 엉뚱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필요를 깨닫게 되었다. 나를 먼저 다스리려면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보일 때 조금 가다듬을 필요가 있었고 나에게 하는 행동보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친절이 조금 쉬운 법이니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행동부터 인지하고 제어하는 연습을 했다. 그게 얼추 되기 시작했을 때에야 나는 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것조차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의 상태인지 나조차 나의 상태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 또 한편으로는 정신상담과 관련된 일반적 시선 같은 게 주춤하게 만들었고 또 나는 나에 대한 설명을 해줄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상태로 머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싹을 틔웠다. 병원보다는 상담센터를 방문해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병원을 갔다가 약을 처방받고 싶지 않았던 것이 컸다. 약이라면 끊어낸지 얼마되지 않았고 지겨운 초조함을 버텨가며 약을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저는 저를 잘 아는 사람이고 싶은 사람입니다. 진지하게 오랫동안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써봤어요. 그런데 이런 건 내가 아는 나와 제3자가 보는 나 혹은 내가 아는 나라는 것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구요. 성인인 분들 중에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상담을 받는 분들이 계신가요?
-상담센터 상담문의 문자 중에서-
어떤 여력이 채워진 덕에 바로 상담을 예약했고, 내가 가진 감정에 대하여 종이 한장에 빼곡히 써서 들고 갔다. 준비하고 나가는데 문득 센터에 가서 울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성과 논리만이 길잡이었던 나는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던 감정들을 말로 채 뱉기도 전에 눈물을 쏟아냈다. 너무 지쳐버린 탓에, 너무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너무 바쁜 일상과 한계점을 넘어서버린 인간관계 그리고 온갖 병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 버거웠다. 다시 털어내고 일어나려 했던 나름의 노력도 계속해서 나를 소모해가고 있었던 거였고, 길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다시 일어날 수 없었던 상황에 나는 놓여있었던 것이었다.
20대에 아팠는데 30대가 되자마자 또 아프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나는 또 아플 것이다.몸과 마음이 가라앉는데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가기가 버겁고 무겁고 힘들다. 그 정도는 아닌데 관성적으로 스트레스 받았던 이야기를 뱉어내고 만다. 그 정도로 힘들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이야기한다고 해서 개운해지지도 않는데. 뒤돌아서면 이전 기억들이 떠올라 얼굴이 찡그려진다. 지겹다. 지친다. 허무하다. -그때의 생각-
터져나오는 눈물을 애써 진정시키며 나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종이를 내밀었고 천천히 내가 가졌던 부담, 불안, 허무 같은 걸 뱉어냈다. 약 1시간 가량의 상담을 마치고 나온 나는 좀 더 나아진 기분을 가질 수 있었고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되돌아가는 길이 경쾌했다. 몇차례의 상담을 받으며 그간 가졌던 감정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사회적 기준에 집중하는 동시에 나라는 존재, 내가 하고 싶은 것에 관심을 갖는 그런 사람이었고 자신만의 세계관이 명확히 잡혀 있는 매력적인 사람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관심을 쏟는 비율이 모호하게도 5:5였다가 6:4였다가 했기에 무엇 하나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누가봐도 괜찮다고 하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을 때는 안정적인 회사라는 타이틀에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이것을 기반삼아 성장할 나를 상상하기도 했고 그래서 열정을 쏟아낼 수 있었다. 스스로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하며 성장하는 것에 행복했지만 동시에 어떤 잣대들에 스스로를 옥죄어 가며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인내라고 하는 것에 총량이 있다면 나는 내 몸이 망가져가면서도 최선과 최고의 노력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쏟아내고 나서 찾아온 허무함과 번아웃에 움직일 수 없었다. 한번씩 상담을 받으며 느낀 것은 나는 나를 정말 모르고 있었던 점이었다. 내가 나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의 다른 이면을 생각해 볼 질문들을 받았다.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그 여운을 다시금 생각하며 남은 하루를 보냈다.
공허함과 허무함 안에 열심히 했고 대단했던 내가 있었다. 나는 늘 나의 부족한 면만을 보며 영영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껴왔었고 무언가 나를 대변하지 않은 채 온전히 나라는 인물만을 올려놓는 것에 두려웠다. 고민도 많았고 부실한 부분만을 보고 있었다보니 내가 잘하는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제가 아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자기만의 세계관이 잡혀 있는 아이였어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이랑 생각을 가진 친구였어요. 또래 애들이나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들 모두 봤지만 그 친구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 친구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아이였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나만의 세계관이 갖춰진 사람으로요."
"음, 타인의 멋진 모습을 발견할 줄 아는 것도 대단한 거 아닐까요?"
세계관이 탄탄한 친구 같이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나는 그런 걸 볼 줄 아는 것도 재능이라는 말에 탐탁치 않았지만 나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기에 새로웠다. 걸핏하면 나의 다른 면에서 벗어나 또 부족한 면을 보고 있으면 그것의 뒷면을 생각해보게 했다. 확실히 제 3자가 보는 나와 내가 오해하고 있는 나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에는 차이가 너무 커 있었다.
오디오북 녹음&편집: Pabe
배경음악: Youtube Music, The Gentlemen-Div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