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시작된 하루의 불운한 예감...
새벽 1시 무렵이었다.
갑자기 잠옷이 살짝 말려 올라간 맨등이 간질거렸다.
잠결에 툭 털어내며 머리카락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종아리 부근이 간질거렸다.
아, 뭐야. 하고 또 툭 털어냈는데 갑자기 이상한 직감에 잠이 화들짝 깨었다.
벌떡 일어 나앉았는데 이불 위로 검고 동그란 물체가 샤샤삭하고 지나가는 것이다.
‘악!’
너무 놀라면 비명도 안 나온다.
이불 전체를 펄럭이고 불을 켰다.
고요하고 숨 막히는 순간,
틀린 그림 찾기처럼 자기 전과 지금 상황의 다른 점을 재빨리 찾아내야 했다.
방석 아래에 ….
엄청 큰 거미가 붙어있었다.
크기가 내 검지손가락만 했는데, 대한민국 도심에 그렇게 큰 거미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방에 있었다.
나 혼자 있는 내 원룸.
잡을 사람은 나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그것을 구석으로 몰아 벌레 잡는 약을 계속 뿌려댔는지 죽질 않았다. 살고 싶은 모양인지 비틀거리며 도망가는 거미에 대고 또 약을 부렸다.
문득 거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단 잡았다는 안도감이 컸다.
죽은 거미를 고무장갑을 끼고 휴지로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후회했다.
어떻게든 살려서 창문으로 내보낼 것을 그랬나?
집에 들어온 곤충은 대부분 살려 보내지만, 맨 살에 큰 거미가 닿았던 기억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재수가 없었다.
점심때 먹으려고 주문한 샌드위치와 커피 중 샌드위치가 품절이라 주문을 취소당했다.
아쉬운 마음에 근처 카페로 향했는데, 거기서 내가 먹으려던 메뉴만 또 품절이었다.
오후에는 도로주행 시험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도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스팔트를 새로 깔고 있는 모양이었다.
3차로로 가야 하는데, 2차로와 3차로가 정말 막혀있었다.
하….
결국 그 구간에서 당황해 길이 엉키는 바람에 떨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새벽에 죽인 거미가 생각났다.
날 원망했을 것 같았다.
먹고 싶은 메뉴가 품절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도로주행시험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떨어지는 것도 내 실력 부족일 것이다.
거미를 죽였기 때문에 운이 나빴다는 생각은 결국 나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겠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 작은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며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