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주
신춘문예 투고가 끝났다.
여기 일기에 적었던 것 같긴 한데 보통 매년 적어도 두세 편은 각기 다른 신문사에 응모하는데 올해는 하나밖에 쓰지 못했다. 한 편만 써도 좋은 완성도로 써 보자 싶었다.
다 끝난 이제 솔직히 완전히 만족스러운 정도까지 만들어서 제출하지는 못했다. 아마 일주일 정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조금은 더 나은 완성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내게 주어진 한에서는 최선을 다하기는 했다. 어쨌든 여기까지가 내 역량인 것 같다. 그게 마음에서 낼 수 있는 의지력의 문제든 시간 관리의 문제든 퇴고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문제든.
그래도 현재의 내가 쓸 수 있는 한에서는 최상의 소설을 썼다고 생각한다.
직업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지는 오래되긴 했지만 그동안은 사실 나 스스로도 내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완전히 포기한 적은 없었으나(일 년 정도 안 쓴 적은 있었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진지하게, 근미래에 실현될 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것 같다.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사실 좀스러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올해 들어 진짜로 이제는 딴생각 말고 소설에 집중하자고 마음먹고 난 이후, 이미 어엿한 소설가로 인정받으며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특히나 나와 어느 정도 비슷한 세대의 여성 작가들—에게 엄청난 질투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너무 부러워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교보문고에 가면 한국문학 코너는 빠르게 지나쳐 외국문학 쪽으로 가 버렸다.
참고로 나는 보통 남에게 질투심이라는 것을 잘 갖지 않는 사람이며, 일단 남들에게 그렇게까지 큰 관심이 없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기 때문에 이따금 (아무도 모르는 이상한 방식으로) 관심을 갈구하기는 하는데 질투심이라는 감정까지 나아가 본 적은 별로 없다. 우울과 불안에 시달린 이후로는 정서 전반이 흔들렸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여럿 경험하긴 했으나 기본적인 나의 성향은 그렇다. 심리와 정서 문제에서 내게 가장 큰 과제는 항상 질투심보다는 수치심 쪽이었다.
더불어 일 욕심이 있기는 했지만 감사하게도 내가 속했던 대부분의 일터에서 어느 정도 충분한 인정을 받아 왔기 때문에 그 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험은 내게 매우 낯선 일이었다.
올해 하반기의 몇 달을 지나 오면서 정서가 안정되고 감정 수용 연습을 열심히 한 덕에 질투심도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아직도 멋진 젊은 여성 소설가를 보면 질투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마 이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 같긴 하다. 감정이란 것이 원래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희한한 건, 이 질투심을 완전 없애버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거다. 부정적인 감정임은 사실이고 때로는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는 것 같아 힘들기도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더 애쓰고 노력하게 되는 것도 맞다. 그래서 나를 너무 갉아먹지 않는 선이라면 이것을 그냥 잘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진짜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라면, 어찌 보면 꽤나 소중한 감정이 아닐까?
여하튼 신춘문예 시즌은 비록 신춘문예의 위상이 줄어서 어쩌구 하든 간에, 뭐가 어떻게 되든 간에 싱숭생숭해지는 시즌이긴 한 것 같다.
아, 근황을 덧붙이자면 투고를 마치고 나서 이틀 뒤에 보관해둔 벽걸이용 트리와 루돌프 인형 등을 꺼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이제 연휴에 맛있는 걸 해먹을 레시피를 궁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