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

10월 둘째 주

by 글쓰는비둘기

둘째 주




연휴의 남은 기간에는 본가에서 옮아 온 감기 때문에 사흘을 넘게 골골거리며 침대에서 보냈다. 소중한 연휴가 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쉬긴 쉬었으니 뭐. 누워 있던 것보다 비가 내리던 창밖이 내내 어두컴컴한 게 더 아쉬웠다. 이번 추석만큼 날씨가 안 좋은 추석이 없었던 것 같다.


긴 연휴의 마지막 일요일에는 지난 달에 청첩장을 받은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코로나 시절 사촌오빠 한 분의 결혼식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한 오 년만에 가본 것 같다.

오랜만에 원피스를 입고 신발장에 박혀 있던 펌프스 구두를 꺼내 신었는데 너무 불편했다.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신고 다닌 거지. 요새는 거의 운동화나 스니커즈만 신어서 신발장에 있던 구두나 단화가 거의 삭아 버려 버린 것도 제법 여러 켤레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는 긴 부츠를 낮은 굽으로 한 켤레 사서 신고 다닐 생각이다. 부츠는 예쁘니까.



결혼식장은 로맨틱하고 예쁜 분위기라 신부와 잘 어울렸다. 드레스도 본인과 어쩌면 그리도 잘 어울리는 걸 골랐는지 참 많이 고민했겠구나 싶었다. 요즘 다들 그렇듯이 주례가 없고 양가 아버지들이 축사를 하셨다. 그 중 한 분의 축사 내용 중에 애매한 것이 있었는지 내 친구들이 일제히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고 서로 쳐다봤는데 나는 딴 생각을 하느라 못 들었다.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동료 및 친구 사진을 찍는 절차까지 참여했다. 친구가 행복하게 살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남의 결혼식 앨범에 또 내 얼굴이 들어간다는 것에는 조금 복잡미묘한 기분이다. 참고로 나는 내가 결혼한다 해도 웨딩사진 같은 것은 필요없지 않나 생각하는 쪽이다. 사진이건 졸업앨범이건 한 번도 들춰본 적이 없다. 예쁜 것은 좋아하지만 웨딩에서 예쁜 것보다 평소에 예쁘고 싶다.

함께 하객으로 참석한 다른 친구는 다음 달 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한 달 뒤면 내가 저 자리에 설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다고 했다. 또 다른 친구는 그래도 십 년 안에는 나도 저걸 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이따금 생각해보곤 하지만 아직 뭔가 내 일이 아니라는 기분이다. 여기가 유럽이었다면 기꺼이 동거할 텐데 결혼은 먼 느낌이다. 아기는 갖고 싶은 쪽에 가깝지만 지금 서둘러도 아기를 갖기에 생물학적으로 늦은 편이니. 그런데도 전혀 서두르지 않는 걸 보면 아기도 그렇게 원하지는 않나 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아프고 고생하는 건 하기 싫어서 입양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낳든 입양하든 애는 내가 아닌 남이기 때문에 내게는 별 차이가 없다. 어쩌면 건강한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입양이 더 나을지도. 이미 팔십억 인구로 신음하는 지구에도 그게 나을테고 말이다.


요즘엔 좀 유치한 기분이 되고 싶어서 올리비아 로드리고 노래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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