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안쓰러운 안개

끝내 보내지 못한 기억들

by 행복한 북극여우

바쁘게 살면 너를 잊어가겠지. 하지만 그때 잠시 뿐이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너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그 사이를 헤집고 들어와 내 머릿속의 스위치를 켠다. 잊지 말라고. 사랑했던 그 순간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듯이 내 머릿속은 그리 쉽게 포맷이 안되더라.


정신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나면 네 기억이 안개처럼 깔려 있다가 스멀스멀 올라와서 내 온몸을 장악한다. 뿌옇고 반투명해서 선명히 보이지 않는 기억이지만 그 안개 때문에 내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잠시동안 나는 그 안개를 바라보며 기억 속에 파묻혀 있다. 타의인 줄 알았지만 스스로 갇혀 있는 거였다. 너와의 기억은 모두 행복한 순간들 밖에 없었으니. 나는 그 기억들을 절대 보낼 수가 없다.


마음 한쪽이 텅텅 빈 공허함과 영원히 나 혼자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무력감, 외로움, 끝없는 기다림… 때론 친구처럼, 연인처럼 지내고 나를 바라봐 주고 말해 주던 너의 모습이 그립다. 손잡아주고 안아주고 입을 맞춰주며 나를 위해 큰소리로 사랑해라고 외쳐주던 네 모습이 보고 싶다.


나는 어쩌면, 너를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 얼굴만 보면 슬플까. 아픈 사랑 같다. 그 애가 떠나기 전에도 그랬다. 얼굴만 빤히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났다. 슬프고, 아리고, 마음이 아프고, 너무 좋아해서 눈물 나는 그런 사람.


그 사람은 여전히 나에게 아프고 안쓰러운 안개다.


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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