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그와 나의 거리는 33걸음이었다.
그가 걸어가는 길을 길잡이 삼아
나는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뒤따라 걸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당연했기에
그저 삶이 이런 건 줄 알았다.
수많은 사람들 중 일부는 앞서가는 걸음의 차이를
보다 빠르게 좁혀간다는 걸 알았음에도,
나는 내 삶도 다수 중 하나처럼 될 거라 믿었다.
생각해보면 그도 일부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고등학생, 성인이 채 되지 못한 시절,
그의 어머니는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셨다고,
내가 처음 기억하는 순간부터 들어왔었다.
그는 그때 , 지금의 나와 같은 기분을 가졌을까.
어쩌면 그는 나보다 더 큰 슬픔과 허탈함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는 “성인”, “내 삶을 책임진다는” 뜻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순간,
그의 걸음을 멈추는 모습을 마주했으니까 말이다.
33걸음 함께 있는 동안에는 크게 생각해본 적 없는 차이였다.
그의 걸음이 멈추고 난 뒤에는,
내가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방울 소리기 되었다.
앞으로 한걸음 더 걸어가면 그가 나를 처음 만난 순간에 내가 자리 잡게 된다.
그 사실을 떠오를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을 마주한다.
여전히 그가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기분인 걸 알기에
그 기분에 아버지와 나를 묶어둔다.
33살 나와 내 아버지의 나이 차는 내가 살아갈 수록 좁혀질 거고,
한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서있던 곳에
내 발자국을 남기게 되겠지
나의 아버지처럼 묵묵히 걷다.
나의 걸음도 멈추는 날
지나온 내 걸음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나를 자랑스러워 하길 바라기에
나는 아버지를 따라 그와 닮은 걸음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